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레터는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이 숨을 후~후 불며 쉴 수 있도록, 변화의 증거를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 매달 주목할 만한, 또 시의성 있는 이슈에 맞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소개해드릴 거예요. 첫 번째 레터에서는 ‘지금’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열여덟 이후의 삶이 막막한 누군가를 위해 ‘여기’ 있습니다.

신선 캠페이너는 보육원을 나온지 1년이 되던 해, 자립 정보를 전하는 블로그를 열었습니다. 복잡한 신청절차를 뚫고 주택 지원을 받은 자신에 비해, 친구들은 아예 시도조차 못하고 있었거든요. ‘누군가가 해줬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내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가 되기로 했고, 지난 3년 동안 바쁜 시간을 보내왔어요. 보호종료청년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자립 과정을 전하는 유튜브와 팟캐스트도 운영했습니다.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인터뷰, 방송출연은 기본이고 정부나 기관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3년간, 신선 캠페이너가 만든 변화는 작지 않았습니다. 보호종료청년에 대한 정책 지원도 많아졌고, 운영하는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오는 청년들도 늘어났죠. 덕분에 올해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촌의 한 카페에서 다음 캠페인 준비에 골몰하고 있는 신선 캠페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신선 캠페이너

아름다운재단 신선 캠페이너

모르면 무섭고, 낯설 수밖에 없어요. 먼저 경험해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하죠.

Q. 3년 동안 캠페이너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어요. 긴 시간 캠페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보호종료청년들은 실생활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들이 없다보니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편견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기 힘들어하기도 하고요. 책임감으로 3년을 지내다보니까 주변에서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해주세요. 장학금, 주택지원을 다룬 유튜브 영상을 보고 ‘쉽게 찾을 수 없는 정보들인데 잘 정리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책임감이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Q. 많은 보호종료청년들이 세상에 나오지만, 자신을 드러내겠다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2019년까지 신선 캠페이너와 같은 사람이 많지 않았고요. 선이씨가 캠페이너가 되기로 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나요?

A. 친할머니의 가정위탁으로 지내던 친구가 있거든요.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 기초수급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따로 사는 아버지 소득 때문에 거절당했더라고요. 상처를 받고 난 이후에는 어떤 지원도 신청하지 않았대요. 서울로 온 이후에는 잘 곳이 없으니까 도서관에서 한 달동안 기숙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답답하고 화도 났죠. 그래서 동사무소에 제가 직접 전화해서 기초수급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지금은 청년전세임대주택을 구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고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오히려 고마움이 크더라고요. 아이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싶기도 하고요. 당연한 것을 못 받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Q. 공유해주신 보호종료 이후의 삶에 대해 듣고 싶어하는 많은 미디어와 인터뷰를 했잖아요. 듣똑라, 이스라디오 등의 오디오 매체에도 출연했고요. 최초의 경험과 최근의 경험을 비교해볼 때,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A. 초기에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엄청 긴장을 하고 떨었어요.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를 해야할지 고민되기도 했고, 혹시 ‘고아’와 같은 자극적인 타이틀로만 쓰이거나, 불쌍하게 그려지는건 아닐지 염려했죠. 지금은 걱정을 덜어냈어요. 세상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기 때문인 듯 해요. 저 역시도 생소했던 ‘보호종료아동’이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나는 보호종료아동이야’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보호종료아동 캐릭터도 부정적이기보다는 보통의 평범한 청춘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귀 담아듣는 용기가 세상을 바꿔요!

Q. 좀처럼 바뀌지 않던 현실도 서서히 바뀌고 있어요. 이런 변화를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용기입니다.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을 용기있다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잘 모르는 이야기여도 한 번 들어보겠다는 마음이나 의지도 용기라고 생각해요.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관심 갖는 분들이 그래서 고마운거 같아요. 귀담아듣는 것도 용기이고, 도전이거든요.

