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오아시스, 안식처, 전환점, 응원
아름다운재단과 더불어 캐낸 또 다른 삶의 의미

20년간 진행되어 온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변화를 담고자 진행된 연구

20년간 진행되어 온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변화를 담고자 진행된 연구


[연구보고서]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성과연구.pdf

2020년 12월 9일 <보호종료아동 지원사업 성과연구 : 경제적 지원과 사회자본의 결합효과> 결과공유회가 진행됐다. 아름다운재단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이하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 효과성 평가와 더불어 보호종료아동 지원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고 확장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 연구는 아름다운재단 지원을 통해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평가센터가 2020년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여에 걸쳐 수행했다. 2001년에 시작된 이후 20년간 진행되어 온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성과연구는 문헌조사, 양적연구, 질적연구 FGI,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이뤄졌으며, 연구의 대상은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 장학생(2013년~2019년 참여자)과 지원받지 않은 타 현금성 지원 참여자(정부 자립수당 지원대상자)였다.

선행연구로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의 연간보고서 활동집과 홈페이지 등을 분석했고, 이를 통해 ‘보호종료청년의 안정적인 사회자립 도모’라는 지원사업의 목적이 달성됐음을 확인했다. 또한 ‘학업유지 및 자기계발 기회 제공’과 ‘자립 준비 역량강화 및 지지체계 형성 도모’라는 양적 성과는 물론, ‘경제적 지원과 심리지원의 이중효과’, ‘네트워크 형성 지원’, ‘성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업’, 다양한 자원의 결합 효과‘라는 질적 성과마저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이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심리·정서지원, 사회적 지지체계 형성까지 아우른 통합지원이라는 방증이었다. 그로써 지원사업 참여자들은 자기계발 기회는 물론 자신감과 성취감 등 긍정적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매슬로의 욕구단계 이론에 따르면,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해소되고 나면 그다음 소속과 애정욕구, 자존에의 욕구로 나아가잖아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은 저차원적 욕구를 해소하는 데 많이 집중돼 있었어요. 최근 들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확대되면서 1차적, 2차적 차원의 욕구들은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해소된 상태라고 생각하고요. 그다음에 당연히 심리정서적인 욕구가 드러날 수밖에 없죠. 아름다운재단을 포함한 민간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이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어려운 도전과 모험을 민간서비스가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통해서 관이 따라올 수 있도록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 효과성 연구도 그 차원에서 꼭 필요한 작업이었어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다양하고 적확한 정책을 이끌 수 있는 민간서비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안재진 연구원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양적연구에서는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과 정부 자립수당 지원대상자 사이의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지원을 받았을 때 받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은 낮았고, 자존감, 공동체의식, 전반적인 행복감, 사회적 지지와 진로성숙도가 높았다. 이 결과의 요인은 ‘최종학력’과 ‘소득’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지원을 받은 이들이 사회경제적 박탈경험과 학업중단 위기를 겪지 않거나 잘 이겨냈음을 의미했다. 달리 말하면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이 학업을 지속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고 그로 인해 학력이 높아진 까닭에 높은 수준의 심리사회적 적응이 가능했다고 분석됐다.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작은변화 프로젝트’야말로 심리정서지원의 아주 좋은 모델입니다. 자조모임 형태의 지원이지만 그 안에서 멘토링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게 인상적이에요. 다만 개개인에게 맞춤한 더 섬세하고 체계적인 접근은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멘토 역할을 하는 작은변화 프로젝트 길잡이들의 역량강화 욕구에 좀더 초점을 맞춰야 해요.” – 김선숙 책임연구원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평가센터 센터장)

정선욱, 김선숙, 안재진 연구원

(좌측부터) 정선욱, 김선숙, 안재진 연구원

질적연구에서는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 참여자만의 차별화된 경험이 좀더 두드러지게 등장했다. 처음 지원사업을 접한 계기, 신청하고 인터뷰하고 면접까지의 과정, 선발된 후 교육비, 생활비, 작은변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무엇을 겪었는지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대다수의 지원사업 참여자들은 재단 담당자가 “나를 프로그램의 지원대상자가 아닌 지인, 아는 사람으로 대해주며, 진심으로 나의 성장에 관심이 많이 있을뿐더러 굉장히 응원해 준다”고 이야기했다. 면접 과정에서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개별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것을 보며 스펙이 화려하고 우수한 사람이 아닌 지원이 꼭 필요한 누군가의 가능성에 집중한다는 걸 느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절박해서 팽팽했던 일상이 조금은 느슨해졌다고 보고했다.

