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누리축제 속 ‘재미난장(場)’이 펼쳐지는 길마공원의 한편. ‘내일은 엄지공주’ 플래카드 아래로 재미난 엄지씨름이 한창이다. 엄지를 꾸민 모양새가 남녀노소 참가자의 흥미를 한껏 유발한다. 주최는 반디 파트너 미닫이 공작단의 청소년들. 엄지씨름을 통해 나눔의 의미를 전한다고. 엄지씨름은 손을 맞붙잡아, 체온을 교감하고,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다. 나눔도 닮아 있다. 이웃의 손을 맞붙잡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온도 36.5℃를 주고받는 것. 그로써 즐거움과 행복 나누는 것이다.
미닫이 공작단의 청소년들은 놀이를 통해 그 같은 나눔의 의미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었다. 그렇다면 이제 놀이뿐 아니라 예술과 그 외의 영역에도 나눔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기대. 미닫이 공작단의 반딧불이들이 청소년들과 만들어가고자 하는 나눔의 미래다.
그곳에 가면 미닫이 공작단이 있다
줄넘기도 뛰어넘고, 병아리도 데려오는 아이들의 놀이터 같은 아지트. 바로 미닫이 공작단의 창작실이다. 미닫이 공작단은 <그린씨>, <예술생성소폴>, <사부작연구소>, <만들이>, <수(手)산업>까지 각각의 청년 예술가 단체가 뭉친 공동체. 3년 전쯤 청년허브를 통해 사무실을 공유했던 인연으로 함께 자리 잡아 지금의 창작실을 만들었다.
미닫이 공작단은 각각의 개성이 독특한 만큼 ‘따로’, 또 마음이 모이는 사업이나 축제라면 ‘같이’, 그야말로 열고 닫기 자유로운 미닫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 문화예술소외계층 아이들이라면 자주 시너지를 발휘했다. 그 중심 매개체는 ‘놀이’, 창작실은 기꺼이 아이들의 놀이터로 내어졌다.
“요즘 아이들에게 절실한 부분은 시간과 공간, 거기에 놀이 문화라고 생각하는데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정작 그 권리를 누리지 못해요. 특히 청소년들은 남녀학생이 동행하거나 두세 학생만 모이더라도 어른들의 시선이 불편해지거든요. 청소년들이 머무를 만한 장소가 없더라고요.”
미닫이공작단이 청소년의 심정을 헤아린다. 사실 미닫이 공작단은 청소년보다 아동을 예의 주시했고, 지역아동센터를 포함한 아동들과 주로 관계를 쌓아왔다. 하지만 아동들은 금세 청소년이 됐다. 미닫이공작단은 교복 입은 아이들을 위해 준비가 필요했다. 많은 고민을 이어가던 중 우연한 기회에 <나눔교육 반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인 놀이와 나눔, 그 연결고리를 발견한 순간이기도 했다.
에너지와 나눔의 상관관계
지난 여름, 반디 파트너가 된 미닫이 공작단은 청소년들과 나눔의 여정을 출발했다. 함께 하는 청소년들은 은광지역아동센터 중고생 18명. 미닫이공작단은 훌쩍 성장한 아이들이 반가웠던 한편, 축 지쳐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학업 탓에 잠도 부족하고 스트레스도 심하다고. 그대로라면 나눔은 자의적인 동기가 아닌 타의적인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수 있었다. 미닫이공작단은 그 점이 살짝 우려스러웠다.
“여름방학인데도 스케줄이 꽉 차서 여러 활동을 진행할 여력이 없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아이들의 에너지를 먼저 채우기로 계획했죠. 가령 아이들이 자기 에너지를 그림과 색칠로 표현하고, 에너지가 저조한 아이에겐 에너지가 상승하는 방법을 물어봐요. 그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든지, 간식이 먹고 싶다든지 저마다 대답하거든요. 그 대답에 따라 각자 문제를 해결한 후에는 한결 활기를 찾더라고요.”
미닫이공작단은 ‘1318놀이발전소’부터 세우고 놀이를 소재로 청소년기의 에너지를 충전해나갔다. 그 과정에 자연스럽게 나눔이 깃들어져 갔다. 청소년들은 재미있는 놀이를 제안하는 등 서로의 시간을 웃음으로 나누고, 동네 지도를 제작해 청소년 쉼터인 ‘신나는 애프터 센터’나 ‘꿈꾸는 다락방’도 공유했다. 그런가 하면 놀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동안 또래 친구들 서로를, 어울리는 동생들을 살뜰히 보살폈다. 모두 나눔의 한 종류였다.
에너지가 제법 찼고, 자연히 나눔의 정서도 스민 청소년들. 지역 사회를 위한 나눔에 접근하는 태도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대상 선정이나 모금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청소년들이 대견스러웠다. 심사숙고의 회의 끝에 청소년들은 놀이를 통한 나눔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누구나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엄지씨름을 통해 나눔의 의미를 퍼뜨리는 것이다.
놀이의 추억은 창조적인 나눔을 꽃피우고
은평누리축제의 한편에는 엄지씨름이 한창이었다. 미닫이공작단의 청소년들은 엄지씨름을 통해 대중들과 나눔의 뜻을 공유했다. 손을 맞붙잡아, 체온을 교감하고, 즐거움마저 함께하며 또 다른 모습의 나눔을 경험한다. 모금 활동이 없었어도, 앳된 웃음을 걸어두고 나눔을 전한 그 값어치는 엄청났다.
모금 활동, 놀이 나눔, 비지원자의 참여 등 미닫이 공작단의 나눔 활동은 여느 반디 파트너와 사뭇 남달랐다. 그러나 나눔은 규격화가 아니다. 점검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청소년들에게 나눔의 본성을 깊숙이 심어줄 수 있었던 부분은 고무적이었다.
“나눔의 영역은 물질이나 재화뿐 아니라 시간과 생각 따위도 아우르는데요. 그 개념이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교육되면 좋겠어요. 그것도 도와준다기보단 주고받는, 공유하는 나눔을 아이들이 배운다면 정말 유익할 것 같아요.”
아이들을 위한 마음씨가 묻어났다. 앞으로도 미닫이 공작단은 아동청소년에게 이로운 정보라면 내내 수집할 거라고. 그렇지 않아도 그들은 아동청소년 관련 놀이 축제와 예술 행사를 끊임없이 기획했다. 아이들을 아끼는 말과 행동의 속도가 일치했다. 미닫이공작단의 그러한 애정이 무척 인상 깊다. 실제로 나눔과 놀이의 결합이 걱정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닫이공작단은 청소년들의 추억에다 놀이를 통한 나눔의 의미를 아로새겼다. 청소년들도 놀이뿐 아니라 예술을 비롯한 창조적인 나눔에 한 걸음 나섰다. 지난여름 미닫이 공작단과 청소년들이 시작한 동행, 설레는 앞으로의 여정을 더욱 기대해 본다.
글. 노현덕 | 사진. 미닫이공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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