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사이 인구, 자원, 경제, 문화 등의 차이로 인해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얽히고설킨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단 하나의 솔루션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재단은 지역간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 방안으로 ‘지역 시민사회 활성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역 시민사회가 튼튼하게 작동할 때,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주체로 시민이 등장하고, 사회 문제를 지속가능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아름다운재단의 지역사업은 지역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지역의 다양한 공익 활동 및 활동가가 연결되어 지역 내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지역시민사회 네트워크 지원사업’을 2019년부터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와 안동 지역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안동 청년들이 중심으로 이루어진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는 안동 지역 사회 문제를 함께 발굴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민, 활동가 및 활동단체들을 연결하는 활동을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
지자체는 뭐 하고 있나😡
시민, 예산, 세금, 의회, 입법, 의원… ‘정치’와 연관된 단어는 늘 낯설고 어렵다. 관심을 가져보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깜깜하다. 그러다 보니 선거 외에는 시민으로서 개인의 힘을 발휘할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정치와 시민의 일상은 한없이 멀어진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사는 지역에 얼토당토않은 일이 일어나면 그제야 떠올린다.
“정부는 뭐 하고 있나? OO시는 뭐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일이 벌어지고 나서 지자체가 뭘 하는지 알아보려고 하면 때는 이미 늦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부터 이를 위한 사전 조사, 공청회, 공시 등이 있었고, 그 과정은 일반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채 그들만의 리그도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일이 벌어지는 과정 중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고, 결국 모든 일이 벌어진 후에나 알게 된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물론 지자체가 일을 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평소 어떤 정책을 계획 중인지, 예산은 어떻게 쓰는지, 일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일상이 있는 시민들이 지자체가 하는 일에 하나하나 따라다니며 감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한 막중한 책임과 참여가 시민들에게 현실적이지 않다.
참여가 어렵다고 해서 시민들의 관심이 전부 사라진 건 아니다. 특히나 지역 단위에서는 우리 지역의 살림살이에 관심 가지고, 더 나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시민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각자의 일상을 챙겨야 하고, 또 참여 기회를 찾기 어려워 개인적 관심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일 뿐.
관심을 연결하면, 사람이 이어진다
안동 시민사회에서도 그런 시민들이 있다. 안동시 예산읽기 모임이나 의정모니터링에 참여하는 등 시민으로서 시정에 참여하고자 한 시민들말이다. 하지만 점으로 된 시민들이 각자의 관심을 가지고 한 데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역시민사회네트워크 지원사업 2년 차에 참여하고 있는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는 ‘안동시의 예산 및 시정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느슨하게 엮고 함께 공부하는 기회’를 상상했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안동 내 시민사회를 다져가고 있는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에게 시의 행정, 그중에서도 시 예산에 대한 시민들의 공통의 관심사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들의 상상을 실현하고자 이미 여러 지역에서 시민 예산 활동을 꾸려본 정치학자 하승우 멘토가 힘을 보탰고, 드디어 지난 6월 16일부터 7월 21일까지 6주간의 안동시민예산학교가 열렸다.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면,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했겠지만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이번 시민예산학교는 소규모로 진행하게 되었다. 규모가 작긴 했지만, 오래전부터 시 예산에 관심을 가진 정예 멤버가 똘똘 뭉쳐 6주간의 안동시민예산학교에 참여했다. 이번 안동시민예산학교에는 안동 청년, 시민사회 활동가, 아파트 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수강생으로 참여했고, 매주 화요일 2시간 넘게 예산을 읽는 방법을 배웠다
전국 재정자립도 최하위, 안동
6주간 안동시민예산학교에서 처음 알게 된 많은 사실들로 수강생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시민들은 전혀 몰랐던 ‘깜깜이 예산’은 물론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중장기 계획을 보고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혼자서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느꼈을 막막함 보다 여럿이 함께 그리고 같이 분노(!)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안동시민예산학교를 이끄는 하승우 멘토는 시의 살림살이를 살펴보는 데 있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챙겼다.
✍️ 예산서는 계획일 뿐,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결산서도 함께 봐야 한다
✍️ 사업계획에 근거가 되는 조례와 중장기 계획서도 같이 봐야 예산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 안동시의 재정공시*가 홈페이지 어디에 공개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게시물에는 시민들이 직접 의견과 질문을 달 수 있다는 점!
*재정공시 :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위하여 재정 운영에 관한 중요 사항을 게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느슨하지만 단단한 안동시민예산학교 졸업생(!)
안동시민예산학교에 모인 수강생들은 대부분 모르는 사이었다. 예산학교가 아니였으면 만날 기회가 없었을 이들이 한 데 모여 매주 지식을 쌓고,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었다. 6주의 교육 과정이 다 끝나고 나니 데면데면 했던 이들도 조금씩 가까워졌다.
안동시민예산학교 커리큘럼을 가지고 이곳 안동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어 감동이었요. 서울에는 이런 강의가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들을 수 없어 늘 아쉬웠거든요. 6주의 교육 과정이 끝나면 지금의 열정이 조금씩 식을 수 있을거예요. 하지만, 긴 호흡으로 오래 가며, 안동 안에서 서로서로 끌어주며 같이 오래가면 좋겠어요. ㅡ 6주 개근상을 받은 정연주 수강생
6주를 동고동락한 안동시민예산학교 수강생들은 교육이 다 끝난 이후에도 각자가 목표로 하는 예산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갈 예정이다. 6주간 성실하게 쌓은 지식으로 각자가 관심있는 영역의 예산을 살펴보고, 올 하반기에는 함께 발표하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 관심과 열정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안동시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수강생 모두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안동에 변화의 물결이 넘실대길 기대합니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전체 인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인구를 다 합쳐도, 수도권에 사는 사람 수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역에 인구가 줄면서 어느 곳에 가든 ‘사람이 없다’는 말이 들린다. 특히 시민으로서 한 목소리를 낼 때 더욱 그렇다고. 그런 현실을 생각하면 이번 안동시민예산학교에 모인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사람들이다. 적은 인구 중에 지역을 위하는 마음과 변화의 의지를 가진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말이다.
이 자리를 만든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는 안동시민예산학교뿐 아니라 아무말대잔치, 원데이클래스, 동네언니 등 안동 청년들의 주도적인 활동으로 안동 시민들과 다양한 연결 지점을 만들어 가고 있다. 활동으로 안동 시민들과 다양한 연결 지점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 안동을 넘어 상주, 문경의 시민사회와도 교류하며 경북 북부 지역에 변화의 씨앗을 심고 있다.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는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시민으로서 지역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변화의 물결이 아직은 미세하지만, 언젠가는 안동과 경북 북부 지역에 넘실대는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안동시민예산학교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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