시민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한 주요한 동력으로, 사회의 다양한 문제해결, 정부의 공공재 공급의 보충적 역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의 옹호, 공론장과 사회적 자본 창출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대부분 비영리기반의 시민사회단체 공익활동가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공익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의 소진을 예방하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공익활동가 쉼 지원사업은 활동과 삶의 조화를 위한 쉼 활동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익활동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사업입니다.

이 글은 2019 공익활동가쉼지원사업에 선정된 [전북여성단체연합] 노현정님의 후기입니다.

눈이 부시게, 20년 여성운동 내 청춘 슬픔을 밝히다

여성활동가로 지역 안에서 구축해온 활동기반들을 돌아보고 기록하기

눈이 부시게, 20년 여성운동 내 청춘 슬픔을 밝히다 표지 <노현정 제공>

눈이 부시게, 20년 여성운동 내 청춘 슬픔을 밝히다 <노현정 제공>

 

20년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일이 흘러간 시간만큼 매우 더디고도 긴 작업이었다.

생각보다 어려웠고, 나를 말하는 일이 두렵기도 했다. 첨엔 사람들을 만나기도 어렵고, 쓰는 일이 버거워 인터뷰 형식으로 책의 기획을 바꿨지만, 막상 질문에 답하는 일을 해보니 쓰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게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질문은 즉석에서 나오는 질문도 있을뿐더러, 많은 말을 하지만 녹취해서 보면 별로 기록에 남기고 싶지 않은 말들이 많아서 인터뷰 이후 녹취를 정리하고 그 중에서 쓸만한 글들을 찾는 일이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했다. 말, 내가 하는 말의 맥락들이 혹은 오해가 될까봐도 두려웠지만 내가 하는 말이 진심을 담은 말인지에 대한 고민이 늘 따라왔다.

눈이 부시게, 20년 여성운동 내 청춘 슬픔을 밝히다 차례 <노현정 제공>

눈이 부시게, 20년 여성운동 내 청춘 슬픔을 밝히다 <노현정 제공>

그러나 나만의 기록이고, 20년을 넘어온 지금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담는 것이기에 ‘세상에 딱 한 권, 있을까 말까 한 책’이라는 제목처럼 소회하는 장이 되었다. 다만 원래 기획의도 중 다양한 사람들을 각각의 조건들이 맞지 않아 만날 수 없어 그들과의 재회에 대한 기록을 할 수 없었지만 혼자 살아온 삶이 아니기에 그들과의 기억을 되돌려 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눈이 부시게, 20년 여성운동 내 청춘 슬픔을 밝히다 표지 <노현정 제공>

눈이 부시게, 20년 여성운동 내 청춘 슬픔을 밝히다 <노현정 제공>

 
 

‘쉬는게 뭐더라, 쉬어보면 알겠지’

긴 시간 여성활동가로 소진된 것들을 돌아보며 충전&치유의 시간을 갖기

쉬는게 뭐더라, 쉬어보면 알겠지 &lt;노현정 제공&gt;

쉬는게 뭐더라, 쉬어보면 알겠지 <노현정 제공>

쉼을 생각하는 일이 인생에서 얼마나 될까 싶다. 활동 10년차 때 한달을 쉬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도 사실 쉼에 대한 생각은 지금보다 덜 절박하지 않았을까 싶다. 20년 일하면서 내게 쉼프로그램은 활동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고, 늘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고, 예산을 어떻게 지출하고, 부족한 것은 어떻게 메꾸는 등의 ’일’로 치환되었다. 그래서 쉼프로그램을 통해 안가본데 없이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늘 피곤했고 지치는게 다반사였다. 오로지 이 프로그램이 건강하게 마무리 되길 바라며 말이다.

쉬는게 뭐더라, 쉬어보면 알겠지 <노현정 제공>

이번 쉼을 통해 ‘쉼’이란 게 정말 작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란 것을 느꼈다. 어디서 쉬는 것보다, 내 마음에 쉼이 일로 오지 않고, 자연스러운 욕망에 의해 움직이며, 나를 느끼고 돌아보는 경험으로서 말이다. 원래 기획대로 미술관 투어를 하지 못한게 아쉽지만, 각각의 장소에 지난 20년의 활동의 경험들로 엮어보려고 했으며, 여행지 중 부산과 서울의 경우 미술관 관람을 통해 최소한의 기획의도에 도달하려고 노력하였다. 

쉬는게 뭐더라, 쉬어보면 알겠지 <노현정 제공>

‘낭독모임’에서 나를 읽기

나와 다른 곳에서 삶을 사는 이들과 만나 나를 돌아보고 타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기

‘낭독모임’에서 나를 읽기 <노현정 제공>


20년의 활동 기간 동안 소속된 단체와 연결된 위원회, 소모임을 제외하면 개인의 욕구로시작된 모임을 한 경험이 거의 없다. 지역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모임을 구성하여 1여년간 꾸려보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일’의 일환이었고 늘 말의 경계에서 머뭇거리다 말곤 했던 기억이 있다. 지역에서도 책모임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맘 맞는 활동가들이 책모임을 제안하였고, 부담없이 탑승하게 되었다. 노동, 환경, 여성이라는 부분운동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똑같은 책을 낭독하지만, 책의 내용마다 다른 본인들의 경험과 고민들을 경계없이 나누며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같은 분야에 사람들을 일로만 만나고, 여성이슈 이외에는 적극적으로 다른 이슈에 관심갖지 못하였다. 나와 다른 곳에서 삶을 사는 이들과 만나 책과 낭독, 그리고 대화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타자를 이해하고 공감해 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글,사진 ㅣ(사)전북여성단체연합(www.jbwomen.or.kr) 노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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