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 드러나듯이 공익단체의 활동에 ‘스폰서’가 되기위한 지원사업입니다. 시민사회의 시의성있는 단기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2020년 6월 ‘스폰서 지원사업’의 선정단체인 부산에너지정의행동에서 활동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
📢 아래 활동은 코로나19 방역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며 진행되었습니다.
우여곡절 제 10회 부산반핵영화제
부산반핵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은 해가 있었나 싶습니다. 올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지는 것은 단순한 위험만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부산반핵영화제는 올해 10회째를 맞아 이른 봄부터 초동회의를 통해 영화제 일정과 조직위원회 구성 등의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예년처럼 영화제를 8월경 진행하기로 하고 37개 단체가 조직위원회로 함께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10회째를 맞은 만큼 지난 10년간 반핵영화제가 다뤄온 주제들을 5개 세션으로 나눠 상영작을 선정하였습니다. <핵과 평화> 세션은 평화를 위협하는 핵무기와 전쟁을 주제로 한 영화를, <후쿠시마/체르노빌> 세션은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핵사고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핵과 맞선 사람들> 세션은 부안방폐장반대투쟁과 초고압송전탑반대투쟁을, <핵폐기물, 10만년의 책임> 세션은 핵폐기물의 문제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지역주민들, 또 10만 년의 책임을 함께 지고자하는 사람들의 투쟁을 담은 영화를, 그리고 <어린이영화> 세션에서는 평화와 우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선정하였습니다. 한국 탈핵운동의 일환으로 함께 변화를 만들어 왔던 반핵영화제의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도 새 발걸음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영화 상영협의가 완료되고 포스터/ 리플렛을 만들어 각 단체에 우편발송도 하고 지하철역 게시판에 부착도 하고 조직위원회가 자발적 홍보에 나섰습니다.
영화제 포스터와 리플렛을 우편발송하기 위해 작업하는 조직위원회 분들과 지하철 역사에 게시된 10회 반핵영화제 포스터
하지만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8월 예정이었던 부산반핵영화제를 12월로 연기하는 것을 어렵게 결정했습니다. 11월부터 다시 영화제 준비를 위해 조직위원회가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포스터도 새로 만들어 게시하고 <반핵운동과 영화>, <핵과 맞선 사람들> 토크쇼에 참석하실 분들도 다시 섭외하고 준비를 거의 마쳤는데 영화제를 일주일 앞두고 다시 코로나 19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방역단계가 격상되었습니다. 이대로 10회 부산반핵영화제를 취소해야 할지, 다른 방법을 찾아서라도 진행을 해야 할지, 반핵영화제 개최에 대해 조직위원회는 다시 고심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고심하다가, 갑작스럽지만 온라인 상영으로 전면 전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0회 영화제를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이 또한 코로나 시대에서 우리가 겪어야 하고 또 넘어야 할 과제이고 현재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진행해 보는 것 역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0회째의 영화제를 준비하며 여러 의미를 담아 보고자 애쓰며 준비해 왔지만 코로나 19의 확산을 대비하여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일부 영화들은 온라인 상영협의가 되지 않아 상영을 포기해야 하고, 상영시간은 조정되었습니다. <핵과 맞선 사람들 >토크쇼도 취소할 수 밖에 없었고 영화제 기간에 함께 진행하려던 각종 부대행사들도 진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매년 반핵영화제를 함께 만들어 주신 조직위원회 단체들과 영화제를 기다려 주신 분들과 함께 영화제를 즐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지금, 당신께서 반핵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
영화제를 고작 며칠 앞두고 갑작스러운 온라인 상영 전환으로 얼마나 많은 분이 보아주실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반핵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비록 함께는 아니라도 각자가 있는 그 자리에서 반핵영화제에 함께 해주시길 요청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핵으로부터 고통받아온 지역주민들과 연대하는 것이고, 대책 없이 쌓여온 핵폐기물의 문제에 대해 함께 책임지는 것이고, 다시는 체르노빌, 후쿠시마와 같은 재난의 상황을 어리석게 반복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고자 함이고,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것임을 탈핵을 바라는 분들과 공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분이 우리의 요청에 화답해 주셨습니다. 12/19~12/20 양일간 진행된 온라인 영화제에 403명이 사전 신청을 해주셨고 9편의 영화를 1,068명이 보아주셨습니다. 역대 반핵영화제 중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관람해 주신 것입니다. 영화 상영중에도 문자로, 개인 SNS로 영화감상 인증샷을 올려주시고 어려운 가운데에도 반핵영화제를 개최한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영화제 이후 설문조사에도 적극 참여해 주신 분들은 앞으로 반핵영화제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소중한 의견들을 주셨습니다.
#반핵영화감상 중 참여자 분들이 SNS에 올린 포스팅
“연결되어 있는 우리”
이번 10회 부산반핵영화제는 온라인 상영회로 반핵영화를 함께 보면서, 탈핵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서로의 마음들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손 맞잡게 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반핵운동과 영화> 토크쇼에서도 탈핵운동의 일환으로 부산반핵영화제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번 반핵영화제의 상영작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탈핵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분, 탈핵을 주제로 함께 영화를 보면서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었다는 분,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실천하고 행동하겠다고 하신 분 등 영화제 기간 동안 좋은 의견과 응원의 피드백을 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반핵운동과 영화 비대면 토크쇼
이번 영화제가 개최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어려움이 많은 한해였지만 모두의 바람과 힘으로 열 번째 반핵영화제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반핵영화제 조직위원회는 10회 영화제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였고 조만간 앞으로의 반핵영화제를 위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19의 시대는 우리에게 어쩔 수 없는 물리적 거리감을 필요로 하지만 오히려 서로의 정서적 연대와 손 맞잡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결된 우리의 힘을 믿고, 탈핵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에 부산반핵영화제가 앞으로도 함께 하겠습니다.
글/사진 – 부산에너지정의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