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단체나 회계 담당자의 책상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정산 서류, 각종 영수증이 잔뜩 쌓여 있고, 계산기, 형형색색의 펜과 플래그가 놓여 있는 책상.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이하 지리산 센터)에서 회계를 맡았던 나비의 책상도 그랬다. 책상 칸막이가 없는 센터 사무실에서 그런 나비의 책상이 다른 활동가의 것에 비해 더 눈에 띄었다. 그렇게 북적북적한 책상을 하고 사무실을 지키던 ‘나비’가 올해 초 센터 회계 업무를 그만두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갑작스럽게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가 만든 공백에 제대로 인사 나눌 겨를이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지리산 센터를 떠나 이제는 카페 토닥 운영에 집중하고 있는 나비를 이번 활동가 인터뷰를 핑계 삼아 다시 한번 만났다. 활동가들의 2년을 회고해 보자는 이번 인터뷰 취지를 적극 살리기 위해서는, 지리산 센터 설립부터 2년을 꼬박 함께 해 온 나비의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많았던(!) 지리산 센터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살뜰히 챙겨 온 나비는 지난 2년을 어떻게 보냈고 또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나비입니다.
지리산 센터 사무국에서 회계와 총무를 맡았던, 그리고 지금은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에서 일하고 있는 ‘나비’입니다. 현재는 지리산이음이 운영하는 마을카페 토닥에서 일하고 있어요.
지리산 센터 그만두고, 여유 시간이 많아졌을 것 같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사무국을 그만두고 나서, 짧게 여행을 다녀왔어요. 원래는 해외여행을 좀 길게 다녀올까 싶었는데, 코로나19로 계획이 다 바뀌었죠. 다녀와서는 카페 토닥의 리모델링으로 바빴고요. 리모델링하느라 몸을 하도 썼더니 아직도 여파가 있네요.
4월 초, 토닥이 다시 오픈하고 요새는 카페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 외 시간에는 산내 안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고요. 산내에 계신 어르신이나 혼자 계신 장애인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반찬 나누기를 하고 있어요. 동네 사람들과 댄스동아리에도 잠깐 참여했고요. 요새는 싱글벙글이라는 모임에서 남원시 산내면 쓰레기 관련 활동도 하고 있어요.
산내면 ‘인싸’답게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네요. 나비는 2년 전 어떻게 지리산 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임현택 센터장이랑 지리산이음 조아신 대표가 먼저 제안해서 얼떨결에 시작한 거였어요. 정말 무모하게도. 당시 지리산 센터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해 나가야 하는지 잘 모르고 시작한 것 같아요. 그저 ‘산내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지리산권에서도 하게 될 거다’라고 생각했죠.
지리산 센터가 처음 설립될 때부터 함께 했잖아요. 어려운 게 참 많았을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이었어요. 게다가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았던지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었죠. 주어진 업무가 회계다 보니 일단 관련 책을 많이 사고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이해도 하기 힘들었죠. 덕분에 정말 많은 분들에게 어려움을 토로하고, 또 자문을 했던 것 같아요.
센터가 처음 오픈한 2018년에 진짜 바빴어요. 지역 안에서 어렵게 어렵게 회계사무소를 찾고, 사업 정산하고 서류 챙기고 정리하면서 3개월간 꼬박 야근을 했죠. 지리산 센터가 쓰는 돈은 지리산 센터가 직접 벌어서 쓰는 돈이 아닌, 재단에 시민들이 기부해주신 기부금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더 치밀하고 세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류와 기록을 꼼꼼히 챙기고 증빙을 철저히 하려고 했죠.
지리산 센터에서 일하면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업무상 주로 산내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했던 터라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거나 실제로 사업이 벌어지는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하지만 2년 동안 센터에서 일하면서 산내면 외에도 지리산권 안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스스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에너지 넘치고, 진지하고 세심한 분들도 많고요.
2년 동안 지리산 센터 살림 책임지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요, 나비. 이제 지리산 센터를 산내면 주민으로 보게 되었는데, 지리산 센터에 기대하는 게 있을까요?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러 예측할 수 없는 부침이나 변수들을 마주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2년을 넘어 3년 차가 되는 올해에는 그동안 지리산 센터가 경험했던 것들과 지역에서 지리산 센터가 인지되는 부분들에 발전이 있다고 보여요. 지리산 센터가 지리산권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어떤 지원을 해 주는 곳인지 등 말이죠. 올해는 넘어 4년 차, 5년 차가 지나면서 좀 더 좋은 일들을 같이 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보여요.
📸나비의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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