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찾아가는 서비스 첫 만남. 벌써 명제 기부자님을 만난 지 한 달이 훌쩍, 두 달이 가까워 온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올 여름은 유난히도 빨리 지나갔습니다. 조만간 새로운 포스팅으로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더운 여름, 몸도 마음도 조금은 나른해진 탓인지 생각보다 늦어졌습니다.

이제는 더위도 한 풀 꺾인 듯 하고, 여름휴가로 재충전도 했기에! 다시 힘을 내봅니다. 오늘 아침은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어두었더니 그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친구삼아 설렘 반 긴장 반이었던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날의 제 일기장을 여러분께 살짝?! 공개할게요. ^^

 

7월 7일 / 날씨 맑음

제목 : 칠월 칠석, 반가운 손님맞이

사실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 칠석은 음력을 말하는 거라지만, 행운의 숫자 ‘7’이 두 번이나 겹치는 7월 7일 오늘은 꼭 견우와 직녀가 아니더라도 왠지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될 것처럼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 사실.. 바로 그날이기도 하니까!!

내 인생 첫 interviewer가 되던 날, 나의 첫 interviewee를 만나다!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님이시라면 재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누구보다 크시지만, 간사와의 만남이 조금은 쑥스러울 수 있기에 기부자님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디 성공하길!’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수화기에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었는데…  

“연락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그럼 그날 뵙겠습니다~.” 

드디어 기부자님과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바로, 최명제 기부자님!
기부자님과 일정을 정하는 전화를 끊고부터 긴장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D-day를 기다리길 2주. 

‘기부자님께서 부담스럽지 않은 편한 자리를 만들면서도, 서로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진솔하게 나눌 수 있고, 그 시간과 자리를 기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기획은 했었지만 점점 커지는 욕심에 세부적인 고민들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고민은 스트레스라기보다는 친한 친구를 초대하기 전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어떤 음식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와 같은 행복한 고민이었다. 그런 생각들을 구체화하며 보낸 2주가 지나고,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초보 인터뷰어로서의 티를 팍팍 내는 것이겠지만, 나름대로는 성공적인 인터뷰를 위한 최선의 노력으로 기부자님을 만나기 전, 궁금했던 이것저것들을 A4 여러 장에 가득 메운 인터뷰 리스트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대화를 시작하면서 알아챘다. 사실상 그 질문지는 시간이 갈수록 큰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기부자님 이야기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게 되면서 이야기 속에서 생긴 궁금증이 다시 질문으로 이어지고, 그 답이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다. 

사실 기부자님도 준비하는 나도 긴장감을 조금 풀어보려고 인터뷰 시작 전, 재단 라운딩을 마치고 내려오시는 기부자님께 깜짝 생일파티를 했었다. 007작전 못지않게 서촌에서 유명한 빵집 몇 곳을 들러 맛있는 케익과 쿠키를 준비하고 몰래 숨겨두었다가, 기부자님의 동선을 파악해가며 아래에서는 비밀스런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위에서는 티 나지 않게 안내하는 팀웍을 십분 발휘했다. 서로 조금은 쑥스러웠지만 그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큰 소리로 박수치며 불렀던 생일 축하 노래 덕분인지 어색함이 한결 사라진 듯 했다. 처음 만난 지 20분 남짓 만에 생일파티라~ 이것도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지 않을까^^ 처음에는 약간 긴장한 듯 보였던 기부자님도 시간이 흐르자 한결 편안해진 듯 특유의 미소 가득한 얼굴로 차분하게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나가셨는데, 그 모습을 보자니 덩달아 나 역시 꼿꼿하게 세웠던 허리를 어느새 의자에 살짝 기대는 여유가 생겼던 것 같다. 팀장님의 든든한 지원사격 덕분인지 서로가 편해져서인지 어느새 딱딱한 느낌의 ‘기부자와의 인터뷰’라기 보다는 ‘나눔을 실천하는 또래 친구와의 편안한 수다’자리가 되어있었다.