“절박하고 절실해지는 것은 실패하면 안 되기 때문이에요. 스스로에게 금욕적이죠. 절대로 돈 쓰면 안 된다든지. 그러다가 조금 여유가 생기니까 ‘나’에 집중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조금 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조금 즐길 수 있게 되고요. 못했던 것을 해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도전하는 거예요. ‘이렇게 해도 괜찮구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구나’를 경험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 정선욱 연구원 (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자들은 교육비와 생활비를 지원받고 작은변화 프로젝트를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학업 중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더불어 “굉장히 좋은 환경에 내가 놓여있다”거나 “다른 사람들과 얼추 비슷한 과정을 걷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거머쥐고 ‘만족’에 닿았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변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세상은 믿을 수 없어서 독립하려면 악착스럽게 혼자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재단의 지원을 받은 후엔 ‘사람이 도움이 되는구나’라고 깨닫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지향을 하게 된 것. 그래서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장학생들은 이 경험을 “예상치 않은 선물”이자 “누군가 뒤에서 자신을 받쳐주고 있다”, “응원해준다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것은 “오랜 갈증 뒤 ‘오아시스’에서 물을 마시는 경험”이기도 했다. 비로소 찾아든 여유와 안정감을 토대 삼아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됐다.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 참여자들의 상당수가 삶의 만족이라든지 사람과의 관계라든지 심리정서적인 부분의 변화를 이야기했어요. 내가 지금 우울하지 않고, 내가 자신감이 생겼고, 나도 한 번 해볼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변화가 생겼다고. 재단에서는 당연해서 목표로 내세우지 않았겠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죠. 그래서 반드시 정서적인 변화, 삶의 만족이라는 추상적인 내용들 또한 지원사업의 목표로 분명하게 드러내면 좋겠습니다.” – 정선욱 연구원 (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결론적으로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20년 동안 지속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보호종료아동에게 든든한 뒷심임에 틀림없었다. 국가장학금이 확대되었던 2014년, 사업을 중단하지 않고 외려 사각지대를 더 밝히겠다며 지원을 확대한 아름다운재단. 이것이야말로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물질적 지원만으로는 자립역량강화에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시점에서, 심리정서적 지원을 아우른 통합지원을 끊임없이 고심하는 재단은 앞으로 더더욱 보호종료아동에게 필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할 터다. 다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충분’하고 ‘집중’적인 지원이 필수이므로 좀 더 장기적인 안목과 오랜 호흡으로 동일한 대상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 볼 지점이다. 매뉴얼화된 서비스가 아닌 개별 상황에 반응하고 논의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에 초점을 둔 지원사업이 중요하다.

“보호종료를 앞둔 아동들 대부분이 진로계획이 부족해요. 일단 대학을 가요. 물론 1학년 지내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이게 아닌가보다 싶기도 하고 여러 변화를 직접 경험할 거예요. 그런 것을 잡아주기도 하고 2학년 때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잖아요. 대학을 다시 갈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 것들을 초반부터 잡고 공유하고 합의한 다음에 2학년 때부터 이렇게 가자, 그런 체계적인 관리가 아쉽습니다.” – 김선숙 책임연구원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평가센터 센터장)

“잘하는 게 아니라 욕구가 큰, 희망과 가능성을 가진 사람에게 지원하는 것이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의 특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선발된 지원대상자와 좀더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가지면 좋겠어요. 인적자원을 투입해 진로와 자립을 함께 계획하고 언제라도 물어볼 수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해요. 모두에게 똑같은 지원이 아니라, 저마다가 가진 변화를 위한 티핑 포인트를 넘어가도록 촘촘하고 개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 안재진 연구원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름다운재단은 올해부터 보호종료청년 중에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취업하게 된 경우 진로를 탐색해 더 다양한 대안, 좀 더 안정적인 발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비진학 청년 대상의 통합지원을 시작했다. 대학 교육비에 국한됐던 지원을 좀더 확장한 것이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지원대상과 닿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된 모험이다. 언제나 그랬듯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아 늘 배제되는 사람들, 사각지대를 밝히는 게 참여시키는 게 목적이다. 20년 전 보호종료청년의 교육비 지원사업을 시작할 때와 다르지 않은 바람. 앞으로 펼쳐질 재단 교육비 지원사업의 결과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어느 시설 청소년에게 자립지원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 물었더니, 키울 때 잘 키워주면 된다고 했어요.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고, 학교를 갔다 와도 오늘 학교생활 어땠니? 잘 지냈니?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다면서요. 보호가 종료된 다음에 개개인에게 맞춤한 장기적이고 심리정서적인 지원을 이야기하는 게 참 무색하다 싶더라고요. 그 청소년 말처럼 보호종료 전, 보호할 때부터 ‘그냥’ 하면 되는 거잖아요. 있을 때 잘하면 돼요. 나중에 관계 회복하는 데, 치유하는 데 에너지를 쓰려니까 힘든 거죠.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자립은 18세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준비하는, 진행되는 과정이니까요.” – 김선숙 책임연구원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평가센터 센터장)

글 우승연ㅣ사진 임다윤

[연구보고서]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성과연구.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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