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0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여러분! BDS에 대해 아시나요? BDS운동은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Boycott, Divestment, Sanctions)의 영문 앞글자를 딴 이름인데요.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평화를 일구는 특별한 연대 방법이랍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BDS운동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 비폭력운동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일조하며 이익을 얻는 기업과 기관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어내도록 하여,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더 이상 살상과 인권유린이라는 만행을 지속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입니다.
우리가 왜 팔레스타인과 연대해야 하지? 궁금하신 분도 계시겠지요. 반세기가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땅을 빼앗기고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오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이 살고 있던 땅에 현대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세워지면서 시작된 폭력과 인권유린은 날이 갈수록 심각하고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지지하는 세계시민들의 연대와 투쟁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은 더욱 가혹하게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옥죄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더 나아가 자신들이 오랜 군사점령국이라는 현실을 은폐하고 심지어 정당화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국가 안보의 이름으로, 학살당한 유대인의 이름으로, 최근에는 성소수자인권(핑크워싱)이나 환경정의(그린워싱)의 이름을 빌려 가혹행위들을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서울인권영화제는 BDS운동을 통해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고, 문화보이콧이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운동의 방법을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2020년 한 해 동안 열심히 BDS 가이드북과 워크숍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답니다.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텐데요, 그 전에 2020년의 이야기를 사계절 따라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봄 이야기
2020년이 시작되고 아직 겨울이 끝나기 전이었을 때죠. 드디어! “팔레스타인연대활동 문화보이콧 가이드라인 제작 및 워크숍”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을 때입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2012년부터, 서울인권영화제는 2016년부터 BDS운동 동참 선언을 한 후 꾸준히 관련 활동을 해왔습니다. “누가 관심을 가질까?” 처음 가졌던 걱정과는 달리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응답이 들려 왔어요. 동참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동참한다는 선언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서울인권영화제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이 궁금증을 해소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BDS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담은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워크숍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마침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에 선정이 되면서, 드디어 본격적인 가이드북 제작 및 워크숍을 위해 출발할 수 있었답니다.
가이드북을 제작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고, 다른 인권단체와 영화제도 만나보며 BDS운동에 대해 궁금한 점과 어려운 점도 들었습니다. 기존에 있었으나 말이 어려워 접근이 쉽지 않았던 BDS 가이드라인 번역도 재정비했어요. 2월 개최 예정이던 제12회 성소수자인권포럼에서도 BDS운동에 대한 궁금증을 듣고 응답하는 자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기쁜 마음으로 활동에 박차를 가하던 때,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었죠. 아쉬웠지만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했습니다. 대면 활동을 대폭 줄이고 비대면으로도 BDS가 무엇인지, 왜 우리가 함께 동참해야 하는지를 알릴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 시리즈입니다.
여름 이야기
“BDS, 분홍빛 점령에 맞서는 평화와 문화의 연대”는 봄과 여름 두 계절에 걸쳐 연재를 완료했습니다. 차근차근 BDS에 대해 알아가며 동참의 의지를 키우고 싶다면 지금 바로 클릭!(https://stib.ee/KMM2) BDS가 무엇인지, 서울인권영화제가 BDS운동에 함께한 (아주 스펙터클한!) 계기는 무엇인지, 또 다른 국내와 해외에는 어떤 사례가 있는지 등등이 궁금하다면 재밌게 읽어보실 수 있어요.
여름에는 온라인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부스로 참여를 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부스에서는 특히 “No to 핑크워싱” 캠페인을 중심으로 BDS운동을 소개하고, 동참을 독려했습니다. “No to 핑크워싱” 캠페인이란, 이스라엘이 성소수자 친화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팔레스타인 점령을 정당화하는 핑크워싱 전략에 저항하는 캠페인입니다. 소수자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그래서 더더욱 소수자의 연대와 저항으로 맞서야 하는 것이 핑크워싱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한국의 퀴어들이 팔레스타인 민중의 요청을 만나고 고민할 수 있게끔 하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같은 기간에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팟캐스트 <얄라! 팔레스타인>를 통해 BDS 특집 방송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BDS 운동의 사례 뿐만 아니라 국제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전달하였습니다. <얄라! 팔레스타인>가 궁금하다면 팟캐스트에서 바로 검색해보세요!
* 팟빵
* 애플 팟캐스트
한편 카카오같이가치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뿐 아니라 평소에 전달되지 않았던 대중에게까지 접촉면을 넓히면서 웹툰 형식의 설명을 통해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모금의 새로운 방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으며 모금액이 빠르게 채워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었습니다. 곧 모금액을 통한 배지와 스티커 제작에도 들어갈 예정이랍니다.
