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반대합니다, 아이들에게 생명을…… 마음을 다해 주세요, 지구별에게 생명을.”
해운대 바닷가 높이 하늘에 울려 퍼지는 멜로디. 지난 7월 12일 정오 즈음 흰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청치마를 입은 청소년 무리가 해운대 광장에서 호흡을 맞춰 한껏 율동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열 번이고 또박또박 핵을 반대하는 플래시몹을 몸짓하는 그들. 대구YWCA의 자발적 청소년 모둠인 그들은 ‘청소년 바른 생활 지킴이, 청.바.지’다.
탈핵마저 품어 버린 청소년 <청.바.지>
성인도 관심을 가지기 힘든 주제, 탈핵. 대구YWCA에서 에너지 전략 교육을 듣게 된 ‘청소년 바른 생활 지킴이, 청.바.지’는 탈핵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체르노빌부터 후쿠시마, 밀양의 송전탑까지 원자력 발전소가 내재하는 방사능의 위험은 재앙,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청.바.지’는 또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탈핵 캠페인을 벌이기로 결심했다.
“피폭의 폐해 때문에 출생한 기형아를 영상으로 봤거든요. 그 애들은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그것도 그렇고 밀양의 송전탑을 반대하는 어르신들도…… 이제는 그 같은 일이 발생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탈핵 캠페인을 생각한 거예요. 그 메시지를 또래 아이들에게 전달하면 우리의 미래가 바뀔 거잖아요.”
‘청.바.지’는 무엇보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확고했다. 하여 소중한 계획 하에 그들은 청소년의 자발적 사회문화 활동을 장려하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사업에 공모, 대상으로 선정됐다.
우선하여 ‘청.바.지’는 탈핵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부채를 활용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부채는 전기 없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상징적인 물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탈핵 관련 문구 및 그림을 부채에 새겨 넣고 나눠 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또 다음으로 그들은 7월 12일,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아이들에게 생명을’이란 탈핵 노래에 맞춰 플래시몹을 진행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그날은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 있는 송전탑 건설 현장인 밀양을 방문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계획도 세웠다.
해운대 바닷가보다 아름다운 그들
‘청.바.지’가 해운대에서 탈핵 플래시몹을 펼치기로 예정했던 순간이 다가왔다. 대구에서 부산의 해운대로 모인 ‘청.바.지’는 3월부터 탈핵 캠페인을 벌여 왔던 부채를 손에 들고 백사장을 배경으로 플래시몹을 시작했다. 그날은 ‘청.바.지’뿐만 아니라 타 지역 YWCA 청소년들도 합세했다. 모두 40여 명. 그들의 플래시몹을 바라보는 시선은 주로 잠잠했지만, 더러 호기심 어린 눈길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그들은 열 번이고 플래시몹을 통해 탈핵을 전달했다.
‘청.바.지’와 내내 함께했던 대구YWCA 간사님은 눈앞에서 탈핵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있는 아이들이 그저 대견할 뿐이었다.
“탈핵은 어려운 주제인데다 반대하는 입장도 생각보다 많거든요. 그런데 청.바.지 아이들은 청소년의 시선으로 탈핵을 표현하더라고요. 탈핵 관련 도서를 사서 공부하면서 막 컵 같은 것도 만들자고 하고…… 가끔 과한 요구를 할 때는 부담스러울 때도 있는데, 한편으로 그게 참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플래시몹을 마무리 지은 다음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다름 아닌 부산반핵영화제에 참여하는 동시에 그곳에서도 플래시몹을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날은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이었지만, 사정상 탈핵 관련 영화 및 북 콘서트 참여로 대체됐다. 그래서 ‘청.바.지’는 밀양을 찾아가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그 지역의 어르신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가만히 따지고 보면 어르신들은 다음의 세대인 우리를 위해 송전탑 건설을 막아 주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부조리한 사건도 많이 발생했고요. 그분들한테 가장 큰 도움은 함께 있어 주는 거라고 들었거든요.”
미래를 밝혀 주는 ‘청.바.지’의 꿈
‘청.바.지’팀은 애니메이션 영화 ‘너구리 폼포코 대작전’ 관람 후에 ‘무지개 욕심 괴물’ 북 콘서트에 참여했다. 이것으로 그날의 탈핵 여정을 매듭짓고 저마다의 보금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청.바.지’의 소망은 거기서 그침 없이 더욱 불타올랐다. 그들은 탈핵을 SNS나 영상으로 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탈핵을 비롯해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더욱 폭넓은 계획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
“저희가 살고 있는 대구는 에너지 절약 도시래요. 그리고 태양열 에너지 모으는 발전소도 있대요. 원자력 발전소가 저렴하다지만 미래는 값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원자력 발전소 대신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짓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돼요.”
태양열 에너지는 물론 신재생에너지마저 염두에 두는 ‘청.바.지’. 순수한 만큼 진지한 그들은 더 나아가 또 다른 청소년들의 동참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머릿수가 많을수록 아이디어도 늘어나기 마련이라고. 그 같은 그들의 말투가 흐뭇한 것은 그들의 마음에는 누가 봐도 타인을 위한 따스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리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식 없이 동정심 어린 탈핵만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왠지 어른도 부끄럽게 만드는 그들은 의식 있고, 실력 있는 청소년들이었다. 그리고 순진하고 열정 어린 앳된 얼굴들이었기에 정말이지 우리의 미래는 희망을 엿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글. 노현덕 ㅣ 사진.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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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담은바람
멋진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네요 ^^
긍정적인홍미씨
예 정말 멋진 아이들 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