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 드러나듯이 공익단체의 활동에 ‘스폰서’가 되기위한 지원사업입니다. 시민사회의 시의성있는 단기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2020년 6월 ‘스폰서 지원사업’의 선정단체인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에서 활동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
📢 아래 활동은 코로나19 방역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며 진행되었습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을 통해 <코로나19시대 알 권리와 정보인권 진단을 위한 좌담회>라는 사업명으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수행한 사업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개인정보, 디지털화, 데이터라는 키워드로 코로나 19 시대의 정보인권을 되짚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개인정보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보주체 각자의 행동으로 프라이버시 보호가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고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통신사와 정보통신기업이 개인정보를 일상적으로 수집하게 됩니다. 물론 이 개인정보는 법으로 보호받지만, 감염병이라는 예외적 상황에서 국가가 개인의 동의 없이 통신사가 보유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또 확진자로부터 수집한 이동경로와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확진자 동선공개의 명목으로 나이, 성별, 주소 등 불필요한 인적정보를 경쟁적으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한번 공개한 정보들은 제어할 수 없이 전파된다는 점입니다.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두고 불필요한 루머와 확진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대재생산 되고, 이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거나 루머 재생산을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예외적인 재난 속에서 국가가 시민 개개인의 정보인권이 침해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관련 토론회 후기 : 온 국민의 QR코드 정보는 언제 폐기될까?)
이에 더해 고민해야할 지점은 정보통신기업들이 일상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통신사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수집한 정보들을 이용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른 누군가에게 제공한다거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물론 정보통신기업들은 정보제공 이용 동의라는 사전동의 절차를 거쳤다고 항변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전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러한 동의를 진정한 동의라 볼 수 있을까요? 이렇게 정보통신기업들이 수집한 개인의 이동경로, 소비 내역, 행동 패턴 등의 정보들은 비식별화 과정을 거쳐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활용됩니다. 디지털화가 촉진되면서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범위까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러한 데이터의 활용은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터를 쥔 기업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데이터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라는 표현이 있듯이 이제 데이터는 돈이 됩니다. 정부나 국회에서는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을 주장하며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책들에는 데이터의 원료를 만들어낸 정보주체 개개인의 개인정보를 더 잘 보호하고, 데이터를 공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향은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관련 간담회 후기 : 데이터 기반 사회에서 당신의 개인정보는 안녕하십니까? )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이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살펴봐야 합니다. 장애인, 고령층 등 취약계층은 재난 상황에서 우선적 보호가 필요하지만, 코로나 19와 관련한 주요 정보들이 디지털 중심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전달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쉴 새 없이 날아들던 재난문자 역시 2G 폰이나 일부 3G 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제공되지 않습니다. 휴대전화 가입자 중 재난문자 수신이 불가능한 숫자가 200만 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1339 상담은 청각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습니다. 휴대폰과 인터넷 이용 경험이 없는 쪽방촌 사람들, 외국어 브리핑이 제공되지 않아 재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이주민들의 문제도 있습니다. (관련 좌담회 후기 : 장애인, 홈리스, 이주민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코로나19 재난문자)
정보공개센터는 디지털화, 개인정보, 데이터 문제에 대한 ‘변화의 시나리오’를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 구상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세 번의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위기 이후 1년, 갑작스럽게 전 세계를 덮친 재난이 그동안 한국 사회가 돌아보지 못했던 정보인권의 문제를 다양한 차원에서 드러냈습니다. 사실 시민사회 내에서도 정보인권 영역을 다루고 있는 단체들은 많지 않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기에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문제를 검토하고 대안을 만들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여겨지기 쉬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점차 전 사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기에, 시민사회 진영 공통의 문제 인식과 대안 마련, 공동의 활동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이번 토론회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디지털화, 개인정보 침해, 데이터 정책에 대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운동을 만들어갈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글/사진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