빠질 수 없는 이야기, 나눔의 의미

‘나에게 나눔이란…’. 짧은 시간 내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기부자님들을 만나면 결코 빠질 수 없는 질문. 꼭 듣고 싶은 이야기라 이번에도 역시 놓칠 수 없었다. 대신 공기 중에서 사라지는 말이 아닌, 눈으로 두고 보면서 그 의미를 조금 더 오래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자님의 나눔의 의미를 담아낼 작은 메모판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어젯밤 아주 오랜만에 근처 문방구에 들러 준비물을 산 뒤, 퇴근 후 집에서 그리고 오려서 붙이고.. 뚝딱뚝딱. 오랜만에 미술 시간 만들기 수업이 떠오르며 일이라는 느낌 대신 인터뷰의 한 코너를 장식할 모습을 상상하며 즐겁게 준비했다. 오랜만의 가위질이라 그랬는지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서인지 시계는 어느덧 밤 10시. 그렇게 만든 내 정성을 알아주시는 듯, 한참이나 신중하게 고민하며 나눔의 의미를 써 주시던 기부자님의 모습이 참. 감사하고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얻은 답, 최명제 기부자님에게 ‘나눔이란, 많은 사람들과의 새로운 만남’이었다.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나눔을 결심하는 계기를 찾을 수도 있고, 나눔이라는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기부자님. 그 만남이 좋고, 그 만남의 소중함을 알기에 지금처럼 꾸준한 나눔을 이어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가장 지키기 어려운 약속, 자신과의 약속을 너무나도 멋지게 지키면서 말이다. 

원래도 재단에서 재능기부를 하며 맺은 인연이 있었지만 오늘을 계기로 새로운 인연이 또 늘었다며, 더 자주 찾아와야겠다고 활짝 웃으시던 기부자님. 나도 모르게 뭉클한 마음마저 들었다. ‘만나길 참. 잘했구나.’ 기부자님과 만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 역시 많이 배웠다. 아름다운재단의 간사라면서 매번 마음으로 그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며 하는 적극적인 기부보다는 어느새 매월 통장에서 출금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정도의 수동적인 기부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닌지 조용히 반성하게 됐다. 

길고도 짧았던 하루. 반가운 손님맞이, 차린 건 많지 않았지만 아주 많이 배부른, 마음 부른 하루였다!
오늘 일기 끝.

p.s. 추억은 방울방울, 남는 건 사진이더라.

기부자님을 배웅하고 며칠 뒤, 채 가시지 않은 만남의 여운과 함께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선물^^ 

이름 하여, 정성을 담뿍 담은 made by 서수지 간사-포토북 😀

거창한 선물은 아닐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기부자님께 그날의 시간이 가끔 기분 좋게 떠오르는 특별한 추억이 되길, 그 추억이 나눔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조그마한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차곡차곡 앨범에 넣으며 그 시간들을 내 마음 속에도 다시 한 번 새겼다.  그 마음이 기부자님께도 잘 전달되리라 믿으며! 


 비영리재단에서 일을 하기 전, ‘기부’라는 단어는 뭔가 큰돈을 내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나눔’이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나눔이란, 누구든 언제든 무엇이든 가능한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자신만의 아름다운 나눔의 습관을 만들어 실천하는 최명제 기부자님이 부럽기도 합니다. 

초대한 재단에 방문하시며 오히려 간사들에게 줄 디저트 선물을 사 오시는 센스만점 기부자님,

나누는 사람의 표정은 이런 걸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은근한 미소가 인상적이던 기부자님.

덕분에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 만남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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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서비스란?

기부자님과 직접 만나 따스한 눈빛을 나누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에 대해 궁금한 점을 쏟아낼 수 있는 뜨거운 소통이 부족함에 늘 아쉬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찾아가는 서비스’가 탄생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재단 간사가 궁금한 기부자님, 사회 변화를 만드는 일, 나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기부자님 언제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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