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사람들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일을 하는 단체로 청소년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 오고 있다. 마을봉사프로젝트, 청소년사회참여동아리 등의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가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을 고민하고 실천하여 작은 변화를 일으켜 왔다.

너무 어려운 진짜 나눔

여러 활동을 진행하면서 실무자로서 느꼈던 어려움은 청소년들에게 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동기가 왜곡되어 있거나 혹은 없다는 것이었다. 봉사활동이나 사회참여활동 마저 생기부의 한 줄로서의 의미로 전락해버린 요즘 청소년들에게 정말 마음을 담은 활동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또는 이런 활동의 존재조차 모르는 청소년들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의 대외활동 일 뿐 자기와 같은 청소년이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한 실무자는 진실한가? 사회를 변화시킨다, 풀리지 않던 문제를 해결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어떤 거창한 타이틀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에 때로 나조차 시작도 전에 기가 죽기도 했다. 아주 기초적인 단계에서부터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초적이지만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본질을 거스르지 않는 “진짜 나눔”을 청소년들이 경험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기에 아름다운재단의 나눔교육은 더없이 적절한 기회였다.

우리 마을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2018년 처음 반디파트너가 되어 나눔교육을 진행했다. 청소년들과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할까? 라는 고민에 답을 얻었고, 교육에 필요한 도구를 제공 받았을 뿐 아니라 재단 간사님과 반딧불이 선생님들, 전국 곳곳에서 나눔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파트너들을 통해 격려와 지지를 듬뿍 안아 받았다.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청소년들과 활동을 하니 먼저 나에게 활력이 생겼고, 그 활력은 고스란히 청소년들에게로 전해졌다. “길거리 간접흡연 인식개선 캠페인”을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뮤직비디오 UCC를 만들어 배포하였다. 나눔보다는 우리 마을이 더 좋은 마을이 되기 위한 사회참여에 포커스가 맞춰진 활동이었다.

2018년 나눔교육을 통해 길거리 간접흡연 인식개선 캠페인을 했던 움직이는사람들 청소년팀

 

우리 마을에 어떤 나눔이 필요할까?

2019년 두 번째로 반디파트너가 되면서 지난 활동을 되돌아 봤을 때, 잘 진행되었고 청소년들의 만족도도 높았지만 “마을의 문제를 해결한다”라는 타이틀이 청소년들에게 다소 중압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하는 작은 움직임과 목소리가 모여 조금씩 사회가 변할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기대하기에 청소년들의 마음이 여렸다. 우리가 한 활동이 직접적으로 변화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 다는 것이 약간의 좌절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올 해는 “나눔”에 더욱 포커스를 두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무엇보다 “나눔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활동을 계획하였다.

나눔의 즐거움에 보다 집중했던 2019년 나눔교육 반디

 

그러기 위해서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나누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청소년들과 받았던 나눔과 주었던 나눔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누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였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가 받았던 나눔이 얼마나 풍성한지 알게 되었고 고마운 마음을 품게 되었다, 또 주었던 나눔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도 하였다. 그리고 나누었던 나눔들 중 우리의 마음에 가장 감동이 되는 나눔을 선정해보았다.

내가 만든 빵 나눔, 지친 직장인에게도 나눔이 필요해요 

베이커리를 공부하고 있던 지연이의 평소 빵 나눔과 길거리 노숙인에게 케익을 나누었던 선생님의 나눔 사례가 베스트 감동 사례로 선정되었다. 평소 지연이의 빵을 자주 얻어먹던 친구들의 지지가 컸을 것이다. 가장 공감되는 나눔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빵 나눔”을 주제로 삼고, 우리 동네에 “빵 나눔”이 필요한 대상이 누가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해 나갔다.

실무자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전개가 진행되었다. 청소년들이 지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선정할 줄은 몰랐다. 평소에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어보였나? 예린이의 퇴근 길 지친 직장인 성대모사가 쐐기를 박으면서 압도적인 지지로 빵 나눔의 대상이 “지친 직장인”으로 선정되었다.

발표하는 모습

가장 공감되는 나눔을 하자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빵 나눔

 

사실 나는 청소년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대상, 예를 들어 독거노인, 노숙인, 저소득층 아동,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대상에게 나눔을 하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고른 대상은 너무도 일반적인 이 시대의 직장인이었다. 그것에 처음에 나에겐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이 청소년들의 “진심”이었다. 있어 보이는 활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우리가 나누고 싶은 대상을 찾은 것이다.

너무 1차원적인 거 아니니?

그러나 청소년들은 한번 더 내 예상을 뒤엎었다. 그렇다면 지친 직장인을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달리는 지하철 4호선 안, 지하철 역 앞 포장마차 자영업자, 사당역, 중앙역, 관공서, 공단 구내식당 등 다양한 장소가 거론되었고 투표를 통해 선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관공서(경찰서, 소방서)”가 선정되었다. 내심 아쉬웠다. 부끄럽게도 연말에 초등학생들이 군인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관 아저씨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빵을 내미는 모습을 상상하니 활동이 너무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내려진 활동의 결론치고는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걸 아쉬워한 내가 부끄럽지만, 당시에는 너무 멋없어 보이는 활동이 될 것 같은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진정성 있는 진짜 나눔을 하자고 해놓고 말이다.

