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허진이’입니다. 보육원 퇴소 이후, 저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잘 자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제가 받았던 진심이 딤긴 말과 따뜻한 관심을 저와 같은 친구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허진이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보호종료 당사자인 청년들과 함께 아동양육시설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립 강연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요. 본 프로젝트를 통해 강연 당사자들도 보육원에서의 삶과 현재의 나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 삶과 관점을 담은 에세이를 전해드리려 해요. 평범한, 보통의 청춘들의 삶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 시작합니다. |
마음을 쓴다는 것은 삶이 연결되는 것과 같다.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 그 간절함을 품는 순간, 타인을 내 삶에 초대하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오늘은 기꺼이 나를 자신들의 삶으로 초대한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들이 내가 타고 있는 KTX처럼 머릿속 철로를 따라 빠르게 지나간다. 경주와 서울을 오가며 그간 떠돌기만 했던 감정들을 고백하고, 그것들이 <허진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실현되는 오늘이 오기까지 두 계절이 지났다. 그리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오리엔테이션을 앞두고 설레고 걱정스런 마음을 진정시키려 몸을 분주히 움직였다. 누가 가장 먼저 올지, 어떤 헤어스타일과 옷을 입고 올지 사사로운 궁금증들로 머리 또한 바쁘게 움직였다. 한 친구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새하얗고 화사한 꽃과 같은 첫인상을 가진 영아씨는 쑥스러운 듯 어색함을 나눌 친구가 올 때까지 핸드폰만 들여다본다. 이윽고 푸근한 미소를 가진 상미씨와 쑥스러운 듯해도 거침없어 보이는 채향씨, 멤버들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비어있던 자리들이 채워진다.
처음 우린 ‘첫인상 게임’을 했다. 서로의 거울이 되어 첫인상을 써주며, 상대의 첫인상이 어떤지 기록도 해주고, 수줍은 고백들로 채워진 자신의 첫인상도 확인했다. 소통의 시작이라고 하는 첫인상은 나에게 힘이 크다. 처음 각인된 인상이 서로를 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어릴 적 흔히 ‘쌈닭’이라고 불리던 친구가 있었다. 누구와도 거침없이 싸우던 친구는 만인의 적이고, 경계대상이었다. 하지만 유독 나는 그 친구를 좋아했다. 친구는 모든 것을 섬세하게 신경쓰는 장점이 있었다. 그 섬세함 덕분에 함께 수행해야 했던 과제를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친구를 참 좋아했는데, 다른 친구들과는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같은 모습을 보아도 화가 나지 않았다. 첫 인상에서 느꼈던 좋은 마음이 친구의 모난모습 마저도 수용할 수 있는 힘이 된 것 같다. 상대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하기 전 이미 스며든 좋은 마음은, 상대가 모난 모습을 비추어도 우선 사랑할 수 있는 힘과 융통성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던 계기였다.
멤버들과의 만남이 만남 이상으로 삶이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첫인상 게임’을 준비했다. 그렇게 우린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서로를 수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런 우리는 퇴소를 앞둔 양육시설 동생들과 또 다른 연결을 준비한다. 관습처럼 내려져 오는 자립생활의 어려움이 동생들의 삶에 닿지 않길 바라고, 불안 속에서 생계걱정만 하던 동생들이 자립선배의 삶의 증언을 통해 꿈을 미리 계획하고,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의 근거를 제시해 용기를 불어주고픈 마음들이 우리의 연결을 의미 있게 해준다.
너와 나의 삶이 연결된다는 것은 생명력을 얻는 것과 같다. 꽃이 물을 주면 생명력이 생기 듯, 사람은 희로애락을 느끼며 생명력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멤버들과의 연결을 통해 웃을 일이 더욱 많아질테니 난 오늘도, 내일도 생기로운 하루를 보낸다.
[허진이프로젝트] #3. 나의 삶에서 감사함을 발견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