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19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이주민들의 목소리가 결정적으로 벽에 부딪히는 경우, 그리하여 그들의 지위가 결정적으로 달라지게 되는 경우는 모순되게도 인권의 보편성을 지향해야 할 사법기관에서 주로 발생하게 된다.(의료기관에서도 발생하기도 한다. 의료기관은 이주민들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를 다루는데 전문용어를 쓴다는 점에서 사법기관과 비슷하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경우 의사들은 이주민들의 몸을 다른 도구들을 써서 직접 관찰할 수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언어적 한계,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지식의 한계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통번역 인적 자원이 부족한 지방에서 더욱 극명하게 발생하게 된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쓰는 경우 통역인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고, 그나마 통역인을 만난다 해도 한국어로도 어려운 법률용어의 미묘한 차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통역인 법률용어교육 2’는 이러한 상황을 뭔가 타개해보고자 2018년 시범적으로 시작한 이후 2019년 두 번째로 진행한 사업이다. 올해는 되도록 용어 설명보다는 ‘실습’에 중심을 두었다. 여름부터 동행의 친구변호사(이주민 형사*가사사건을 많이 지원해본)들과 함께 실제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형사 피고인, 형사 피해자(증인신문), 가사소송과 같이 가장 많이 맞이하게 되는 법정의 상황을 대본으로 만들었다.(그 과정을 단 두 문장으로 줄여서 썼으나, 사실은 정다은 송창운 박인동 변호사와 같은 동행의 친구변호사들의 자원활동에 가까운 도움이 컸다.) 통역인들의 실력이 실제로 느는지 확인해볼 방법으로 법문장 받아쓰기(예.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쪽지시험을 매 시간 시도해보았다. 어떤 분들은 무척 힘들어했고, 어떤 분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보셨다. 실력편차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험이 큰 자극제가 되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올해는 법원/검찰청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홍보 하는 것에 신경을 써서 준비를 했다. 아름다운재단의 사업비를 받을 수 없게 될 2020년에도 이 사업은 계속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함께 할 파트너로서 광주지방법원과 검찰청등 사법기관이 직접 통역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함께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올해는 광주지방법원 6층 대강당을 빌려서 수업을 할 수 있었고 광주지방법원에서 2020년에는 2-3월부터 함께 준비하여 상반기에 수업을 진행하자는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다만, 법원장 인사이동이 있다는 함정). 기회는 놓치지 않고 2월부터 접촉해볼 계획에 있다.
사실 통역인분들의 편차가 심해서 첫 수업, 첫 쪽지시험을 보고 나서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중도 탈락을 많이 하면 어쩌나, 이 수업 자체를 이해 못하시면 어쩌나, 그래서 이주민들의 통역이 제대로 안되면 어쩌나…. 그러나 수업을 모두 마치고 나서 (시험 성적이 안좋으셨던 분들도) 뭔가 조금 자신감이 생기고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 더 공부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내년에도 꼭 알려달라는 등의 말씀을 해주셔서 힘이 났다. 또 동행에서 뭔가 번역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자원활동을 해주시겠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도 계셔서 아름다운재단 사업비를 더 받을 수 없는 2020년에도 이 일들을 계속 해나갈 수 있도록 붙잡을 수 있는 끈들이 생긴 것 같아 든든했다.
글, 사진|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