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지배적인 여론과 일치되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키는 성향이 있다.” (‘침묵의나선이론’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 1974)
‘침묵을 지키는 성향’은 우리로 하여금 비극적 사회 이슈들을 금방 잊어버리게 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곤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10년 전 오늘, 5년 전 오늘, 수많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해고되고, 정치적 선전으로 산림이 파괴되는 등의 일련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는 침묵했고, 여론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여론 형성 이론 중 ‘침묵의 나선이론’은 그래서 이론에서 나아가 어쩌면 우리에게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역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묵의 나선을 보란듯이 망가뜨린 유명인들이 있다. 소셜테이너들의 등장이다. (소셜테이너 : social 과 entertainer의 합성어, 사회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참여하는 연예인으로 방송인 김제동, 영화배우 김여진, 가수 박혜경 이 대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대학생 집회에 단골로 등장해 분위기를 달구고, 콘서트를 통해 모은 수입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기도 하고, 청소경비노동자들과 농성을 함께한다. 실제로 김제동씨는 대안학교등 아동청소년의 교육지원사업에 관심을 갖고, 아름다운재단에 ‘환상의 짝꿍’기금을 개설하기도 했다. 소셜테이너들은 침묵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하고, 즐겁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약자의 편에 서서 ‘침묵의나선’이 작동하려는 여론을 가만히 두질 않았다.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는 유명인들의 ‘Good action’은 우리에게 이야기거리를 제공해주었고, 우리의 ‘침묵을 지키는 성향’은 ‘이야기하고 싶은 성향’으로 기꺼이 변화됐다.
그런데, 이들의 표현이 타인에게 혐오감을 준적이 있었던가? 말이나 글로서 자신의 사상을 표현했을 뿐인데, MBC는 ‘소셜테이너’의 출연을 금지시켰다.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사람은 시사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김여진씨의 라디오 고정출연을 사실상 무산시킨 것이다.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표현을 MBC 경영진의 요구에 맞춰야할 판이다.
‘문화방송 고정출연제한 심의 규정’의 법적효력 정지 소송을 위해 이외수, 공지영, 강풀씨 등의 인사들이 나섰다.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와 방송법이 규정한 차별금지 등을 먼저 지켜야 할 언론사가 제 역할을 포기한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배우 김여진씨는 한겨레 칼럼을 통해 “한 가족이 아이 낳고 기르고, 집 장만하고, 아이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고, 그때까지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살아가는 데 별문제만 없다면, 그래 굳이 다른 사람의 아픔 같은 거 돌아보지 않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라고 했다.
그녀와 같이 침묵하지 않는 자들이 있는 한 우리에게 ‘평화’란 없을 것이다. 감춰지고, 은폐되고, 밝혀지지 않은 아픈 이웃의 이야기는 분명 불편한 진실이고, 안락해 보이는 현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침묵하지 않는 자들로 하여금 불편한 진실들이 계속 이야기돼 현실이 사실은 안락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뿐더러 지독히도 부정한 것들이 눈에 다 보일지라도,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한 세상은 참 살맛나는 세상일 것 같다.
글: 권연재 간사
고인돌
맞아요. 외국에도 ‘소셜테이너’의 사회참여는 많습니다(물론 외국에서 소셜테이너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대표적으로 영화 ‘델마와 루이스’‘데드 맨 워킹’으로 유명한 배우 수전 서랜던은 미국 뉴욕, 워싱턴의 인권관련 시위에 자주 등장한다고 하죠. 이라크전 참전 반대 시위도 누구보다 열심이었고, 뉴욕타임스 1면에 수갑을 찬 채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이 실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서랜던은 셀레브리티로서의 명성을 사회변혁 운동에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대표적인 ‘소셜테이너’이지요.
보나맘
우리나라의 미디어가 정녕 정치와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가 봅니다. 언론의 공익성에 대해 잠시 생각보게되네요.. 그래도 또 진실과 소신을 외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힘이 납니다!!
지나가는 이
분명, 안팎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본인이 생각한 바를 목청껏 외치는 이 분들,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영향력 있는 연예인이 이와 같은 애드보커시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시 되어 있지만(외면하면 오히려 팬이 실망하는!) 아직은 그렇지 못한 우리 풍토가 안타깝기도 하네요. 더욱 더 힘내시기를 응원하는 바입니다.
느보산
그러게요. 소셜테이너로 불리는 연예인들 활동하는 거 보면, 연예인들 사생활이나 쓸데없는 루머 보는 것 보단 훨씬 나은듯해요. 사회적 파급력있는 연예인들이 이런 활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