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애킴의 깨방정 재단생활기>를 시작하며

아름다운재단 블로그는”아름다운재단 이런거 합니다~”를 보여주는 중요한 창구이기 때문에 사업의 얘기가 제일 많고 중요해서 보통 사업과 관련된 포스팅을 많이 올리는데 가끔 ‘일상다반사’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재단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일들도 나누곤한다. 

때로는 “사업 얘기 말고 이런 얘기들은 관심없으려나..” 하고 자신없어지곤하는데 가끔 재단의 홈페이지를 관심있게 봐주시는 지원단체 실무자, 재단에 갓 입사한 신입간사, 재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부자로부터 “재단에서의 일상적인 생활”에 대한 포스팅을 재밌게 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곤하면 그게 참 신기했다. 직접적인 사업이 아닌 재단생활에 대한 글도 아름다운재단을 아는데 참 중요한 계기가 되는구나 하고 생각이 될 때가 많았다(진지진지). 

왜 이런 얘기를 갑자기 하냐면 앞으로 재단의 생활에 대해서 종종 블로그를 올리고 싶은데 혹시나 왜? 라는 의문을 누군가가 가질까봐 미리 변명아닌 변명을 해본다. 

나는 “재단에서 일하는 사람들, 재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서 아름다운재단을 표현하고 싶다”마음에서 이 포스팅을 시작해보려한다. 시작에 앞서 이런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 “지애킴의 깨방정 재단생활은 깨방정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글로 가끔 아름다운재단 및 재단 간사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지애킴의 깨방정 재단생활기 1탄 “왜 아름다운재단의 식물은 다 죽는가?“에 대한 열화와 같은 성원에 어깨가 으쓱거려 담이 올 지경이다. 
격한 호응 속 2탄을 시작해보려고한다. 

‘오늘 점심 뭐 먹지?’가 직장인의 3대 고민이라는 말이 있는데 직장인이 가장 기다리는 3대 순간에 점심시간이 있지 않을까 싶다 
(통계는 없는 내맘대로 순위 정하기) 

아름다운재단은 여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12시부터 13시까지가 점심시간이다. 
공복따윈 절대 견디지 못하는 지애킴에게 점심시간은 그저 밥 먹는 시간이지만, 재단에는 조금 다르게 점심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번 재단 생활기는 점심시간을 보내는 재단 간사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한다. 

나는 네가 점심시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점심시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봐야 보통은 나가서 점심을 사먹지만, 도시락을 싸오는 간사님들도 있고, 무려 점심을 안먹는 간사님들도 있다. 병원이나 은행 등 개인적인 볼일을 보거나 숙면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전부터 올해 신입간사들을 주축으로 점심시간에 스터디 모임이 만들어졌다.  
아름다운재단이 발간한 기부문화총서 “브랜드레이징”을 가지고 스터디를 하거나 주제를 바꿔서 진행한다고 한다.  

피자와 함께하는 스터디

피자와 함께하는 스터디

 

요런 학술적인 모임도 있지만 동네 사랑방에서 이루어질 것 같은 모임도 최근에 있었다. 
지난 점심시간에 있었던 지애킴의 코바늘교실

시작은 이랬다.. 지금 현재 진행하고 있는 노란봉투 캠페인을 기획할 당시 재단 내부 게시판에 아이디어를 구하는 글이 올라왔는데 재단 간사의 무서움을 모르는 지애킴은 덧글을 달다가 실언을 하고 말았다. ‘저 환경수세미 만들줄 아는데요’ 라는 말을 무심코 내뱉었던 것이다. 긴 글 끝에 아무 짧게 툭- 

그리고 그 다음 어느날! 
출근하니 내 책상 위에 살포시 얹어져있는 종이들. 이건 뭐지? 
지애킴의 코바늘교실 신청서?!?

각자의 성격이 보이는 비고

각자의 성격이 보이는 비고

 

홍미

주현

혜윤

 

내가 재단 간사들의 무서움을 모르고 입방정을 떨었구나;; 라는 후회를 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 

“컵받침을 만들고 싶어요 선생님~”이라며 나의 의견과 상관없이 눈을 반짝이는 수강생 3인 ㅠ.ㅠ 

내 실력은 그냥 수세미 만드는 정도라고 변명에 변명을 거듭하고, 수강생들의 실력이 코바늘을 해보기는 커녕 코바늘을 처음 본 사람들이라는 점에 위안을 삼으며 일단 시작해 보기로 했다. 

너무 간절한 눈빛을 더이상 외면할 수가 없다. 이 장화신은 고양이 같은 간사님들 ㅠ 

 

“안해, 못해!!”를 외쳤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싸부님(우리 엄마)께 도움을 요청했다 

혼자 만들수는 있지만 누구를 가르쳐 주기에는 다시 한번 기술 점검이 시급한 상황.  

