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뭐에 쓰려고 샀어?”
퇴근길, 동네마트에 들려 고양이 사료 한 봉지를 샀습니다. 처음 사보는 터라,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몰라 선택하는데 무려 20분이나 걸렸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무섭고, 강아지가 혹여 날 물지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사람 중에 하나였습니다.
길냥이에 대한 나 혹은 우리의 착각
어느 날, 어두운 골목길에서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고양이를 맞닥뜨렸습니다. 멈칫하는 사이 그 고양이는 다가와 저를 보며 가냘픈 목소리로 ‘야옹~야옹~’ 울기 시작했습니다. 용기를 내 쓰다듬어줬더니 아예 이 녀석, 떼구르르~ 구르며 배를 드러내 보였습니다.
애묘인(愛猫人)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마도 사람의 손을 탄, 집고양이 출신일거라 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젠 그 고양이는 길냥이로 살아가야겠지요.
그 고양이와의 만남 후로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왜 길냥이(주인없는 길고양이를 이렇게 부르더군요)들은 다 후덕할까? 이 질문에 돌아온 답은 조금 슬펐습니다.
길냥이들은 사람들이 버린 ‘짠’ 음식쓰레기 먹다보니 신장이 나빠져 몸이 부은 것이랍니다. 그래서 길냥이들에겐
깨끗한 식수와 사료가 필요하다고.
아름다운재단이 있는 가회동 주변에도 길냥이들이 많습니다. 네 맞습니다. 20여 분이나 걸려 고른 사료는 가회동 길냥이들을 위한 밥입니다. 길냥이들의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2층 테라스에 깨끗한 물과 사료를 준비해놓았습니다. 얼마 후 가 보니, 물도 반 쯤 줄어있고, 사료도 깨끗하게 비워져 있습니다. 왠지 뿌듯하네요. ^-^
그렇게 시작된 고양이와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져 이젠 ‘밥 때’가 되면 녀석들이 먼저 찾아와 기다리기도 합니다.
조금 특별한 지원사업 ‘아름다운재단, 유기동물을 부탁해!’
얼마 전 아름다운재단에서는 조금 특별한 지원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인 KARA에 의료장비, 미용장비를 갖춘 차량을 지원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유기동물에게 응급진료 및 전문적인 의료서비스와 미용차원이 아닌 피부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미용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9년 전, 처음 유기동물을 위한 기금이 아름다운재단에 만들어질 때 만해도 ‘동물이 지원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낯설었는데, 세상의 변화에 따라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사업에도 새로운 지원영역이 개척되어 갑니다.
이런 새로운 시도가 반려동물(伴侶動物)이라는 뜻대로, 인간과 동물들이 서로 벗이 되어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아마도 그런 세상이 인간에게도 행복한 세상이 아닐까요? ^_^
Huyu
항상 아가들을 보면 신장이 안 좋은 것도 그렇지만, 겨울에는 특히나 춥기 때문에 트럭 같은 곳 밑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서 아깽이 길냥이들이 자다가 치어 죽거나 길에서 차에 치어 죽는 경우가 많은데, 어딘가 곱게 묻어 주기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 한 곳에 눕혀 주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그냥 쓰레기 취급하는 게 정말 안스럽습니다.
자기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죽어도 그럴까요? 저는 미처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 제 주변의 착한 아가씨들은 길냥이들이 먹을 수 있는 저염 소세지 (일반 소세지나 스팸은 너무 짜서 절대 안 돼요) 같은 걸 가지고 다니다가 주고는 해요. 재단에서도 널리 알려주시고, 다른 분들도 내 아가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눈여겨 보고 돌보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동네에도 길냥이들이 참 많은데 다행히 다들 잘 돌보아 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아가들, 결국 길 잃은 고아들이랍니다.
tora
저희 동네에도 아기고양이때부터 봐왔던 길냥이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어느날 굉장히 힘들때 반갑게 아침 인사를 해주던 그 고양이 이제는 볼 수 없어 궁금합니다.
그때 너무 고마워서 울음이 나왔는데…
어디에서 잘 지내고는 있는지… 그 고양이도 굉장이 후덕한 모습이였는데..
이런 이유였군요. 전혀 몰랐어요.
윗글에서 처럼 동물들이 지원대상이 된다는 점이 아직 익숙치 않지만
버려진 유기동물들에게 아름다운재단에서 도움을 주신다니 굉장히 반갑네요.
유기견사랑
여기견 뿐 아니라, 유기묘 문제도 참 심각하죠. 길거리를 배회하는 아그들 보면 정말 마음 아플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 아이들을 구조하고 돕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런 유기견, 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위해서도 힘썼으면 해요. 사실 문제는 심각한데 반해서 지자체에서도 임기응변식이 많고…원초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동물들에게 고유의 인식칩을 넣는 방법도 있고, 많은데, 지자체에 따라 시범사업만 하더니 그 뒤로 조용하네요. 조례라도 생기면 좋겠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