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님, 안녕하세요? ^^
저는 이번에 새로 홍보를 담당하게 된 신은정 간사라고 합니다.
재단에 기부를 하시다보면 일들은 제대로 하고 있나…재단은 어떻게 굴러가는건가…잠깐이라도 궁금해지실 때가 있으시죠?
그런 궁금증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제가 두 팔 걷어 부치고 나서겠습니다. 사실 이제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두 달 남짓된 저의 궁금증과 기부자님들의 궁금증이 제일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봅니다.
아, 물론 일단은 제 업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구요, 그 외 재단에서는 늘 여러 가지 스펙터클한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으니 그런 것들이 있을 때마다 열심히 알려드리는 스피커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사실 여기에 오기 전 기자였어요. 방송국에서 4년 반 동안 기자로 일하며 사회부에만 3년 정도를 있었죠. 사회부에 있다보면 아무래도 시민사회단체나 복지 재단 등에 취재 협조 요청을 드릴 때가 많은데 마침!!하필이면!! 홍보팀에 오다보니 옛날 (그만둔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옛날같이 느껴지네요 ^^;)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그래서 오래간만에 버리지 않고 모아둔 취재수첩들을 뒤적거려 봤습니다.
정신없었던 시간처럼 정신없이 많은 것들이 적혀 있네요. 그 중 태반이 사람들의 연락처입니다. 사실 이 기자수첩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 수많은 개인번호를 어떻게 하지…하는 고민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홍보팀에 와서 처음에 제일 놀랐던 것이 바로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상당히 보수적으로 응대 한다는 것.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사례1) 기자 : 00신문인데요, 그때 부탁드렸던 돌 기념 나눔에 기부하신 분 섭외 됐나요?
간사 : 아…지금 담당하시는 간사님께서 기부자님과 연락중이세요.
기자 : 제가 직접 그분과 통화할 수는 없나요?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간사 : 죄송합니다. 저희는 섭외 전까지 기부자님 개인 연락처는 알려드리지 않고 있어요.
사례2) 기자 : 00방송인데요, 지금 시설아동급식비 문제 취재 중이에요. 그런데 시설 취재를 하고 싶은데 기관 좀 소개해주세요.
간사 : 그럼 저희 쪽에서 기관에 취재 협조 가능하신지 여쭤보고 연락드릴게요.
기자 : 제가 직접 기관이랑 통화하면 안 될까요?
간사 : 네 안 됩니다. (물론 이렇게 직접적인 표현을 쓰진 않지요^^;)
그동안 제가 취재해왔던 재단이나 기관들은 섭외를 요청 드리면 핸드폰 번호나 전화번호를 불러 주면서 직접 통화해보라고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지원자님들 개인번호도 아무렇지도 않게 주는 곳들이 많았어요. 간혹 직접 연락을 못하게 한 곳도 열에 한두곳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겉으론 티내지 않아도 속으로 왜 이렇게 까다롭지…급한데…하면서 투덜댔었죠.
그런 우리나라의 취재 환경에 익숙해져있던 제가, 처음 재단의 원칙을 듣고 접했을 때, 그리고 직접 기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야 했을 때 얼마나 생소했겠습니까. 솔직히, 정말 솔직히 말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재단’을 한번 더 거쳐 기자와 취재원이 연결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번거로워지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에요. 속 터지는 건 기자도 그렇겠지만 그렇게 기자에게 섭외를 해줘야 하는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던 어느날, 섭외를 부탁드린 어느 간사님이 기부자님과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습니다. 정성껏 취재의도와 내용을 말씀드리고 협조가 가능하신지 가능하시다면 몇 시가 괜찮으신지 기부자님께 여쭤보시더라구요. 그 따뜻한 말투를 들으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그래서였구나…
아는 친구가 부탁을 했다고 하더라도 기자와 통화한다는 것 자체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일 겁니다. 거기다 내 이야기가 전국의 신문에 나온다던가 내 얼굴이 MBC, KBS, SBS같은 전국 방송뉴스에 나온다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에게 취재에 협조해달라는 부탁을 받는 일, 강권이나 읍소에 못 이겨 할 수는 있겠지만 내내 마음이 불편할테지요.
저희가 기자를 대신해 연락을 드리고, 기자와 기부자님 가운데서 인터뷰 일정 조율을 하고, 인터뷰 하시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은 기부자님의 입장에서, 기부자님이 최대한 부담을 느끼시지 않도록 하는 아름다운재단의 노력이었던 겁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취재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기자가 혹여나 기부자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요.
지원받으시는 분들이나 지원단체 연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경우는 더 엄격합니다. 재단의 원칙은 지원자 노출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재단들이 지원자님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전면에 내세워 기부를 호소하고 있지만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서 그런 것을 보신 분, 아마 계시지 않을 겁니다. 언론노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원자님들의 사례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는 일일이 의사를 여쭙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설아동급식비 캠페인 지원 대상 기관으로 선정된 한 기관의 경우, 방송노출을 원하시지 않아 빗발치는 요청에도 연결을 해드리지 않았습니다. 방송 뉴스에 나온 기관은 해당 기자가 개인적으로 알아본 다른 기관입니다.
재단만 생각한다면 사실 최대한 열심히 섭외 도와주고 재단 기사가 많이 나가고, 기부금이 늘어나고 하면 좋겠죠. 하지만! 아름다운재단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1000원을 기부한 분과 100억을 기부한 분 모두 재단에게는 똑같이 귀하고 감사한 기부자님들이며, 지원자님들 또한 재단과 인연을 맺은 귀한 분들이기에 같은 존중과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 것. 기부금이라는 돈 보다도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름다운재단의 생각입니다.
오늘 또 어떤 언론사에서 어떤 요청이 들어올지 모릅니다. 때로는 자꾸 채근하는 기자의 요청에 화도 나고 속상하겠죠.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아름다운 원칙을 재단의 새로운 식구인 저도 잘 물려받아 지켜나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