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기부 아름다운Day는?
출생, 백일, 돌, 결혼, 생일 등 삶의 다양한 순간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기념일 기부입니다.
‘생애주기기부 아름다운Day’ 와 함께 특별한 순간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자 기부에 동참하신 기부자님의 나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아름다운Day 기부하기]
‘어렵게 얻은 아이가 아홉 달 만에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제 아이가 다른 친구들의 손을 잡고 함께 가는 아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전혜진 씨(37)와 장석문 씨(39) 부부가 현승이 ‘탄생 기념 기부 증서’에 아로새긴 메시지. 부부는 여느 부모처럼 딸아이의 출생 후 세상사와 사회문제에 한층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현승이는 난임으로 어렵사리 태어난 생명이다. 부부는 현승이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고 싶었다. 그것이 부모의 도리인 것 같았다. 그 일환으로 그들은 나눔을 선택했다. 나눔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초석이라는 진리를 이미 그들은 깨달았다.
국경을 초월하는 나눔의 생활화
전혜진 씨와 장석문 씨, 그리고 현승이까지 세 식구에게 나눔은 생활이다. 아름다운재단 외에도 난민을 돕는 단체 등 여러 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한다. 사실 나눔은 배우자가 반대하면 지속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부부는 15년여 동안 나눔의 러닝메이트로 호흡을 맞춰왔다.
전산직 공무원인 전혜진 씨와 장석문 씨는 대학교 선후배로 인연을 맺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다양한 기부에 참여했고 지금까지 나눔을 함께 실천하고 있다. 보통 아내가 기부의 방향을 제시하면 남편은 세부 계획을 조율한다. 그야말로 한마음으로 부부의 삶 속에서 나눔을 녹여낸다.
“전에는 일하느라 분주했고, 지금은 육아에 집중하다 보니 봉사나 연대 등 현장에서 활동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렇다고 눈앞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할 수 없잖아요. 당장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나눔이 기부였어요.”
전혜진 씨의 말씨에서 이웃을 위한 배려가 묻어난다. 실제로 그들은 타인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손배가압류 관련 노란봉투 캠페인과 일본의 지진 관련 1004엔 캠페인 등 국내외 국경 없이 세간의 문제적인 이슈에 수시로 응원의 손길을 내민다. 부부에게 나눔은 특이한 가치가 아니라 삶의 의무다. 그 증거로 전혜진 씨는 나눔의 철학을 공유하는 다수의 지인들을 언급한다.
“그동안 저희는 존경할 만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어요. 친구들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마음을 특히 공감해요. 그래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시간 내서 연대하거나 재정 써서 기부하거나, 혹은 글로 보호하거나 인권을 변호하거나 등등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그러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운이죠.”
사실 아름다운재단 역시 지인이 소개했다. 이모저모 살펴보니 아름다운재단은 후원금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적용하는 것 같았다.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신중한 통찰력도 확인했다. 그래서 부부는 결혼 기념 기부를 시작으로 현승이 탄생 기념 기부는 물론 다달나눔에도 동참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가끔은 그들이 아름다운재단을 소개받은 것처럼 주위에 아름다운재단의 나눔을 추천하기도 한다.
나눔의 선순환이 만들어가는 세상
지난 4월 23일은 현승이의 돌이었다. 전혜진 씨와 장석문 씨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무엇보다 부부는 1년 동안 딸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줘서 감사했다. 그래서 돌잔치의 축의금으로 돌 기념 기부에 참여했다. 축하객들에게도 미리 안내했다. 격려와 칭찬도 받았지만, 나눔을 유별나게 보거나 자기희생적이라는 시선도 적잖았다.
“직장동료나 주위어른은 나눔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더라고요. 에피소드를 들면, 직장에서 연말정산시스템을 제 이름으로 테스트했는데요. 상사가 지출내역을 확인하곤 기부가 지나치다면서 자신도 불우이웃이니 앞으로 식사를 제공하라 농담하시더라고요(미소).”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현승이의 돌잔치 속 나눔을 직접 살펴본 직장동료들의 반응은 고무적으로 달라졌다. 이렇게 현승이는 나눔을 알리는 존재로 성장해가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현승이의 탄생 후 부부의 나눔은 한층 확장됐다. 현승이 백일 무렵, 백일상을 차리는 대신 구청에 부탁해서 현승이 또래의 아기에게 로타 바이러스 백신 한 세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근래에는 인터넷 상에서 아기용품을 구하는 어느 한부모가족을 지나칠 수 없었다. 전혜진 씨는 수소문 끝에 지인을 통해서 구한 아기용품을 한부모가족에게 전했다. 물론 그 과정은 어려웠다. 구체적으로 도와줄 방법을 몰라서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을 비롯해서 여기저기 한참을 물었다.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지 않았다면 중도에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부부는 나눔을 위한 오픈 창구가 다각도로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타인의 도움 없이 살아가는 삶은 불가능해요. 뒤집으면 주변에는 나눔이 필요한 사람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그 나눔으로 도움을 받은 누군가는 훗날 또다른 나눔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죠. 나눔은 돌고 돌기 마련이니까요.”
나눔의 선순환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장석문 씨. 바로 현승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미래의 터전이다. 따라서 지금의 나눔을 지속하는 한편, 부부는 여건 되는 대로 나눔을 늘릴 예정이다. 그처럼 살아있는 나눔은 현승이에게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터. 부부의 바람처럼 현승이는 나눔을 구현하는 어른으로 장성하리라.
아울러 전혜진 씨는 궁극적으로 기부가 불필요한 이상적인 사회상도 언급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이상향이라 이내 고개를 저었지만, 현승이가 살아갈 세상은 좀 더 아름답길 희망하고 싶다. 지금은 전혜진 씨와 장석문 씨, 그리고 현승이처럼 지구별의 골목길마다 부지런히 나눔의 꽃씨를 흩뿌리는 사람들의 시대이다.
글 노현덕ㅣ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