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이웃이 된다는 것
‘선한 사마리인의 비유’에 보면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빼앗겨 헐벗고 상처입은 사람이 나옵니다. 여러 사람이 그의 옆을 지나쳤으나, 오직 한 사람 사마리아인만이 다가가 먹을 것을 주고, 상처를 덮어주었습니다. 이 비유는 우리가 누군가의 ‘이웃’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이웃’은 누구인지를 보여줍니다.
저소득 노인의 기본소득 보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지 못했던 시기인 2003년, 노인복지를 위한 문화형성의 취지로 ‘홀로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본 사업이 2019년까지 17년 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홀로사는 어르신들이 평범하고 안정적인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성실한 이웃이 되어 주신 기부자님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지원의 힘
한 달, 10만원.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3년간 꾸준히 지원받을 수 있었기에 본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은 사용 계획을 세우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10만원은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요. 하지만 독거 어르신들에게 10만원은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해요….물론 지금도 너무 훌륭한 일을 해주시고 있지만, 비단 생계비 지원뿐만 아니라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어요. 어르신들의 노후는 곧 우리들의 가까운 미래이기도 하니까요.
– 춘천남부재가복지센터 배소희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로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르신의 자유의사 존중이에요. 늘 어르신 선택을 우선으로 봐요. 현물은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구입해서 드리는 거라면 현금은 정말 말 그대로 스스로 어디에 쓸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거잖아요….어르신 얼굴만 봐도 표정이 많이 달라지셨어요. 처음에는 누워만 계셨는데, 이제는 앉아도 계시고 웃기도 하시고. 필요한 부분도 얘기하시고, 감정표현도 많이 하시기 시작했어요.
– 마포노인복지센터 임진주 사회복지사 –
사업기간이 길었던 만큼 함께해주신 기부자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가장 오랜 기간 이 사업의 마중물이 되어준 기금은 ㈜한독의 ‘케토톱홀로사는어르신지원기금’이었습니다. 어르신을 생각하는 기업의 사회공헌 의지와 이 사업에 마음 모아 주신 안전영역 정기기부자들께서 계셨기에 장기간의 꾸준한 지원사업이 가능했습니다.
이제 기초연금제도가 정착되고 확대되어가는 동시에 커뮤니티케어 도입 등 지역별 복지제도도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제도적 지원이 어르신들의 존엄한 노후를 보장하기에 아직 충분하지는 않으나, 이 변화의 흐름이 계속될 것은 분명하기에 본 사업은 2019년을 마지막으로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17년간 1,078명의 어르신께 약 1,346,166,381원을 지원해 온 ‘홀로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사업’. 현물 중심의 후원이 많던 시절, 현금 지원이 당사자의 주체성을 존중하는 방식일 수 있음을 알리는 새로운 시도이자, 이 사회의 노인들이 존엄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복지의 길이 무엇인지 시사해주는 소중한 길잡이였습니다.
‘홀로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사업’은 종료되지만, 어르신들의 존엄한 노후를 위한 아름다운재단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치매 어르신들이 시설이 아닌 익숙한 마을, 정든 공간에서 최대한 오래, 안전하게 머무르실 수 있도록 ‘재가 치매노인 보조기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 마련과 사업확대를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신 협력단체, 현장 실무자 분들께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 전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앞으로도 기부자님들과 함께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의 좋은 이웃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홀로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사업(2003~2019)은 [케토톱홀로사는노인지원기금], [나누리병원행복나눔기금], [효주기금], [안전영역기금]으로 지원되었으며,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와 협력사업으로 진행하였습니다. |
글 | 오수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