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교육 <반디>는 나눔의 가치와 정의를 배우고 스스로 나눔을 실천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입니다. 2016년 1월~2월 두 달간 <반디 3기>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며 참여한 8개 모둠은 다양한 주제로 의미있는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 스스로 문제를 찾고, 모금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까지!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을 느끼며 배웠을까요? 함께 하고 있는 성인멘토, 반딧불이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세요 🙂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반디 또한 교실에서 앞만 보고 앉아서 듣는 수업과는 달리 톡톡 개성 넘치는 친구들의 시선과 액션으로 만들어지는 리얼이다. 지난 1월 11일부터 3일 동안 내가 하고 싶은 나눔과 나눔의 의미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일상에서 함께 바꾸어 보고 싶은 주제, 나눔이 필요한 곳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한 달 동안 반디 친구들은 모둠별로 자신들이 정한 나눔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시민들을 만날 것인지 고민하면서 캠페인을 준비하여 2월 한 달 동안 각 지역에서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그 생생한 이야기마다 모둠원들의 실패와 성장, 특별한 만남과 여러 사람들의 응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 우리동네 폐지 줍는 할머니를 만나다.
노원 지역의 ‘도토리 책날개’ 모둠은 몇 해전부터 독서모임을 해오던 친구들이다. 겨울 방학을 맞아 독서모임 친구들이 함께 나눔교육에 참가신청을 했다. 상계, 마들을 중심으로 노원구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우리 마을에서 어떤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볼 수 있을까?’라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폐지를 줍는 할머니께서 추운 겨울 유모차에 폐지를 가득 싣고서 도로 위로 다니시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를 돕고 싶었다.
#2. 그동안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돕는 캠페인은 없었을까?
나눔은 관계이고 공감이다.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돕기 위해서는 그분들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서 깊게 알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서 자료도 조사해 보았다. 그리고 아름다운재단의 ‘오렌지 리본 캠페인’을 진행했던 정기나눔팀을 만났다. 이 캠페인은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서 생활의 작은 변화로 ‘폐지를 내어 놓을 때 오렌지 리본으로 묶어서 내어 놓자‘라는 캠페인이다. 국내의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고 생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어르신들이 폐지 줍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과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재단 정기나눔팀은 일시적인 도움보다는 평소 꾸준한 관심과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도움을 드릴 분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사실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고….
#3. 무작정, 동네 고물상을 찾아가다.
‘형광 테이프, 형광조끼, 장갑, 앞치마, 목도리, 핫팩…’ 어르신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적어보았다. 진짜 이것들이 필요할까? 드렸는데 안 쓰시면 어쩌지? 형광은 안전하긴 한데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으실까? 직접 만나서 드릴 수 있을까? 구체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동네 어르신들 중에 어떤 분이 계신지?…. 인터뷰할 질문을 작성해서 평소 눈여겨보았던 고물상을 무작정 찾아갔다. “학생들 여기 위험하고 우린 바쁘니 어서 가요~” 쫓겨났다. 인터뷰란 말이 부담스러운가? 뭐라도 하나 사들고 가야 하나? 비타민 음료를 하나 사들고 조심스럽게 다른 고물상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고물상 주인아저씨는 “우린 잘 몰라요” 하신다. 실패다.
#4.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를 만나다.
이번에는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 줄 수 있는 분들을 만나기 위해서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를 만나러 갔다. 두근두근! 고물상에서 한번 실패를 맛보고 나니 말문을 열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나눔교육 반디활동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우리도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어요. 생활보호 대상자이거나 독거노인 같은 분들은 정보가 있지만. 그리고 소득이 있으면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까봐 작지만 그런 일을 하시는 걸 다 숨겨서 더욱 몰라요. 상계*동 쪽이 다가구 지역이라 거기에 고물상도 많고 그런 어르신들이 많을 것 같으니 그리 가보세요.” 상계*동 주민센터로 이동 이동~~. 담당자가 업무로 바쁘셔서 한참 기다리다가 만났다.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자신들도 그런 정보는 따로 없단다. 꼭 협조를 원하면 구청을 통해 공문을 발송해 달라신다. 첩첩산중이다. 또 실패다.
#5. 직접 만나기 힘들면 돌아가자. 굿페이퍼를 만나다.