가을 이야기
벌써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가을에는 가이드북 제작과 워크숍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 동안 정리한 인터뷰를 참고해서 보다 쉽게, 보다 바르게 BDS운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목차를 재정비하고 원고를 모았습니다. 작고, 예쁘고, 알차게! 다행히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활동의 기록들이 있었기에 책의 방향은 흔들리지 않고 차근차근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바쁜 나날이 이어지던 와중에 한편 반가운 소식도 있었답니다. 이스라엘의 분홍빛 이미지 세탁인 핑크워싱의 일환인 텔아비브국제LGBT영화제에 대한 신승은 감독의 상영철회 및 보이콧 선언이었습니다. 신승은 감독의 단편영화 <마더 인 로>가 텔아비브국제LGBT영화제로 선정된 것을 보고 발빠르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다행히 감독님은 왜 이 영화제를 보이콧해야 하는지 단박에 알아주셨답니다. 퀴어의 이름으로 점령을 정당화하는 데 동참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죠. 팔레스타인 현지에서도 너무나도 기뻐한 소식이었어요.
거창한 설득이 필요 없었다는 것에 서울인권영화제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들은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팔레스타인의 민중이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자유를 빼앗는 점령에 동조할 수 없기 때문에, 기꺼이 상영철회를 선택한 것이었겠죠. 힘들었던 2020년을 마무리하는 데 큰 에너지를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겨울 이야기
드디어 워크숍을 진행할 때가 왔습니다. 직접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은 금세 뒤로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문화보이콧 온라인 워크숍을 준비했어요. 다행히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온라인으로 영화제를 진행한 경험이 생겨서 줌을 이용한 온라인 워크숍을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선명한 얼굴로 참여자 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웹캠도 새로 장만하고, 갓 나온 따끈따끈한 가이드북 표지 디자인을 활용해서 아주 획기적으로 예쁜 배경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큼직한 크기의 글씨로 문자통역을 배치했습니다. 이틀 동안 기초반, 응용반으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이틀 모두 참여하신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역시 BDS를 알게 되면 그 뒷이야기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가봅니다!
워크숍은 90분이 모자라게 꽉꽉 채워 진행했습니다. 기초반에서는 자주 쓰는 단어 익히기부터 시작해서 이스라엘에 대한 BDS운동이 탄생하게 된 배경,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의 BDS 호소문 함께 읽기, 서울인권영화제가 BDS운동에 동참하게 된 다사다난했던 과정을 이야기하고 BDS 대상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는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보이콧을 위한 PACBI 가이드라인’을 살짝 맛보면서 마무리했습니다. 중간중간 채팅창을 통해 열렬한 반응과 폭발적인 질문을 받기도 했지요! 응용반에서는 PACBI 가이드라인을 보다 샅샅이 뜯어 보면서 각자의 단체에서, 각자의 활동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게끔 했습니다. 사례를 통해 보다 풍부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국내외의 BDS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지요. BDS운동을 소개하며 자주 받는 질문들을 모아 FAQ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을 가이드북에 꽉꽉 채웠습니다. 마침내 출판된 <BDS 실천 가이드북: 이스라엘에 대한 문화보이콧 길찾기>를 보는 순간 마음이 달콤해지는 분홍색의 가이드북을 실제로 받아본 순간! 서울인권영화제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활동가들 모두 환호성을 내뱉었습니다. 총 115쪽의 가이드북은 한 손에 쏙 잡히는 앙증맞은 크기를 자랑하면서도 동시에 BDS운동이 대체 뭔지 궁금한 초보 독자부터 BDS운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싶은 열혈 BDS 참여자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알찬 구성을 자랑한답니다.
한 해의 결실이기도 한 이 책이 기쁜 연말연시 선물이 바라는 마음으로 총 637부를 발송했습니다. 책자가 도착한 곳곳에서 반가움과 감사의 인사를 담은 메시지를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설 연휴까지 추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기도 합니다. 책자를 받아보지 못해 아쉬우시다고요? 걱정 마세요! 온라인 pdf로 언제든지 책을 보실 수 있답니다. 책 속의 모든 이미지에도 대체 텍스트를 꼼꼼히 적어두었으니 알차게 책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BDS 실천 가이드북 온라인으로 확인하기(pdf)
다음 이야기
자, 이쯤 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시지 않나요? 서울인권영화제X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BDS운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랍니다. 2020년에는 인권단체와 인권활동가들을 중심으로 BDS운동에 대한 실천 방법을 모색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BDS의 존재 자체를 알리려 힘썼다면, 2021년에는 문화생산물의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BDS운동을 알리고 동참을 이끌어내보려 합니다. 한국의 운동 사회와 문화계,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문화보이콧이라는 운동 방식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 민중의 연대 요청에 응답할 수 있도록 힘써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점차 더 다양한 곳에서, 더 많은 곳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의 목소리를, BDS운동에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우리 언젠가 또 만나기로 약속해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http://bdskorea.org/에서 BDS선언에 동참해보시는 건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