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0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산방산(오름) 앞의 설쿰바당 해안사구. 하모리층이라는 화산 지층위에 형성된 해안사구.

산방산(오름) 앞의 설쿰바당 해안사구. 하모리층이라는 화산 지층위에 형성된 해안사구.

제주도의 바닷가와 육지 사이에는 특이한 지역이 있습니다. 지적 경계로는 육지에 속하지만 바닷물의 염분을 좋아하는 염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지역, 바로 해안사구입니다. 해안사구는 바다와 육지 경계에 위치하여 독특한 환경을 지닌 생물 서식처를 제공하여 희귀한 동·식물이 많이 생육하기 때문에 보존가치가 높은 생태계입니다.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한반도의 해안사구와는 지질·생태·경관적으로 매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주도가 화산섬이기 때문입니다. 화산과 모래 그리고 제주의 거센 바람이 만나서 만들어진 모래언덕이 제주의 해안사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7년 국립생태원의 ‘국내 해안사구 관리현황 조사 및 개선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국에서도 해안사구가 가장 훼손이 많이 된 지역이었습니다. 무려 과거 면적대비 82.4%가 감소하였다고 보고서에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예전에 전국 최대의 사구는 제주시에 있는 김녕사구였었는데 지난 수십년 간 개발로 인해 현재는 소형사구로 축소되고 1위 자리는 태안 신두리 사구에 내어주었습니다.

▲ 구좌읍 세화리의 해안사구.

▲ 구좌읍 세화리의 해안사구.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020년의 중점사업으로 해안사구 보전 운동을 진행하였습니다. 보전 운동의 하나로 해안사구 모니터링을 2020년 2월부터 시작하여 연말까지 진행하였습니다. 조사 결과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환경부가 조사한 것보다 더 많이 있었습니다. 최소 7개소 이상의 해안사구가 더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환경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제주도내 14개 해안사구의 경계를 너무 좁게 설정함으로써 향후 해안사구 관리대상에서 제외되는 안좋은 효과를 내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육지부와는 매우 다른 톡특한 가치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다음의 네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동쪽의 성산일출봉과 서쪽의 송악산 일대의 해안사구처럼 화산지층 위에 형성된 해안사구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성산일출봉이 분출하면서 바닷가에 쌓여 만들어진 신양리층 위에 해안사구가 형성된 곳이 신양해안사구이고 송악산의 화산분출물이 쌓여 만들어진, 하모리층 위에 만들어진 곳이 사계·설쿰바당·모슬포 해안사구입니다. 신양리층과 하모리층은 생성 시기가 5천 년 이하인 매우 젊은 화산지층으로서 지질학적·경관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곳입니다. 이 아름다운 지층 위로 해안사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죠. 문화재로 지정해도 손색없는 곳들입니다.

▲ 성산일출봉의 화산쇄설물로 인해 만들어진 신양리층. 신양리층 위로 신양해안사구가 자리 잡고 있다.

▲ 성산일출봉의 화산쇄설물로 인해 만들어진 신양리층. 신양리층 위로 신양해안사구가 자리 잡고 있다.

둘째, 제주도의 해안사구로 인해 만들어진 위석회동굴의 존재입니다. 용암동굴은 석회암 동굴과 달리 석회 생성물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월정·김녕 해안사구와 협재 해안사구 아래 있는 동굴 군락은 용암동굴 안에 아름다운 석회동굴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기기묘묘한 위석회동굴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은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위석회동굴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입니다. 제주도만의 용암동굴이며 해안사구인 셈입니다.

셋째, 제주의 해안사구는 육지 지역과는 매우 다른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독특한 염생식물 생태계가 제주의 해안사구에 형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의 서식지임도 확인했습니다. 중문 해수욕장에 형성된 중문 사구에는 2007년까지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되었고 도내 몇몇 사구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되었다. 조사를 통해 중문 해안사구만이 아니라 하도리 해안사구 등 도내 몇몇 해안사구가 바다거북의 산란이 가능한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갓 부화한 흰물떼새 새끼. 흰물떼새는 제주도 해안사구에 알을 낳는다 (사진 : 강창완)

▲ 갓 부화한 흰물떼새 새끼. 흰물떼새는 제주도 해안사구에 알을 낳는다. 현재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포털 Daum에서 ‘제주도 해안사구의 흰물떼새를 지켜주세요’라는 주제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강창완)

흰물떼새라는 새가 제주의 해안사구에 많이 산란하고 있음을 조류 전문가 동행과 조사를 통해서 확인했습니다. 이 조사를 토대로 흰물떼새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포털 Daum에서 ‘제주도 해안사구의 흰물떼새를 지켜주세요’라는 주제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많은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넷째, 제주의 해안사구는 제주도민의 삶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평대리 주민들은 해안사구에 기대어 집을 지어 살았고 해안사구를 마을공동체의 핵심축으로 여기고 있음을 조사와 주민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한동리의 단지모살 해안사구는 일본강점기부터 주민들이 협동의 방법으로 모래언덕 위에 숲을 조성했던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사구임을 확인했습니다.

▲ 평대 해안사구. 해안사구를 바람막이로 하여 집들이 해안사구 곳곳에 들어서 있다.

▲ 평대 해안사구. 해안사구를 바람막이로 하여 집들이 해안사구 곳곳에 들어서 있다.

이러한 다양한 조사의 결과물과 함께 제주의소리와 공동기획으로 8개월동안 연재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단행본으로 만들었습니다.(「바람이 만든 모래언덕, 제주도 해안사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시민들이 읽기 쉽게 소책자로 만들었습니다. 소책자는 제주도의회 의원 44명에게 모두 배포하여 정책자료로 삼을 것을 제안했고 도내 여러 언론사와 학계, 도서관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와 공동으로, 전국 최초의 해안사구 보전조례 제정을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2020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이지만 올해 3월 경에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고 조례 제정을 힘있게 추진해 나가려고 합니다.

▲ 해안사구 조사 결과물을 단행본으로 만들었다.

▲ 해안사구 조사 결과물을 단행본으로 만들었다.

글 : 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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