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0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부산여성회 소식지 「부산여성」76호에 실린 해설사 김경민님의 글입니다.

국제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해설 중인 김경민 해설사

 

듣기만 할게요!

처음 <소녀상 평화올레길> 해설사 양성과정을 들었을 때, “듣기만 할게요. 해설은 안 해도 되지요?” 했던 사람이 저였습니다.

학교 다닐 때 역사과목이 어려워 성적이 바닥이었던 저에게 해설사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평소에 저는 ‘왜? 일본이 사과도 안하고 저럴까?’ 라는 의문을 계속 가지고 있었습니다. 해설사 양성과정에서 정말 이해가 잘 되게 왜 그랬는지를 설명해 주었고,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 주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음을 전달하는 해설사의 꿈을 품다

저는 전체 강좌를 최대한 빠지지 않고, 진지하게 또 분노를 하며 들었습니다. 강좌를 들을수록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해설사가 되어야 한다고 하니 굉장히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체 해설을 맡는 것이 아니라 해설할 부분을 서로 나누었고 “우리는 해설사지만 역사적 사실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해설사가 되려고 한다. 본인의 진심을, 그 마음을 전달하는 해설사가 되면 좋겠다”라는 사업담당 선생님의 말에 용기를 냈습니다.

막상 맡은 부분 해설내용을 찾아보고 준비해보니 제가 알려주고 싶은 내용이 오히려 너무 많았습니다. 그것들을 정리하고 외우는데, 돌에 글을 새기듯 정말 안 외워져서 더욱 마음이 무겁고 어려웠습니다. 처음 해설을 할 때 겨우겨우 다 외워갔는데 해설 하는 도중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종이를 보고 읽으려고 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우물쭈물 하는데.. 기행에 참가하신 분들의 따뜻한 눈빛에 다시 나를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열정의 해설사

가덕도 해설을 하면서 그때마다 참여자들보다 제가 더 분노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제에 화내면서 해설을 하는 저의 모습에 참여자들이 해설에서 역사의 감정이 느껴진다며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열정의 해설사”라고 애칭을 지어주셔서 제 어깨가 으쓱으쓱~하였습니다.

가덕도 해설은 자연을 보며 하는 해설이어서, 갈 때는 소풍처럼 산책처럼 코로나 때 갇혀 지냈던 저의 맘도 설레이게 만들었었다면,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해설은 역사적 사실을 알리며 책임감과 분노를 제대로 느끼며 또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되는 해설이었습니다.

모든 해설의 마지막은 소녀상 앞에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해설사인 저도 갈 때마다 부대표님의 해설을 들으며, 우리가 진행했던 <소녀상 평화올레길> 해설은 할머니들께서 하신 평화운동가의 길을 따라가는 후배 활동가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잘못한 일은 사죄하고, 누구나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었음에 이번 <소녀상 평화올레길> 해설사 과정은 저의 인생에서도 참 의미가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소녀상 평화올레길 참가자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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