Q.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얼마전에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어요. 퇴소 후 자립을 잘 해내고 있는 보호종료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셔서 무려 40분을 했죠. 그런데 정작 방송을 보니, 어렵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만 강조해서 1분 정도 나왔더라고요. 대학교 동아리에서 저에게 자문을 요청한 시나리오도 보호종료 이후 굉장히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이야기만 나와있고요. 3년 동안 ‘편견을 거두어달라’, ‘평범한 청춘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쉽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꾸준히 해야겠다 싶었어요.

Q. 2019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오셨는데요. 활동하면서 힘든 순간은 없었나요?

A. 2020년 연말에 사실 힘들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기대를 많이 받게 됐는데, 캠페이너로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더라고요. 일련의 변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이나 정책이 확 바뀌는 것도 아니다보니까 지치기도 했고요. 두 달 정도 쉬면서 처음 캠페이너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되새겼어요. 보호종료 후배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제 진심과 다시 마주하게 됐죠.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어요.

‘혼자’가 아니라, ‘같이’ 서는 법을 배우는게 자립입니다.

Q. 신선 캠페이너와 떼어낼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자립’이예요. 스스로 내리는 ‘자립’의 정의가 궁금해요.

A. 캠페인을 하면서 만난 친구 중 하나가 ‘자립은 혼자서 해야한다’고 말하더라고요. 결코 혼자 할 수 없거든요. 사람은 부족한게 있을 수도 있고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럴 때 도움을 구하고, 교류할 수 있다면, 건강하게 자립한 것이라 생각해요. 사소한 판단이나 결정을 할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고요. 그런 도움들을 포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 자립의 시작 아닐까 싶어요.

목요대화에 참석한 신선 캠페이너

목요대화에 참석한 신선 캠페이너

 

Q. 2020년에는 자립수당 확대, 주거지원통합서비스 확대와 같은 정책적인 변화가 이뤄졌어요. 좀 더 나은 방향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A. 당사자의 이야기를 관심 갖고 들어주는게 아닐까 싶어요. 공급자의 입장에서 뭔가를 해주는 것보다는,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거죠. 제가 있던 보육원에 작은 소형차를 기부한 곳이 있었어요. 맨날 큰 승합차만 타고 다니다가 작은 소형차가 생기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근데 보자마자 실망했어요. 한쪽 문에 이렇게 쓰여있더라고요. ‘저희 기업은 지역의 소외계층과 함께한다. 사회복지법인 000’ 그분들의 입장에서는 기부했으니까 스티커를 붙이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차를 타야하는 저희를 생각했다면 조금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것 같아요. 보호종료청년에게 실제로,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Q. 올해 계획 중인 프로젝트에서도 정책을 다루게 되나요?

A. 네, 올해는 보호종료청년을 둘러싼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지금 논의되는 주요 정책들이 자립할 때 지원하는 자립정착금을 늘리는 것, 또 보호종료 시기를 늘리는 건데요. 당장 보호종료된 친구들에게는 좋을 수도 있지만, 지원금을 주는게 전부가 아니거든요. 마치 상처를 대충 덮고 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잠깐 동안에는 상처가 안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곪을 수도 있잖아요. 얼마 전 국무총리와의 대화에서 보호종료 이후 연락이 두절된 친구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도움이 필요할 때 과연 누구를 찾아갈지 염려되더라고요. 저는 여기 계속 들어주는 사람으로 머물면서, 정책변화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으로 남으려 합니다.

보통의 평범한 청춘들에게, 봄바람을 후후 붑니다.

인터뷰를 마친 신선 캠페이너에게도 풍선을 건넸습니다. 매년 세상에 나오는 보호종료청년들에 대한 애정, 그리고 진심을 가득 담아주셨죠. 후배들이 살아갈 세상의 편견을 걷어내고 있는 신선 캠페이너와 함께, 오늘은 용기내어 다른 세상을 들어보는건 어떨까요? 세상에 나오는 2500여명의 보호종료청년들이 시작할 봄이, 좀 더 따뜻해질 수 있도록,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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