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씨앗이 숲을 이룰 때까지

– 새내기 기부자 모임 ‘처음자리마음자리’ 현장 스케치 –

 

햇살이 제법 따스해진 4월의 어느 토요일, 아름다운 얼굴들이 모였다. 여름엔 그늘이 되어 주고 겨울엔 바람을 막는 든든한 나무가 되어줄 씨앗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이다. ‘처음자리마음자리’를 위해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한 새내기 기부자들이 아름다운재단을 찾아주었다.

처음자리마음자리 ‘기부자님 환영합니다’

작지만 꾸준한 변화

다소 어색한 첫 만남을 부드럽게 풀어주듯 아름다운재단의 ‘투명하다’ 영상을 보며 행사의 문이 열렸다. 뒤이어 아름다운재단은 ‘특정 개인이나 기업, 종교의 영향 없이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진 공익재단’이라는 설명과 함께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낯설고 서먹했던 분위기가 점차 따뜻하게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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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을 소개하는 시간

 

‘사회적 돌봄’ ‘꿈꾸는 다음세대’와 ‘변화의 시나리오’ 라는 세 가지의 큰 줄기 아래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김군자할머니기금에 대한 동영상을 함께 보았다. 사업에 대한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기부자들의 얼굴에 어색함은 사라지고 진지함이 더해졌다. 서로의 눈 맞춤 속에서 ‘작지만 꾸준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자부심이 피어났다.

시작과 성장, 그리고 나눔의 마지막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 기부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돌아왔다. 미리 마련된 보드 위에 나눔이란 어떤 것인지 적어보고 ‘나눔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각자 펜을 쥔 손길이 바빠진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서로 공감했던 부분은 모두에게 ‘나눔’이란 작은 시작이자 성장이라는 것이다. 어렵게 발을 뗀 나눔을 통해 스스로 자라고, 꾸준한 나눔을 통해 세상이 한 뼘 더 아름다워진다는 이야기가 모두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왔다.

나눔에 대해 적어보는 시간

 

“나눔이란 ‘처음이 어려운 습관’ 같아요. 큰돈이 아니어도 할 수 있고 막상 시작하면 생각보다 도울 수 있는 단체도, 영역도 많거든요. 시작이 어렵지만 시작하면 좋은 습관이 되는 게 아닐까요?”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 봉사활동을 많이 다니며 처음에는 기부와 몸으로 하는 봉사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기부를 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강화영 씨의 말이다. 나눔이란 누구를 ‘돕는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작은 시작이라는데 모두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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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의 엄마로서 삶이 쉽지는 않지만 나눔을 시작하면서 얻는 것이 많아졌다는 박정윤 씨 또한 기부를 시작하고 얻는 기쁨이 많아졌다. “나눔이란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인 것 같아요. 기부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얻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앞으로도 열심히 하게 될 것 같아요. 조그만 나눔을 통해서 굉장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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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 사회 초년생 김수정 씨의 씨앗도 이제 막 싹을 틔우는 단계다. “트위터를 통해서 아름다운재단을 처음 알게 됐어요. 노란봉투 캠페인, 세월호 일시기부 등을 재단을 통해 했었는데 이번에 첫 직장에 들어가게 되면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생각하다가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나눔은 ‘첫 발걸음’이에요.

그동안 어떻게 기부를 해야 할지 몰라 미루어두었는데 꾸준한 나눔을 시작할 정도로는 자신이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수정 씨의 말에 모두 환영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기부자 허주원 씨는 ‘나눔은 계속할 일’이라는 간략하지만 묵직한 코멘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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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에 첫 발걸음을 떼는 순간 나눔은 자란다. 나눔이 자랄수록 기쁨과 사랑은 두 배로 자랄 것이다. 또한, 세상을 함께 살아가겠다는 다짐은 꾸준함이 필요하다. 모두의 사정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다. ‘작지만 꾸준하게’를 마음에 품고 나눔의 씨앗을 틔워나간다.

나눔의 씨앗은 자기가 가진 그 색대로 아름답게 피어나 한데 어우러지며 세상을 한 뼘 더 아름답게 할 것이다. 기부자 모두 돌아가면서 나눔에 대한 생각을 밝힐 때마다 환한 웃음과 박수로 채워지며 훈훈한 온기가 피어났다.

즐겁게, 밝게, 투명하게

밝은 웃음과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마친 기부자들은 한결 가까워진 마음으로 평소에 궁금했던 아름다운재단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재단의 속살을 엿보는 기부자들의 마음은 하나가 되었다. 1층부터 옥상까지 재단의 공간마다 찬찬히 둘러보았다. 김군자 할머니의 사진부터 계단마다 걸려있는 기부자들의 사진, 함께 적힌 문구를 훑어보는 기부자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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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마련된 책장에는 아름다운재단에 인세 기부를 한 ‘나눔의 책’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책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책장 바로 옆,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이 일하는 공간이 있다. 정갈하게 정리된 사무실을 바라보니 왠지 모를 든든함과 신뢰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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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모두에게 가장 인기를 끈 공간은 바로 옥상이었다. 이른 봄이라 아직 꽃이 전부 피지는 않았지만 너른 하늘을 실컷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작고 푸른 나무들이 반기는 옥상을 둘러보며 한 기부자는 ‘실무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재단’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기부자들은 라운딩하는 동안, 그저 기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운영하는 재단의 모습을 실제로 지켜볼 수 있고 다른 기부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는 의견과 반가움을 전했다.

나눔의 씨앗이 숲이 될 때까지

처음자리 마음자리의 마지막, 나눔의 씨앗을 실제로 심어보는 시간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단 마당에 준비된 화분에 흙을 담고 씨앗을 담았다. 준비된 씨앗은 래시디로, 물만 주어도 쑥쑥 자라는 까다롭지 않은 식물이다. 래디시로 만들 수 있는 요리법까지 준비한 간사들의 배려에 기부자들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사람 한사람 차례대로 화분에 흙을 담고 씨앗을 담아 다시 흙을 덮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씨앗을 바라보며 작은 씨앗이 커다란 나무가 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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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씨앗 심기

 

아무리 커다란 나무도 그 시작은 작은 씨앗이었다. 작은 씨앗이 꽃을 피우고 나무가 된다. 꽃과 나무가 모여 아름다운 향기를 자아내는 향기 그득한 숲이 된다다. 처음자리 마음자리에서 심은 씨앗이 싹을 틔우는 동안, 우리의 마음에 심은 나눔의 씨앗 또한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한 뼘 더 아름다워질 세상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 때까지. 

나눔의 씨앗이 숲을 이룰 때까지 [처음자리마음자리 후기]

새내기 기부자님, 환영합니다!

글 이경희 |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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