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0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무업자들의 회사라고요?”
“저희 니트컴퍼니는 최고의 직원들과 최고의 복지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대한민국의 비전과 변화를 제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방금했던 말들은… 다 뻥이고요. 저희는 백수들이 모여서 무업기간 동안에 회사놀이를 하고 있는 곳입니다.”
니트컴퍼니를 소개하는 동영상의 첫 부분을 시작하는 말이다. 니트컴퍼니는 ‘무업자들의 회사’를 모토로 삼고 있다. 많은 청년이 무업 상태에서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불안감을 경험하고 있다. 니트생활자의 ‘니트컴퍼니’는 무업자들의 회사놀이를 통해 자칫 자신의 삶에서 가장 어두울 수 있는 시간을 밝게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무업 상태가 된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적 단절’을 의미합니다. 갈 데도 없고, 돈도 없고, 소속도 사라져서 나를 설명할 방법도 없고, 소속을 통해 관계 맺던 사람들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사회적 단절은 심리적 불안감을 만들어내요. 또 코로나로 외출도 어렵고 일자리도 많이 없는 요즘 반복되는 취업 실패는 아무리 자존감이 높은 사람도 버티기가 힘들죠.”
니트생활자는 아름다운재단과 ‘무업(백수) 청년들의 사회적 연결을 위한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며 랜선프로그램을 통해 90여 명의 무업 청년들을 직접 만났다. 이들은 모두 무업상태에서의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청년들이 무업상태에서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으로는 #무기력 #외로움 #고립 #의기소침 #불규칙한 생활(게으름) #뒤처짐에 대한 불안 #자기혐오 #사회생활의 부재 등이었다.
무업상태 청년들의 심리적·사회적 회복을 돕다
니트생활자 박은미 공동대표도 예정에 없던 무업상태가 되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 평소에 긍정적인 사람이었음에도 우울해졌다. 그로 인해 다시 급하게 취업을 했고 성급한 취업으로 인해 고용환경이 나빠졌다. 결국에는 근속기간이 짧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고용시장을 잠시 이탈해도 다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개인의 심리적·사회적 회복을 돕는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는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니트컴퍼니는 회사놀이를 통해 백수 생활의 리듬감을 되살리고, 개인 혹은 팀 프로젝트를 통해 자기계발 기회를 가져 무업기간을 전환기간으로 보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회사예요”
니트생활자는 사업 초반 다수의 무업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 서비스 진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90인의 무업청년과의 랜선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계획을 바꿨다. 랜선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은 무업상태로 인해 지속적으로 자존감이 낮아지고 있는 상태였다. 계속되는 취업 실패는 ‘내가 학벌이 좋지 않아서 그런가?’, ‘경력이 없는 것이 원인일까?’ ‘아,,. 역시 난 안 되나봐’라는 생각들로 끊임없이 자기혐오를 만들어 냈다.
사회 역시 백수 혹은 니트족을 무능력하거나 뭔가 문제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높다. 어디 가서 누굴 만나든, 늘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인지를 설명해야 하는 시대인 만큼 나를 증명할 소속이나 일이 없는 건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청년들의 자존심도 곤두박질친다.
이에 현재는 무기력, 우울감, 고립이 심한 청년니트들을 대상으로 4개월 동안 집중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니트컴퍼니에 출근하게 되면 처음 2개월은 서로 신뢰를 쌓으면서 사회적 연결감과 생활 리듬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빠른 취업보다는 삶의 활력을 유지하며 미래를 준비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 이후, 2개월은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해보는 협업의 기간을 가진다.
실제 회사에서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힘을 합하고 때로는 부딪히면서 일을 하는 만큼 이러한 협업의 시간은 일의 성패보다 과정을 집중하면서 자신에 대해 배우는 기회가 되고 있다.일반 회사와 같이 관심사에 따라 홍보팀, 인사팀, 회계팀 등 각자 업무도 진행한다. 이 외에 사내에서 하고 싶은 일이나 자신에게 필요한 일은 직접 기획해서 실행하고 있다.
공통 업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의 권리와 직장 내 인권>, <조직문화의 다양성>, <노동, 일의 정의와 변화>,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방법>, <동기부여 방식과 행동유발 방식 진단>, <표준화된 사회 속 성취, 성공과 개별성> 등을 주제로 각 사원들이 발제를 하고 서로 토론하는 시간도 가진다.
니트컴퍼니에 참여하지 못하는 청년들과는 라디오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청년들은 니트컨퍼니의 라디오 채널을 통해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민들을 나누며 자기 삶의 방향을 찾아내고 있다.
소속감이 만드는 작은 변화들
무업자들의 놀이터 ‘니트컴퍼니’의 사업은 청년들 사이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 어쩌면 니트컴퍼니에 입사하는 것부터 참여자들에게는 변화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가장 큰 변화는 니트컴퍼니에 출퇴근하며 심리적으로 굉장히 안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또한 취업이나 생활 정보를 공유하고 조언도 하며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고 있다. 현재 취업한 청년도 있고, 면접을 준비 중인 청년도 있다.
“아름다운재단과 사업을 진행하며 여러 매체에서 관심을 보이며 무업상태의 청년들을 응원하고 지지해 줬어요. 이러한 일들이 무업 청년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조금씩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니트생활자의 활동을 보고 많은 기관이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니트생활자는 이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각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니트생활자는 사업을 통해 ‘무업기간에도 안전한 사회’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안전한 공동체는 인간의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청년무업자들의 인식처가 되고 있는 니트생활자의 유쾌한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참고영상]백수들은 정말 돈도 안 벌고 집에서 운둔하는 사람들일까?
글 | 박아영 작가
이유나
오 정말 좋은 프로젝트인 것 같아요. 단체 내에서도 회원 대상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