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동갑내기 이민구, 구지윤 부부입니다. 

‘나눔’이 좋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로 만나, 제 작년 10월 평생 단짝이 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결혼한지 7개월 만에 둘의 꿈이었던 세계여행을 떠났고 2013년 5월, 360일간의 세계여행(30개국 108개 도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여행 중 만난 다양한 나라와 사람들, 그 안에서 숨쉬고 있었던 나눔에 관한 이야기를 아름다운재단 블로그를 통해 전합니다. 

 

동갑내기 부부의 좌충우돌 여행기
<우리는 세계일주로 나눔을 만났다> ①태국 편

내 안의 부처를 위해 기부하는 사람들

동갑내기 부부의 좌충우돌 여행기 <우리는 세계일주로 나눔을 만났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불교와 왕의 나라, 태국에서 만난 나눔의 경험들을 펼쳐보고자 한다. 

최근 발표된 유엔의 행복보고서에 156개국중 태국이 52위, 한국이 56위를 차지했다.

태국을 여행하면서 여러 생활환경과 노동여건으로 보아 당연히 한국보다 행복지수가 뒤쳐질거란 생각을 했었다. 무엇이 그들을 우리보다 행복하게끔 만들었을까?

우리는 어렴풋이나마 길 위에서 만난 태국의 사람들의 일상 속 나눔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수 있었다.

▲ 방콕에 위치한 왕실

ⓒ구지윤 이민구

 

 태국은 불교의 정신이 일상속에서 살아숨쉬는 나라이자 ‘살아 있는 부처’라 불리는 왕이 존경받는 나라이다.

▲ 태국에서 만난 사람들 ⓒ구지윤 이민구

 

매일 뜨거운 불길앞에서 묵묵히 음식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노동이 ‘길거리 음식의 천국’ 태국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다.

태국에서는 우리나라의 교회만큼이나 곳곳에서 손쉽게 절을 발견할 수 있다. 국민의 대부분이 불교신자인 나라 태국. 우리는 태국을 경험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방식의 종교기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절에 매번 감탄했었다. 

▲ 탁발을 위해 길을 나서고 있는 어린 동자승들 ⓒ구지윤 이민구

ⓒ구지윤 이민구

 

매일 아침 자신의 집 앞에도 간단한 음식과 과일로 봉양을 드리고 출근하는 태국인들에게 절에서의 기부는 매우 생활해 되어 있는 듯 했다.

특히 약 백여개는 되어 보이는 작은 그릇을 놓고 그 그릇에 동전 하나씩 모두를 넣어야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이를 아이들에게 행하도록 하는 모습은. 살아있는 나눔교육이자 많은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재미난 방식이었다. 자율적으로 돈을 기부하고 부처님께 봉양할 꽃, 물, 금박지 등을 구입해서 정성스럽게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과연 종교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자신을 속죄하고, 자신의 염원을 비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놀라운 종교의 신비를 경험한다. ⓒ구지윤 이민구

태국의 각양각색 모금함을 만나다

태국을 걷다보면 아주 다양한 모금함을 여기저기서 마주칠 수 있다. 지하철, 백화점, 상점할 것 없이 다양한 모금함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지하철 모금함은 지하철의 보안 시스템이 너무나 잘 되어 있어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그리고 쇼핑몰 앞에도 대형 모금함들이 여러개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런 모금함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도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모금함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을 위한 소비와 남을 위한 기부가 함께 공존한다면 쇼핑이 더 멋지지 않을까!!!

▲ 태국의 다양한 모금함 ⓒ구지윤 이민구

 

이 중 우리가 신기하게 보았던 모금함은 동물들을 위한 모금함이었다. 코끼리를 너무나 아끼고 자신들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태국 사람들. 그래서 지하철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기부와 함께 코끼리를 위한 모금함이 놓여져 있다. 정말 태국 사람들의 코끼리 사랑은 못말려~!

태국에도 거리모금이 있을까?

태국도 중산층이 두텁다고 하지만. 어디든 빈부격차는 존재한다. 

특히 태국의 경우 장애인들이 거리에서 많이 모금을 하고 있는데, 이를 보면서 태국의 장애인 복지에 대한 현실이 조금 궁금해졌다. 선데이 마켓에서도 많은 장애인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거리모금을 한다. 하나의 특성화된 장애인 거리모금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가난을 마주하게 되면. 다시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 태국인들은 복권을 아주 좋아하는데 복권을 판매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장애인이다.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길거리 복권판매를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구지윤 이민구

▲ 일상적인 태국 시내 거리의 모습 ⓒ구지윤 이민구

치앙마이 할머니의 나눔 선물

태국 북부 치앙마이를 찾았다. 이곳 치앙마이에서는 주말이면 온 시내가 장터로 변한다.

수백년된 성벽을 뒤로 하고 들어서는 선데이 마켓은 매우 인상적이였다.

자유로운 상인들과 타패, 수백년된 사원이 어우러진 치앙마이 시내는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 종교와 상업이 공존하는 어우러짐의 장이였다.

