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귀한 시대에 참으로 이 땅의 어른으로 사셨던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셨습니다. 선종 2~3일 전부터 “서로 화해하고 사랑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지요. 그리고 마지막 이 세상과의 작별 인사로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합니다. 그 말을 전해 듣는 순간 저는 이 시대의 ‘대선지 식’이 떠났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고맙다, 이 한 마디에서 저는 ‘삶과 죽음’의 인연 거래로 거둘 수 있는 절정의 아름다움을 봤습니다. 생사의 본질이 거기에 있었고, 겸손과 용기와 헌신으로 일관한 당신의 온 삶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한 시대의 ‘보살’로 살다간 사람만이 남길 수 있는 군더더기 없는 열반송이었습니다. 그 단순한 한 마디 속에 성직자가 가야 할 길이 다 들어 있었 습니다.
수경스님(화계사 주지)[한겨레, 2009년 2월 17일]
명동역 가까운 곳에 ‘고 김수환 추기경님 조문 행렬입니다. 통행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라는 글귀가 써진 종이가 아직 가로등에 붙어 있다. 이 길은 며칠 동안 40만명의 조문객들이 서너 시간씩 추위에 떨며 기다렸던 조문의 길이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목말라하고 있었기에 그토록 긴 행렬을 이루며 유리관에 안치된 추기경을 찾아뵈었는가. 우리의 목마른 혀에 추기경께서 죽음을 통해 한 방울 떨어뜨린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사랑이다. 우리는 그분이 선종하고 나서 비로소 사랑의 실체를 본 것이다. 막연히 관념적
이고 추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사랑에서 벗어나 비로소 사랑의 구체적 모습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늦었지만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는 그분의 말씀이 지닌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홀연히 깨닫고 뒤늦게나마 그분을 찾아간 것이다.
정호승 시인[조선일보, 2009년 2월 21일]
이제 남아있는 우리는 그 분의 뜻을 따라 새로운 삶의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그분의 영면에 하느님이 함께하시는 것을 느끼며, 감사의 기도를 드리자. 김 추기경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이 중대한 발언에 동참하는 일이야말로 그분의 인자한 미소에 답하는 일이며, 노면 고르지 못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붙들어야 할 이 시대의 ‘마지막 기둥’이다.
신달자 시인[가톨릭신문, 2009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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