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게 남의 이야기면 관심은 더 커지고,
그 남의 이야기가 자극적이라면 관심도는 최고에 이른다.
올해, 아직 상반기지만 놀랍고 무서운 비슷한 사건이 두 개가 있었다.
(물론, 놀랍고 무서운 사건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의사남편 만삭아내 살해’
‘아내살해 대학교수’
이런 하나의 고유명사로 이야기될 정도로 많은 뉴스와 이야기가 생산됐다.
다른 사건이지만 두 개의 이야기는 비슷하게 소위 가해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집중되어 있다.
‘내연녀와 함께 한 범행’이라든가, ‘의사남편, 대학교수가 아내를 살해했다’라든가.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이야기의 관심은 부풀어 올랐다가 이내 쪼그라들거나,
다른 자극적인 이야기로 대체되어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진다.
하나의 사건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두 축에서
가해자에만 집중이 되어 있는 일방적인 이야기가 괜찮은 걸까 문득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소위 ‘신상털기’로 피해자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고 잊어버리는 이야기 속에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상처가 있다.
범죄로 인한 신체적 상처도 남고,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과 때로는 무관심, 편견 속에서 정신적인 피해도 남는다.
범죄피해 후 꿈을 잃기도 하고,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한다.
세상에는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것들이 너무 너무 너무 많다
나 역시도 관심 가져야 할 일들에 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고 자신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우리가 그냥 쉽게 이야기하고 잊어버려 ‘끝나는’ 이야기 속에는
‘끝나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와 가족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건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자,
나를 향해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다.
범죄로 인한 트라우마와 생활적 고통에 시달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자와 가족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11년 범죄피해자 및 가족지원사업’은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를 통해 10건의 강력범죄 피해자 및 가족을 지원했습니다.
‘2010 범죄피해자 및 가족지원사업’ 지원대상자의 편지 중
… 모든 분들의 수고와 말 없이 헌신해주시는 고마움이 있기에 지금에 이 가난함도 세상의 외로움도 잘 이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 정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찌 갚아야 할 일은 없지만 아이를 훌륭히 키워서 어디에가든 갚아가는 삶을 살 것입니다.
저는 2009년 4월에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서 너무 너무 힘이들었습니다. …잠을 잘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분노의 나날이었습니다. …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집 밖에 나서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무섭고 겁이 났습니다.
… 정말 많은 도움 감사드립니다. 저의 가족은 여러분의 따뜻한 손길로 지난 10개월을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김지애 팀장
묻지마
묻지마 범죄가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회분위기에서 누구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된다고 생각하니 오싹합니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지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런지..
내 아이 하나도 지켜낼 강한 부모가 될 자신이 없네요
그냥...
사실, 피해자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애. 드러나더라도 굉장히 부정적으로.. 사건에서 피해자의 고통이나 슬픔이 아니라 가해자는 숨고 피해자가 드러나는 방식뿐이지요.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다른 방식으로 알려지고 공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