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기부를 해 본적 있나요?
십여 년 전만 해도 기부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인이나 돈 많은 부자가 하는,
자연재해가 났을 때 방송사 앞에 줄 서서 하거나
겨울철 시내 중심가에 놓인 모금함에 머쓱하게 넣는 것이었습니다.
일상적인 기부라는 건 종교기관에 내는 시주나 헌금 정도였지요.
2000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돈쓰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위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시민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은 “세상에 나눌 수 없는 것은 없다”,
“내가 나눌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이란 의미를 담은 기부 브랜드 <1%나눔>을 꾸준히 세상에 알려왔습니다.
‘누구나’, ‘일상적인’, ‘부담 없이’, ‘재미’, ‘참여’. 이 다섯 가지가 <1%나눔>의 키워드입니다.
크기와 상관없이 모두가 1%를 나누는 세상, 참 야무진 꿈이지요.
2012년 현재, 누군가 손을 내밀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자선을 베풀던 시절에는 없던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부를 활용하는 시민모금가
그리고 기부와 모금으로 시대와 호흡하는 커뮤니티가 바로 그들입니다.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를 보시면 솔찬히 만날 수 있습니다. http://www.beautifulfund.org
그리고 기업의 기부 즉 기업사회공헌도 고객과 신뢰를 쌓기 위한 홍보적 관점에서
임직원의 조직 화합까지 이끌어 내는 핵심가치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의 가치가 기업 경영전략의 중요한 일부로서 작용하기 시작한 게 아닐까합니다.
자선바자회와 두레 그리고 소셜펀딩
통상 ‘자선바자회(charity+bazaar+會)’라고 하는 것은 외래에서 들어온 가치입니다.
자선(charity)는 일반적으로 종교적, 윤리적 동기에 의해 불쌍히 여기거나 이웃애 또는 종교적 실천덕목 등을 총칭한 반면,
바자(bazaar)는 공공 또는 사회사업의 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벌이는 시장을 어원에 두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비영리단체를 다섯 손가락으로 꼽고 그 공통적인 가치를 물어보면 대체로 ‘자선’을 답할 것입니다.
그 만큼 ‘자선’은 비영리단체의 일반적인 트렌드 입니다.
형태는 좀 다르지만 우리에게도 서로가 서로를 돕는 전통적 가치 두레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두레의 흔적을 엿볼 수 있지요. 민간 협동체 즉 생협, 신협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두레가 외래 가치인 자선과 만나 기부를 접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은혜를 베푸는 독지가가 없어도, 명성을 갖춘 조직이 앞서지 않아도,
부당하다 옳다는 자기 판단 아래 개인이 하나 둘 모여 함께 모으고, 만들고, 나누는 공동체가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꿈꾸는 다음세대’를 위해 종종 1%나눔에 참여하는 기부자 A씨.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어느 때 부터인가 아이들 사이에서 요요가 붐처럼 일고 있는 것을 인식한 A씨는
요요를 살 수 없는 아이들도 다 함께 요요를 배우고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봅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요요를 살 수 있도록 기부해 달라고 모금에 나섭니다. 기부자에서 모금가로 변화한 것이죠.
그렇게 모금을 시작한 A씨는 낯모르는 사람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요요를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요요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강습교사를 구해 아이들이 요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이때 A씨는 모금가에서 자원이 필요한 곳으로 기부금을 전달하는 지원자로 다시 변화합니다.
“요요 없지만, 하고 싶어” 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독지가를 찾는 것이 아닌 함께 그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진짜 읽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저는 이것이 신생 두레라고 보았는데, 사람들은 소셜펀딩이라 하더군요.
아무튼. 명성을 가지고, 어떤 형식을 갖춘 자 만 하던 자선과 바자라는 기부트렌드가
사람과 사람이 모여 서로를 믿고 신명나게 문제를 풀어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진화하고 있는 기부와 나눔의 모습이 아닐까요.
글 | 서경원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