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나눔교육이 수도권만이 아닌,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바라며 각 지역에서 청소년 활동을 하고 있는 파트너 단체와 함께 나눔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 서울, 수원, 용인, 대구, 대전, 광주, 제주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눔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반디 파트너의 첫번째 이야기, 의정부 여중의 봉사 동아리 ‘으랏차차’ 친구들을 만나보세요.

생각 나눔, 여럿이 함께 가는 길의 첫 걸음

<반디 파트너 : 의정부여중 동아리 ‘으랏차차’>

주제 선정을 둘러싸고 두 시간이 넘도록 이어 달린 토론수업엔 동아리 이름처럼 ‘으랏차차’ 힘을 내야 할 고비가 여러 번 찾아왔다. 주제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건만, 제각각 다른 생각을 나누며 의견을 통합하는 과정은 더 만만치 않았다. 여럿이 함께 가는 길이라 출발은 다소 더뎠으나, 아이들은 어느 순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먼 길엔 동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와 다른 관점으로 또 다른 길을 내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교실에서 아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의정부여중 봉사동아리 “으랏차차”- 주제 선정 회의중>

함께 배우는 나눔의 가치

나눔교육 반디 파트너 단체인 의정부여중의 ‘으랏차차’ 동아리를 찾았다. 1학년 5명에 2학년 11명. 총 16명의 ‘으랏차차’멤버들은 지도교사인 한지원 선생님과 함께 나눔의 가치와 정의를 배우고, 스스로 실천하고자 한다.

기실, 의정부여중 학생들에게 나눔의 정서는 그리 낯설지 않다. 2011년부터 혁신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의정부여중은 생태수업의 일환으로 운동장 한편에 유기농 텃밭을 일구는데, 전교생이 이 텃밭농사에 농군으로 투입된다. 무, 배추 등을 수확하여 김장김치를 담그는 것도 학생들의 몫. 아이들의 정성이 듬뿍 담긴 김치는 지역사회 독거노인과 장애인 시설 등에 전해져 훈훈한 미담으로 회자되곤 했다.

지난 3년간 한지원 선생님이 이끈 ‘희망밥상’도 음식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밥상 나눔 동아리였다. 요리를 배우는 재미에 봉사활동의 보람까지. 한 선생님의 ‘희망밥상’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올해 ‘으랏차차’에 가입한 아이들 중 ‘희망밥상’ 출신이 다수인 것도 그래서다.

같은 반 친구이기도 한 현빈이와 은세는 지난 해 ‘희망밥상’ 때부터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요리도 흥미로웠지만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음식을 전달하며 가슴 가득 차오르는 뿌듯함을 경험했던 터라 올해도 망설임 없이‘으랏차차’를 선택했다. 물론 ‘희망밥상’과 ‘으랏차차’의 활동은 다르다. ‘희망밥상’은 독거노인으로 나눔의 대상이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으랏차차’는 나눔의 대상부터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학교 아이들이 손을 들어 발표를 하려 하고 있다

“‘희망밥상’에선 만들고 싶은 음식 메뉴를 정하기만 하면 됐어요. 하지만 ‘으랏차차’는 우리가 결정해야 할 게 많아요.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건지,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해요.” (조현빈, 2학년)

올해 초, 한지원 선생님이 아름다운재단의 반디 파트너를 신청한 이유도, 그 ‘스스로’에 방점이 찍힌다. 생태수업과 ‘희망밥상’ 동아리를 주관해온 한 선생님은 나눔의 가치를 보다 내면화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을 고민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에 앞서 저부터 배우고 싶었어요. 나눔교육의 목표는 아이들 스스로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일 진대, 밥상 나눔처럼 짧고 수동적인 프로젝트로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았거든요. 올해는 동아리 차원의 활동이지만 내년엔 아예 한 학년 수업 과목으로 편성하여, 더 많은 아이들과 나눔의 가치와 정의를 배우고 공유하고 싶어요.” (한지원, ‘으랏차차’ 지도교사)

한지원 선생님이 교실에 앉아 인터뷰 중

<의정부여중 한지원선생님>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나눔교육 반디 3회 차 수업은 지난 시간에 이어 ‘주제 찾기’를 보다 구체화 했다. 4명씩 4개 모둠으로 나눠 앉은 아이들은 각 모둠별로 토론을 하고 다시 전체 토론을 이어갔다. 모둠별 토론이건 전체 토론이건, 의견 조율은 쉽지 않았다. 가령, 같은 모둠 안에서도 보육원 아이들을 돕자는 의견과 독거노인을 돕자는 의견으로 나뉘는가 하면, 전체 토론에선 모둠별로 각각의 주제를 다루자는 의견과 동아리 전체의 단일 주제를 정하자는 의견이 50:50으로 양분됐다.

단일 주제 선정을 주장하는 쪽의 근거는 여럿이 함께 할수록 풍성한 아이디어 수립이 가능하며, 한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더 크게 도울 수 있다는 것. 이에 반해 모둠별로 각기 진행하자는 쪽은 4개 모둠이 서로 다른 사업을 추진함으로서 더 다양한 대상을 도울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모두 일리 있는 의견인지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속속 이어졌다. 

결국 ‘모둠별 주제 선정 VS 동아리 단일 주제 선정’의 끝장토론은 토론 과정 중에 생각이 바뀐 친구들로 인해 팽팽한 대치 국면을 끝냈다. 거수 방식의 재투표에서 단일 주제 쪽을 선택한 이들이 늘어난 까닭. 아울러 단일 주제로는 다수의 지지를 받은 ‘어려운 아이들 돕기’가 채택되었다.

4명의 아이들 중 한명의 여자 아이가 웃고 있다

<의정부여중 봉사동아리 “으랏차차” 중 울끈불끈 모둠>

스케치북에 동네의 문제점들을 적은 포스트잇 붙혀놓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의정부여중 봉사동아리 “으랏차차” 중 말똥말똥 모둠>

 

“모둠 토론을 통해 모아진 의견이 나 혼자만의 의견보다 훨씬 풍부했어요. 생각도 나눌 수록 커지는 것 같아요.” (신은세, 2학년)

“나와 다른 의견도 귀 기울여 들으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되고,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여러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문서정, 2학년)

“같은 문제를 저마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으랏차차’ 동아리 친구들이 함께 힘을 모으면, 오늘 본 영상 속 ‘3의 법칙’처럼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예요.” (황보예준, 2학년)

나와 다른 생각에도 귀를 열 것. 다수의 의견으로 결정이 나도 소수의 의견을 기억할 것. 여럿이 함께 질문하고 생각을 나누며 문제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이후 아이들 스스로 전개해나갈 나눔 활동에 튼튼한 뿌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글 고우정ㅣ사진 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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