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 드러나듯이 공익단체의 활동에 ‘스폰서’가 되기위한 지원사업입니다. 시민사회의 시의성있는 단기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2020년 6월 ‘스폰서 지원사업’의 선정단체인 서울인권영화제에서 활동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
📢 아래 활동은 코로나19 방역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며 진행되었습니다.
만나다, 모이다, 엮다, 잇다
<코로나19 인권영화제: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셀프리뷰
지난 3월,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준비로 부산함과 동시에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각종 영화제를 비롯한 행사들, 그러니까 사람들이 만나고 모이는 모든 자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습니다. 그리고 3월 31일,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가들은 24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연기한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코로나19 인권영화제에 대한 기획은 사실상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연기 논의와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너무나 많은 불평등과 혐오, 차별을 발견했고, 이것은 코로나19로 갑자기 터져 나온 것들이 아님을 이야기해야 했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해야하는 활동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인권영화제는 첫 온라인 인권영화제를 통해 코로나19의 장면들과 사람들을 엮고 잇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는데요, 그 좌충우돌 스토리를 만나보세요! 🤗
온라인 신문고로 1만 명의 서명을 모으는 것과 광장이나 거리에서 1만 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히 다르겠지요😢 오프라인 영화제가 온라인 영화제로 간단히 탈바꿈할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인권’영화제는 서로 만나고 모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활동가들이 관객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관객들이 서로 만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 여기에 나 말고 누군가가, 무언가에 공감하고 모였다는 그 사실 자체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의지가 되기 때문이죠. 그 의지는 연대의 씨앗이 되구요🌱
당시만 해도 온라인 영화제는 모두에게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의 이전 상영작과 최근 국내외 영화제를 뒤져가며 코로나19와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를 추려냈지만, 본격적인 난관이 뒤따랐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배급사와의 연락 지연, 온라인 상영에 따른 높은 상영료 등이었는데요, 심지어 몇 주간의 연락 끝에 결국 온라인 상영은 불가하다는 고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답니다.
‘코로나19와 인권’이라는 주제도 어려웠습니다. 코로나19 인권영화제의 9개 상영작 중 8개의 프로그램 노트는 자원활동가들의 손에서 태어나고 완성되었어요. 프로그램 노트에서는 영화를 코로나19와 엮고, 인권의 시선에서 영화와 관객을 이어야 했습니다. 쓰는 사람들도 읽는 사람들도 괴로운 시간이 이어졌지요. 다들 처음 보고 겪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어떻게든 공부가 필요한 와중에 코로나19는 매일매일 또 다른 혐와와 차별의 장면들을 생산해냈습니다.
라이브토크 기획도 쉽지 않았습니다😅 긴박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처음의 기획은 자주 바뀌고 혼란스러웠어요. 다행히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의 활동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공동주최를 제안하여 함께 토크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인권활동가들과 수어통역사 등 총 14명의 사람들이 7번의 미팅을 온오프라인으로 가지며 고민했답니다.
온라인 영화제에서의 장애인 접근권도 중요한 고민 지점이었습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관객을 위해 한국 수어영상 크기를 키우고, 자막해설을 만들었습니다. 웹사이트의 모든 이미지에는 꼼꼼하게 대체 텍스트를 넣었습니다. 라이브 토크에서는 수어통역 화면을 따로 분할하지 않고 통역사를 출연진과 나란히 배치하며 1~2명의 출연자를 각각 담당하게 하는 방법으로 진행했어요☺️ 수어통역을 코디네이팅한 한국농인 LGBT의 보석 활동가, 연분홍TV의 넝쿨 활동가와 함께 기획 단계에서부터 논의한 결과였습니다. 수어도 크게 보이면서 화자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현장감을 강조한 배치였는데요, 영화제 이후 한국농인LGBT와 진행한 장애인 접근권 모니터링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이기도 했지요.
이렇게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가들은 세 달 동안 좌충우돌하며 영화제의 실마리를 잡아나갔습니다. 상영장 수급이 무사히 완료되었을 때 가슴을 쓸어내렸고, 9편의 프로그램 노트가 완성되었을 때 다함께 환호했고, 라이브토크의 패널이 섭외되고 큐시트가 나왔을 때 비로소 설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풀린 일이 단 하나도 없었지요.
물론 온라인은 분명한 한계가 있겠지요.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단순한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막연한 생각은 코로나19 인권영화제 이후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특히 한 공간에서 동시간대에 만나고 모이는 것에 대한 감각을 온라인에서 어떻게 가능하게 할지는 정말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어떻게 하면 온라인에서 누구도 남겨두지 않고, 차별 없이 만날 수 있을 것인지, 모일 수 있을 것인지, 연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사실 아직도 함께 찾아나가야 합니다.
한편 이번 영화제에서 재밌었던 장면 중 하나는 여러 지역의 책방이나 모임 등에서 자체적으로 각자의 상영회를 만들어 함께 영화를 나누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영회의 후기나 사진은 온라인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큰 힘이 된 것들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19 인권영화제가 물리적인 연대의 공간은 마련하지 못했어도 그 씨앗은 될 수 있었다는 의미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죠. 쌓인 이야기도 많고, 해야 할 이야기도 많지만, 슬로건 해제의 몇 문장으로 대신하며 잠시 마침표를 찍겠습니다🖋
코로나19의 ‘극복’은 “신규 확진자 0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의 종식만으로는 이 재난을 극복했다고 할 수 없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한 발 물러나는 것만으로는, 어떤 존재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 ‘안전’은 누구의 안전인지, 국가의 ‘방역’이 유보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에 가려져 있던 사람과 관계, 장면과 사건을 말해야 한다. 차별과 배제로 인한 위기의 불평등이 우리 모두의 사회적 재난임을 외쳐야 한다. 바이러스가 사라진 세상을 넘어 차별과 배제와 혐오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떠올리고, 기억하며, 우리는 더욱 연결되어야 한다
글/사진 | 서울인권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