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이 떨어졌나봐. 주유등에 불 들어왔어”
“그래도 얼마간 달릴 순 있어. 걱정 말아”
한참을 달렸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주유소에 걱정 말라는 남편도 슬슬 걱정되는지…
“언덕을 오를 때 차가 멈출지도 모르니, 몸을 앞뒤로 흔들어봐”
“잉? 그럼 차가 가?”
“이렇게 흔들면 조금은 더 가겠지”
둘이서 열심히 몸을 앞뒤로 흔들며 언덕을 넘고 무사히 목적지까지 갔던, 아주 긴장되기도 피식 웃기기도 했던 날이 있었다. 한동안 내 삶이 그렇게 기름이 떨어져 불 들어온 자동차를 모는 느낌이었다. 내가 가진 지식과 에너지를 탈탈 털고 더 털 것도 없는데, 내일을 또 살아야 하니 오늘을 팔아 내일을 버티는 하루하루.
더 나올 것도 없이 바닥까지 빈듯한데 바닥을 긁어가며, 앞뒤로 몸을 흔들어가며 버티는 하루를 끝내면 해냈다는 성취감보단 이제 더 이상은 무리라는 한계를 느끼곤 했던 날들.
그때쯤 아름다운재단의 나눔교육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육아로 쉬고 있던 내게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은 다시 일을 시작하는 활력을 줄 것 같았다. 원래 하던 일이 소아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관한 일이었다. 아름다운재단은 예전부터 좋아하는 곳이었으니 흔쾌히 수락했다.
나눔교육 반딧불이 활동은 청소년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알리고, 지구와 동네의 다양한 문제들을 찾고 청소년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보는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내겐 나눔의 가치보다 우리 청소년들과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같이 찾아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그 역동성이 더 가치 있게 느껴 졌다.
나눔은 물질을 나누는 것보다도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문제에 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고,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는 다르니, 관심은 세상을 바꾸는 더 큰 나눔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과의 반디활동은 에너지가 바닥났던 내게 조금씩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늘 공부해야 하고 깊이 있게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눔교육을 하는 반딧불이와 아름다운재단 연구교육팀 간사들이 함께 모여 강의를 듣거나 공부를 한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은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시간이다.
재단 사업, 기부문화 등 나눔에 관련된 교육뿐 아니라 서민 교수님의 글쓰기 강좌도 있었고 5월에는 김규항씨의 특강도 준비되어있다. 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얼마나 또 깊어질 수 있을까? 스터디 시간이 나를 되돌아보고 자라게 한다면, 외부특강은 나를 설레고 가슴 뛰게 한다.
봄바람이 불어온다. 오늘도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옆에 태우고 열심히 달린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큰소리로 따라 부르며, 바다도 지나고 도시도 지난다.
걱정하지 말라. 기름은 가득 차 있으니 어디로든 갈 수 있다.
글ㅣ조영실 (반딧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