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썼지만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어요’ 

마스크가 일상이 되고부터 저는 눈과 눈썹으로 많은 표정을 짓게 되었어요. 눈썹이 이마까지 올라갈 만큼 눈을 크ㅡ게 뜨는 표정은 ‘정말요? 흥미로운데요?’ 라는 표정이고요. 미간을 찌푸리면서 눈꼬리를 내리면 ‘속상했겠어요. 그 마음 알 것 같아요’라는 공감의 표정이예요. 물론 마스크 위로만 감정을 전달하는 게 한계는 있어요. 표정 짓느라 바쁜 눈과 눈썹 때문에 이마 주름도 부쩍 늘었고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어요’ 란 신호를 꼭 전달하고 싶더라고요. 아마도 저 자신도 그 신호가 그립기 때문이겠죠?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에 정말 많은 것을 바꿔 놓았는데요.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방식의 변화가 가장 대표적이죠. 직접 만날 수 없으니 만남을 대체할 수단이 다양해졌고,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으니 저절로 대화 나누는 사람의 규모는 줄어 들었죠. 또 대화 나눌 기회가 적다보니 대화 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아졌습니다. 

2020년, 다시 만난 활동가이야기주간

전국에서 5일 동안 활동가들의 자발적 이야기 모임으로 꾸려졌던 2019년 활동가이야기주간, 기억하시죠? 활동가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자유롭게 모임을 꾸리고, 그 과정에서 동료 활동가와 시민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는데요. 새로운 방식이었던 만큼 사람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2020년에도 그 뜨거움을 이어가고자 활동가이야기주간을 준비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가 터져버렸어요. 활동가이야기주간을 기획하고 운영한 더이음과 7개의 공동주관단체는 활동가이야기주간의 포인트가 얼굴을 마주보며 나누는 대화다보니 개최 자체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어떤 재난이 와도 우리의 대화를 그칠 수 없다고 생각했죠. 대화가 가진 힘과 위로를 굳게 믿었기 때문이죠.

코로나19에 맞게 방법과 규모 등을 변경해서 2020 활동가이야기주간이 변함없이 열릴 수 있었어요. 2020년 11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열린 2020년의 활동가이야기주간은 정부 규칙에 따라 모임 인원을 제한하고, 방역 수칙도 꼼꼼히 지키며 진행했습니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맞춰 온라인 모임도 열었죠. 그 결과 처음 이야기주간이 열린 19년에 비해 더 많은 이야기 모임이 더 다양한 지역에서 열릴 수 있었습니다. 조직문화, 세대차이, 마음건강, 재난시대 등 활동가들의 활동가 일상을 담은 주제로 총 98개의 이야기모임에 435명의 활동가가 참여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야기모임을 열고 또 참여했던 이들이 한 데 모여 각자의 이야기모임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회고하는 자리를 가졌어요. 하지만 2020년에는 그런 자리를 마련할 수 없었죠. 그러다 보니 다른 이야기 모임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다들 무척이나 궁금했는데요. 그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 전체 이야기모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2020 활동가이야기주간 결과자료집’을 마련했습니다. 이 결과자료집을 통해 98개의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물론, 참가한 사람들의 소감, 그리고 후기 등을 자세히 읽어볼 수 있습니다.

우리, 다시 얼굴 마주하는 그날까지

마스크 없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 나누던 날들이 무척이나 그리운 요즘이죠. 전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죠. 대화와 만남이 아쉬웠을 활동가분들에게 2020 활동가이야기주간이 짧게나마 숨을 틔우는 공간이 되었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결과자료집을 읽으시는 분들도 활자를 읽는 시간만큼은 고팠던 대화와 만남이 채워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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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은 지역의 크고 작은 변화를 견인하고 있는 지역 활동가가 지속가능한 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지역 활동가가 삶과 활동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시민사회 안에서 고민해 볼 지점을 동료 활동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활동가이야기주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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