▲ 수백 년이 넘은 사찰 안까지 노점들이 들어서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불교가 생활이 된 사람들에게 사찰과 노점의 경계는 없는 듯 보인다. ⓒ구지윤 이민구

 

그 감흥을 뒤로하고 하루동안 묵었던 타패(성벽) 옆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아웃을 하려할때의 일이다. 전날 새벽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못하고있던 우리를 따스하게 맞아주셨던 주인집 할머니. 치앙마이에 일찍 도착한 덕분에 주인집 페리할머니와 우리는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으며, 자선단체에서 일을 한다는 말씀도 드렸고 세계일주를 통해 더 큰 세상을 보려한다는 말씀도 드렸다. 

할머니는 우리들의 여행과 직업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

우리가 떠나려는 때, 페리할머니는 곱게 단장을 하고 나오신 모습으로 주섬주섬 지갑에서 돈을 꺼내셨다. 무슨일인가 아내와 난 어리둥절 하였다.

▲ 태국 치앙마이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우리의 첫 기부자 페리 할머니. ‘한국의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기부하셨다. ⓒ구지윤 이민구

할머니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가셨다. “너희 부부가 한국의 자선재단에서 일을 한다는 말을 듣고, 오랫동안 생각을 했다. 한국의 아이들을 위해 언젠가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너희를 통해서 전달하면 되겠다고. 한국의 아이들을 위해 이돈을 전해주길 바란다”

페리할머니는 그렇게 5백바트(한화 2만원)을 봉투에 넣어 주셨고 또박또박 본인의 이름을 적어주셨다. 우리는 너무도 감사한 마음에 혹시나 해서 준비해왔던 작은 선물을 드렸고, 끝내 사양하시는걸 손안에 꾸욱 쥐어 드렸다. 우리는 쉽게 그 게스트하우스를 떠나지 못하고 다시 짐을 풀어 감사의 편지를 적어 남겨놓았다.

세계일주중 처음으로 받은 기부금, 태국인의 자비와 아름다움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경험이였다. 낯선 이방인을 미소와 신뢰로 맞이해주신 치앙마이의 페리할머니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태국을 이끄는 태국인의 미소를 발견하였다.   

“페리할머니, 소중한 기부금 잘 전달할께요. 꼭 다시뵙길 바래요. 그날까지 건강하세요”

태국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 방콕의 환경지킴이를 만나다

토요일 오후. 환경을 위한 바자회가 열린다는 신문기사를 접하고 숙소에서 가까운 마카산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하는 이들은 생기발랄한 세 젊은 처자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너무도 반갑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외친다. 이들은 K-pop이 너무도 좋아 한국말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K-POP의 위상을 실감한다.

▲ K-pop을 매우 좋아하던 환경바자회 자원봉사자 대학생들 ⓒ구지윤 이민구

 

이번 행사는 ‘2012 MAYDAY : ADOPTING THE TREE(나무 입양하기)’라는 주제로 열렸다. 작년 태국은 큰 홍수를 경험하고, 그로 인해 수백명의 사망자와 태국의 반절이 물에 잠겼던 경험을 했다. 이들은 이러한 홍수의 문제가 무분별한 개발에서 비롯됨을 이야기하고, 한 사람이 한 나무를 입양하자는 캠페인을 통해 태국 북부에 더 많은 나무를 심고자 한다고 했다. 

행사는 우리나라 아름다운 가게 뚝섬장터 바자회나 환경단체가 여는 행사들과 유사하다. 각자가 만든 재활용 상품들을 판매하거나, 중고 옷과 물품들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나무 심는 프로젝트에 기부한다고 한다. 열정적으로 CO2를 줄여야 한다고 우리에게 서명을 요청했던 환경운동가, 비료포대로 지갑을 만들어 보여주던 생활 환경운동가, 정부의 개발 정책에 반대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 모두 너무나 밝고 즐거운 에너지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아직은 환경을 이야기하기엔, 개발이 먼저 우선될 수밖에 없는 태국의 현재.

그렇지만 이들의 앞선 준비와 행동이 태국의 자연과 동물들을 지켜내고, 태국의 미래를 차근 차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어느 곳에서든 나보다 우리, 그리고 현재 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좀 더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굳은 미소가 활짝 꽃을 피워, 다시는 대홍수와 같은 환경재앙이 일어나지 않길 바래본다.

▲ 나눔이 생활 속에 녹아나 있는 천개의 미소와 희망을 보여준 태국사람들. 벌써부터 그들의 미소가 그리워 진다. ⓒ구지윤 이민구

 

태국 여행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태국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태국인들의 노동과 근면, 이를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여유와 만족에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연신 땀을 흘리며 팟타이를 볶는 아줌마에서부터 목이 쉬어라 나무를 심자고 외치는 환경운동가까지, 낯선 여행자에게 천개의 미소와 희망을 보여준 태국사람들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댓글 3

  1. 오선영

    두 분의 여행이야기 참 재미있네요^^ 구체적인 목적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 같아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2. 아름다움

    태국은 진짜 못사는 후진국이지만 저렇게 아름다운사람들이 많으니 얼마나 보기좋을까요?

  3. 빗물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든 한결같이 너무 따뜻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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