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을 구경하는 간사들

지름신이 강림하신 부흥회 현장입니다. 벽에 붙은 포스터까지 완판됐답니다.


아름다운재단 벼룩시장? 아름다운재단이 있는 종로구 옥인동, 이른바 ‘서촌’에는 통인시장, 적선시장 등 유명한 시장들이 많이 있는데요.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 직장인들로 늘 북적북적하지요. 그런데 지난 6월 24일 아름다운재단 안에도 이에 못지 않은 시끌벅적 야단법석 시장이 들어섰습니다.

이 날 낮 12시 아름다운재단 대회의실에서는 깜짝 벼룩시장이 열렸어요. 얼마 전 아름다운재단에는 공간과 생활 전반을 개선하고자 하는 간사들의 모임 ‘공생위원회’가 꾸려졌는데요. 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시장을 열고 그 수익금으로는 간사들과 손님들을 위해 좀 고급진 커피를 사기로 했습니다.

넌 이미 지갑을 펼친다

“물건이 부족하면 어쩌지?” 하는 공생위원회 위원들의 걱정과 달리 며칠 전부터 박스가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옷∙신발∙책∙모자∙가방∙그릇∙식료품까지 품목도 참 다종다양했어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간사들은 셀러로 참여했답니다. 알고 보니 우리 간사님들이 모두 사랑꾼 재주꾼이었어요. 시장에 음식이 빠질 수 없죠. 수제 쿠키와 즉석 아이스크림이 등장했고요. 고급진 커피의 주인공 ‘아름다운커피’도 참여해 신상 ‘콜드브루’ 커피를 팔았습니다.

옥상텃밭 소모임 ‘고기반 풀반’에서는 바질 화분을 내놓았지요. 매일 노래를 선곡해 메일로 보내주는 ‘노래봇’ 서비스가 등장했고요.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 스티커와 직접 그린 드로잉 그림엽서, 팔찌 등 핸드메이드 소품까지 나왔답니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지요?

좌판이 벌어진 대회의실은 사실 간사들이 모여 월례회의를 하기에도 비좁은 공간이랍니다. 여기에 요렇게 많은 물건이 모이고 사람들이 떼로 몰려 물건을 고르는 그 풍경은… 그것은 완전 난장판이었습니다.

‘난장’은 “여러 사람들이 뒤엉켜 함부로 떠들거나 덤벼 뒤죽박죽이 된 곳”이라는 뜻과 “시골에서 정해진 장날이 아닌 때에 특별히 며칠 동안 터놓은 장”이라는 뜻이 같이 있거든요. 그날의 아름다운재단은 어떤 뜻으로도 난장! 시끌벅적 뒤죽박죽 뒤엉킨 즐거운 장터였던 거죠.

핸드메이드 소품, 식료품, 와인, 그릇, 모자, 옷, 화분, 화장품, 마네키네코 저금통까지..

핸드메이드 소품, 식료품, 와인, 그릇, 옷, 화분, 화장품, 마네키네코 저금통까지… 만물 잡화상! 단돈 500원부터 시작한답니다.


이런저런 옷들을 걸쳐보고 옆 사람에게 “이거 어울리냐”고 물어보는 사람, 여기저기 바람 잡으면서 “따악 니 옷이다, 바로 사라”고 꼬시는 사람,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는 셀러들까지. 그 와중에 흥정과 떨이도 다이나믹하게 벌어졌지요.

다 아는 사람들이 내놓은 물건이다보니 또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가끔은 “너한테 딱 어울려”라고 물건을 권했다가 “아,그거 내가 가져온 거야”라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지요. 좀 야하거나 독특한 아이템이 나오면 “도대체 이건 어디서 나온 거냐”고 출처를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꼬리표도 떼지 못한 야한 옷은 확인 결과 슬프게 한번도 입을 기회가 없어서 새 옷이었답니다. ㅠㅠ 다행히 보다 활용도가 높을 만한(?) 새 주인을 찾았어요.

간사들의 적극적 참여로 준비한 물건은 대부분 완판. 예에~~~ >_< 심지어 대회의실 벽에 붙여둔 송중기 님의 맥주 포스터마저 품절됐답니다. (단돈 500원이었는데, 한 간사는 “중기님을 500원에 살 수는 없다”면서 자발적으로 1천원을 냈어요.) 덕분에 간사들은 송중기 님을 바라보며 여름을 보낼 수 있게 됐고, 포스터를 가져온 ‘편의점집 딸’ 모 간사님은 바로 어머님께 전화를 해서 자랑하기도 했지요.

1시간은 정신 없이 지나갔습니다. 어느 새 제대로 지름신을 영접한 저…1천원, 2천원씩 슬금슬금 쓰다보니 어느새 지갑은 텅 비어갔습니다.그래도 사고 나서 후회스러운 물건은 하나도 없이 만족스러운 쇼핑이었어요.

