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에서 방문한다고 미리 연락을 해서인지, 지정우 기부자님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습니다. 아마 아침 일찍 목욕탕에도 다녀오시고 이발도 새로 하셨나 봅니다. 그 밝은 빛처럼 인생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계시다는 지정우 님을 광주광역시의 자택에서 만났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거실 한가운데, 눈에 띄는 표구가 하나 보입니다.
“나는 한국의 최고령 색소폰 연주자로서 사회봉사가 꿈이다.”
지정우 님은 지난 1993년, 그러니까 55세가 되던 해 평생을 근무하신 자동차회사에서 퇴직을 하셨습니다. 퇴직한 후 지정우 님의 인생에 남은 것은 가족과 집 한 채 그리고 길고 긴 인생이었다고 합니다. 남은 기간동안 뭐든지 할 수 있었지만, 일본여행, 미국여행, 남은 인생을 여행으로 채우기엔 인생이 너무 길다고 느끼신 지정우 님께서는 독학으로 음악을 시작하셨습니다. 여러 악기를 다뤄봤지만 그 중에서도 색소폰은 취미 수준을 뛰어 넘은지 오래입니다.
취미는 이내 나눔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광주지역의 노인회관을 다니면서 색소폰으로 무료 콘서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인생을 살던 2001년, 신문에서 “자식들에게 뭘 주고 가시렵니까?”라는 기사를 보고 주저 않고,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지정우 님 앞으로 1계좌, 두 아들의 이름으로 2계좌를 기부하신지도 벌써 8년째. 마흔을 훌쩍 넘긴 두 아들에게 나눔이라는 아름다운 선물을 주고 있습니다.
“뭐, 아이들 교육용으로 시작했지. 별다른 뜻은 없어.”
그런데 그 말없는 조용한 교육이 결실을 맺은 것 같다며 표정이 금새 밝아집니다.
“아버지, 이제부턴 기부금 이제 제가 직접 넣겠습니다”라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고 지정우 님은 회고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넓은 강을 나눔으로 이은 아버지의 지혜에 아들도 마음이 움직이신 걸까요? 하지만 지정우 님은 “아니다. 내가 죽으면 그때부터 네가 해라”라며 만류하셨다고 합니다.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은 자식에게 큰 돈은 못 주더라도, 나눔의 실천이라도 남겨주고 싶었다는 지정우 님.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지혜를 떠올리게 합니다.
*愚公移山 [우공이산]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말로, 남이 보기엔 어리석은 일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목적(目的)을 달성(達成)할 수 있다는 뜻
(지정우 기부자님은 2001년 2월부터 1%기금에 참여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