대상과 장소가 확정되고 영업팀과 생산팀으로 나뉘어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영업팀에서는 찾아갈 소방서, 파출소를 섭외하고 생산팀에서는 어떤 빵을 만들고 어떻게 포장할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 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에는 두 개의 구가 있다. 단원구와 상록구, 각 구별로 세 곳씩 섭외를 하기로 했다. 아쉽게도 소방서는 한 곳도 섭외가 되지 않았고 파출소 및 지구대가 각 3곳씩 총 6곳이 섭외되었다. 생산팀에서는 초코머핀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패키지를 만들어 포장하기로 했다.

그리고 각 팀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리의 나눔 활동을 통해 나눔이 확산되려면?” 단순히 머핀을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의미를 전달하고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도록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생산팀에서는 1+1빵 아이디어를 냈다. 한 사람에게 빵을 2개를 주어서 1개는 본인이 먹고 1개는 본인이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방식이다. 받은 사람에 그치지 않고 한번 더 나눔이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영업팀에서는 시민들과 학교 친구들에게 경찰관을 위한 응원 포스트잇을 받아 전달하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초코머핀 200개 만들기 대장정

머핀을 만들기로 했지만 우리에게는 작은 오븐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이 오븐으로 한번에 최대 12개의 머핀을 만들 수 있다. 17번 오븐을 돌려야 200개의 머핀을 만들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굽는데만 최소 6시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눔 활동일 전날 오후 2시, 생산팀이 모였다. 베이커리를 공부하고 있는 지연이를 중심으로 빵 공장이 가동되었다. 그리고 완성된 따끈따끈한 빵을 식혀서 슈가파우더를 예쁘게 뿌려서 포장하기까지, 모든 빵을 포장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오후 10시였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빵을 만들어보건 처음이어서 지연이와 생산팀 아이들이 많이 지쳤다. 그래도 예쁘게 포장된 머핀을 보니 내일이 기대되는 마음도 커졌다. 그 사이 영업팀에서도 응원 포스트잇 판넬 제작을 마쳤다.

나눔이 더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나눈 초코머핀 1+1

 

무서운 감옥이 변하여 사랑방으로

드디어 활동 당일, 머핀과 응원판넬을 들고 단원구와 상록구 두 팀으로 나뉘어져 출발했다. 무거운 양손 만큼 마음도 무거웠다. 막상 파출소에 가려니 괜한 무서움이 엄습했다. 죄 지은 게 없는 데도 파출소에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과연 우리를 반겨줄까? ”섭외는 했다지만 가도 되는 걸까?“ 등의 걱정을 안고 첫 번째 파출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우리의 우려와 달리 파출소에서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차를 내어주시기도 하고, 총을 꺼내어 보여주시기도 하고, 경찰이 되고 싶은 친구에게는 진로상담도 해주셨다. 안산시 지구대 SNS 방에 자랑하겠다고도 하셨다. 오히려 자신들이 줄 것이 없다고 미안해하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무서운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떤 지구대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신고전화를 받고 계신 중에 우리가 도착하여 잠시 기다려야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친구들이 경찰관이 저런 일까지 처리해야하는 구나, 정말 극한 직업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상상만 해봤을 땐 몰랐던 경찰관의 노고도 새삼 알게 되는 계기였다.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된 나눔의 시간, 너무 반갑게 맞이해준 지구대분들과 함께

 

나눔은 거창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것

단지 힘들기만 하다면 나눔을 지속할 수 없을 거다. 이번 활동을 통해 “너무 힘들다, 다신 나눔을 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려면 이 활동이 청소년들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연 어땠을까? 걱정스러운 마음 반, 기대하는 마음 반으로 평가회를 진행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 평소 좋아하는 일, 나의 꿈을 여기에서 머핀 200개를 만들며 힘든 곳에서 하면서 나의 꿈을 확장해 갈 수 있어서 좋았고 나눔하면서 뿌듯하고 행복했다.
  •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을 위해 움직일 수 있고, 따뜻함과 기쁨을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
  • 함께 하는 친구들과 마음과 생각을 모아 함께 의미있는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 🙂
  • 무언가 도움을 주는 게 쉬운 일도 있지만 험난한 일도 있었던 거 같은데 그래도 뿌듯함이 꽤나 오래간다. 보람차다.
  • 나눔이란 것이 거창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것

마지막 말이 마음을 울렸다. 나에게 해주는 말인 것 같았다.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나눔, 이것을 해나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진심”이다.

함께 마음을 모으고 나눈 움직이는사람들 청소년팀:)

글, 사진 ㅣ 움직이는사람들 장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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