플리즈, 플리마켓 어게인

벼룩시장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듯 합니다.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은 “우리에겐 아직 한 무더기의 정리할 옷가지가 있다”면서 한번 더 하자고 하네요. ^_^

저도 열심히 “한번 더”를 부르짖고 있어요. 사실 제가 이번에 셀러로 데뷔를 했거든요. 자취생활 중 얻은 대강대강 요리 노하우를 동원해서 약식과 사과파이를 만들어왔어요. 전날 술을 먹고 밤 늦게 음식을 만드느라 엄청 피곤했고, 너무 많이 만드는 바람에 막판에는 눈물의 점포정리를 해야 했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재미났답니다. 다음엔 또 다른 레시피로 적당량의 음식을 만들어서 선보일까 해요. ㅎㅎ

공생위원회의 활동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여러 차례 워크숍 끝에 아이디어 샘솟는 회의실, 소통이 원활한 사무공간, 원활한 수납 정리 등 프로젝트 주제도 정했답니다. 각 프로젝트를 벽에 붙이고 며칠간 간사들의 제안도 받았지요. 그리고 첫 작품으로 벼룩시장도 열게 된 것이지요.

다음 벼룩시장은 또 얼마나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질지, 아름다운재단 공생위원회가 얼마나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나갈지, 다음 기회에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공생위원회 뽜이팅!!!

간사가 만든 사과파이, 약식, 쿠키

막상 들고와보니 약식은 너무 많았고, 사과파이는 너무 적었습니다. 그래도 완판했어요!

 

 1. 대강대강레시피 ‘약식’

 – 준비물 : 찹쌀, 흑설탕, 간장, 참기름, 계피가루, 견과류

① 찹쌀을 4시간 이상 물에 불립니다. 출근할 때 불려놓고 저녁에 돌아오면 딱 좋아요. 주말엔 밤에 불려놓고 오전에 일어나면 되고요.

② 양념을 대강 준비합니다. 비율은 찹쌀 4컵에 간장 2컵, 설탕 2~3컵, 참기름 쪼끔, 계피 쪼끔인데요. 설탕은 약간 부족한 듯 넣으세요. 맛이 심심하면 밥이 다 된 뒤에 다시 간장과 설탕을 더해서 주걱으로 섞어도 됩니다. 밥이 뜨거워서 잘 녹습니다.

③ ‘하루견과’를 2~3봉지 사서 봉지째 칼등으로 쿵쿵쿵 부숩니다. 밤엔 좀 시끄러우니 내리찍지 말고 살살 눌러서 으깨주세요. 깐밤도 적당히 자르고 취향대로 아무거나 막 넣어줍니다.

④ 잘 불려진 찹쌀에 ②와 ③을 넣고 ‘취사’ 버튼을 누릅니다. 찹쌀을 이미 한번 불렸으니 물은 조금만, 1컵 정도만 올리면 돼요. (너무 질면 까짓꺼, 다시 취사하면 됩니다.) ‘보온’으로 넘어가면 적당한 틀에 넣어서 식힙니다. 적당히 포장해 얼려놓고 아침에 꺼내먹으면 ‘든든한 언약식’!!!

 

2. 대강대강레시피 ‘사과파이’

 – 준비물 : 건빵, 계란, 사과, 흑설탕, 계피가루

① 건빵 1봉지를 믹서기에 갈고 계란을 2개쯤… 반죽이 질척하지 않을 점도로 넣어주세요. 수제비 반죽 정도의 질감이랄까요? 하지만 좀 실패해도 괜찮아요. 다시 구우면 되니까요. 반죽은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② 사과 1개를 아주 작게 토막 썰어줍니다. 볶음밥 야채 정도 크기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흑설탕과 계피가루를 넣고 팬에서 졸여줍니다. 땅콩도 추가할 수 있어요. 사과 졸임에서 물이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국물’은 파이에 넣지 마세요. 바닥이 눅눅해져서 젖은 건빵 느낌이 되거든요.

③ 케익틀이나 적당한 오븐용기에 식용유를 발라줍니다. (안 그러면 파이가 달라붙어요.) 저는 오븐용기가 없어서 대강 은박지를 접었습니다. ①을 바닥에 깔고 옆면에도 펴발라줍니다. 반죽이 남으면 이따 사과 위에 덮어줘도 됩니다

④ 이제 ③파이지에 ②사과를 얹고 오븐이나 미니오븐에서 적당히 굽습니다. 파이는 처음엔 좀 바닥이 눅눅해도 식으면서 좀더 드라이해지는데요. 너무 눅눅하거나 더 바삭한 맛을 원하면 다시 구워도 됩니다. 태우지만 마세요.

* 위의 레시피들은 워낙 대강 만들다 보니 종종 실패합니다. 괜찮아요. 먹어도 죽지 않아요. 다 그러면서 느는 거죠.

 
벼룩시장 풍경

아름다운재단, 벼룩시장, 성공적 ! 다음 시장도 기대해봅니다. 후훗

 

글 | 박효원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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