도움을 드릴 때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만나는 관계가 중요하다. 멀리서라도 길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보면 달려가 보지만 무작정 길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반디 파트너 단체 중에서 폐지 줍는 노인분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으며 활동하고 있는 <굿페이퍼>를 알게 되었다. 최근 <LOVE RE; PAPER>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고물상에서 1kg에 70원씩 사주는 폐지를 어르신들에게 1,000원씩 주고 사서 종이박스로 캔버스를 만들고 재능기부로 그림이나 글씨를 담아 전시,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어르신들을 돕는다고 한다. 아~ 우리가 찾던 그런 캠페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고 많은 어르신들에게 직접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우리는 모금한 돈을 이 캠페인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6. 시민들을 만나러 북적이는 노원역 문화의 거리로 나서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 내용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생활 속에서 작지만 그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실천 목록을 만들었다. 달콤한 사탕과 초콜릿에 실천 내용을 담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굿페이퍼의 <LOVE RE; PAPER> 캠페인에 기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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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렌지 리본 캠페인’이나 ‘<LOVE RE; PAPER>’ 같이 동참할 수 있는 캠페인도 알려 드렸다. 30여개 넘게 포장한 초콜릿과 사탕은 반도 팔지 못 했고 기부금도 많이 받지 못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홍보물 앞에 서서 홍보물을 다 읽고 가신 분들도 계셨다. 돈이 없어 기부는 못하지만 실천 목록 중에 몇 가지를 꼭 집어 실천을 약속해 준 분들도 있었다. 캠페인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우리를 찾아 오셔서 ‘참여하고 싶은데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시며 1만원을 기부해주신 분도 계셨다. 또 기부에 참여하지 않으셨지만 많은 분들이 앞으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만났을 때에 예전과는 다른 관심을 가져 주실 것이라 믿는다.
입춘도 지났지만 해가 반짝 나도 눈이 날리고 바람이 세다. 모둠 친구들은 손가락도 시리고 발가락도 시리고 배도 고프지만 생애 첫 번째 거리 캠페인을 무사히 마쳤다.
적극적이고 질문도 많은 소정이, 수줍음 많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많은 여원이, 정확하고 꼼꼼한 여원이, 한 살 많은 언니로 동생들과 함께 해준 자은이. 전 세계에서 제일 바쁜 대한민국의 청소년으로 살면서 각기 다른 일정을 맞추며 활동하고 틈틈이 카톡으로 회의하느라 힘들었을 <도토리 책날개> 친구들. 함께 활동하면서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시민들을 만나러 나설 때는 함께여서 든든했다.
반디 활동의 매력은 하나뿐인 정답 찾기 보다는 함께 길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 길은 교과서가 아니라 세상 속에 있다. 나눔교육 반디는 실천하는 나눔, 세상을 만나는 리얼이다. 2016년 겨울 나눔교육 반디활동은 끝이 났지만 반디 친구들의 나눔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반딧불이로 또 어떤 친구들을 만나 나눔의 리얼 스토리를 시작해갈지 떨린다.
글ㅣ사진 박은주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반딧불이)
<도토리 책날개>아이들의 캠페인 활동 후기
# 1
처음에는 주제를 잘 잡은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어떻게 잘 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참 좋았어요 ‘♡ 오늘 첫 캠페인을 했습니다. 날씨는 뭐 조금 따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추웠어요 ㅜㅅㅜ 사람들이 많이 우리를 지나가는데도 캠페인에 참여를 안 해주셔서 속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몇 몇 사람들은 관심을 주고 캠페인에 참여를 해 주셔서 뿌듯함을 느낀 거 같습니다. 모금함에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은 돈이 모인 거 같이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중간 중간에 핸드폰을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안 했는데 나눔 응원전 할 때 1 시간 더 일찍 와서 캠페인을 할 때 오늘 부족한 점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도토리 책날개 <강자은>
# 2
처음에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고, 우리 동네 주변에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보지 못해서 그 문제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반디활동을 하면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에 대한 기사도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도와드릴 수 있을지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주변의 폐지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피켓 만들고 사탕과 초콜릿을 포장하는 일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평소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 본 일이 없기에 제가 한 일에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캠페인을 한 오늘,생애 첫 캠페인이라 설레기도 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캠페인에 참여해 달라고 얘기해야 하는 것과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을까 봐 걱정도 했습니다.
그렇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걱정대로 사람들이 우리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이 대다수였어요. 가끔씩 우리 쪽을 쳐다보았지만 그냥 가는 사람도, 이상한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날씨도 춥고, 캠페인을 하는 도중에 교회에서 온 사람들이 옆에서 자리를 잡고 노래를 부르시는 바람에 캠페인 활동에 지장을 주어 자리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금은 하지 않아도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고 가는 사람, 2000원인 초콜릿과 사탕을 5000원,10000원에 사 주는 사람 등 도움을 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캠페인을 하면서 긴장을 하고 원래 소심한 경향이 있어 앞으로 많이 나서지도, 말을 많이 하지도 못했지만 우리 얘기를 들어 주는 사람이 있을 때는 기뻤습니다. 하지만 많이 나서서 얘기를 못한 점은 아쉬웠어요. 거리의 상점 한복판이어서 돌로 된 의자 위에 박스를 얹고 천으로 덮고 했지만, 제가 남을 도우려고 노력한 것 중 제일 의미 있었습니다. 나눔응원전 하는 날 1시간 일찍 와서 2차 캠페인을 하려고 합니다.
<도토리 책날개 임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