근데 내 실력은 수세미를 만들기에는 적합하지만 예쁜 컵받침을 만들기에는 역부족한 상황으로 싸부님과 실력차가 월등함 -_-

왼쪽은 내 작품, 오른쯕은 엄마싸부님 작품

왼쪽은 내 작품, 오른쯕은 엄마싸부님 작품

 

어느 날씨 좋은 점심시간, 일단 시작된 지애킴의 코바늘교실!! (초급반에 강조) 

박혜윤 간사님의 센스

박혜윤 간사님의 센스

 

허기를 채우지 못하면 손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먹고 시작한다 히히 

통인시장에서 산 각종 분식들~ 

점심은 과하게 많은 분식

점심은 과하게 많은 분식

 

너무 맛있다~~~ 를 외치다보니 벌써 20분이 지났네;;; 

식욕에 눈이 멀어 오늘 모임의 본분을 잊을뻔했다. 그리하여 다급하게 시작하는 코바늘 교실. 

사실 주현, 혜윤, 홍미 간사님은 코바늘을 잡아본 것이 처음이라서 수업은 초급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오늘의 목적은 코바늘 뜨기 초초초초초초급으로 코바늘 잡는 법과 팔각으로 컵받침 만들기이다. 

열강중인 지애킴

열강중인 지애킴

 

 엄마싸부님으로부터 전수받은 비법을 설명하는 중. 요란하게 설명하지만 나도 성공하지 못하는 기술이라는게 함정 

일단 코바늘 잡는 법부터 1:1로 시작해본다.  

완전 집중하는 주현간사님

완전 집중하는 주현간사님

 

나도 맨 처음에 코바늘을 배울 때 그랬는데, 실을 너무 팽팽하게 잡는다거나 손가락에 너무 힘을 주는 것은 초보가 겪는 필수 코스

나중에 손가락 통증 호소하는 홍미간사님

나중에 손가락 통증 호소하는 홍미간사님

 

최근 뜨개질에 재미를 느끼고 코바늘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려고하는 혜윤 간사님 

최근 뜨개질 신동으로 떠오른 혜윤간사님

최근 뜨개질 신동으로 떠오른 혜윤간사님

 

홍미간사님은 약간 포기모드? 팔찌를 만들겠다면서 딴길로 잠시 외도중 ㅎㅎ 

라푼젤 머리라면서 혼자 신난 홍미간사님

라푼젤 머리라면서 혼자 신난 홍미간사님

 

1차 기본적인 설명이 끝나고 각자 열중하는 시간. 나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제 좀 알겠다!! 할 때는 이미 점심시간 끝- 점심시간은 왜 이리 짧기만 한건지..

일단 기본적인 방법과 규칙을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 지애킴의 코바늘 교실 초급반- 

이제 방법은 배웠으니 나머지는 각자의 몫으로 하고 지애킴의 코바늘교실은 끝이났다. (초보반이었지만 절대 중급 과정은 없음) 
 
왜 일어서서 하는거지?

왜 일어서서 하는거지?

 

알 수 없는 숫자와 그림들이 잔뜩 남은 칠판으로 알 수 있는 치열했던 코바늘전투-

수학시간 같은 칠판

수학시간 같은 칠판

 

코바늘 교실 그 후 

아주 짧게 진행된 코바늘 교실이 끝나고 각자 업무로 돌아간 간사님들은 틈틈이 코바늘을 잊지 않았고, 알고보니 주변에 숨은 고수들이 좀 있었다. 머리를 맞대고 코바늘 연구에 한창인 혜윤간사님과 정옥간사님- 

여기저기 숨은 고수들이 있다

여기저기 숨은 고수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후 내 자리에 살포시 놓아진 혜윤간사님의 센스있는 선물 😀

아이 좋아- 선생님 취향(먹는것) 확실히 아는 센스있는 학생 ㅎㅎ 

코바늘 교실 때문에 연습용으로 만든 나의 비루한 컵받침의 데뷔전이 그 뒤 바로 있었다. 

재단에서 손님을 맞이할 일이 있었는데 컵받침이 마침 하나가 부족한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슬쩍 내가 만든 컵받침 살포시 책상위에 놓고 사용했다. 사이즈도 좀 작고 모양도 별로지만 그래도 뿌듯하기만하다.  

슬쩍 손님용 컵받침으로 데뷔

슬쩍 손님용 컵받침으로 데뷔

 

하지만 열정은 늘 지속되지는 않는 법! 코바늘 교실 3주 후 진도 안나가는 혜윤간사님-

책상 서랍에 고이 넣어져 있는 코바늘과 실, 그리고 동전만한 크기에서 멈춰버리고 장식품이 된 컵받침 미니- 

책상서랍에서 자고 있는 코바늘과 화분속 미완성코바늘

책상서랍에서 자고 있는 코바늘과 화분속 미완성코바늘

 

그리고 무엇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뜨개질 신동이었던 혜윤간사님을 제치고 코바늘 신동으로 거듭난 주현간사님-

계속 중간중간에 물어보러 오시더니 작품을 만들어내셨음!!! 이제 선생님을 능가하는 실력 😀

혼자 독학으로 꽃도 만들고 일취월장이다. 은정간사님네 딸 소민이 헤어핀을 만들어준다고하니 완성품이 기대된다. 

그리고 두가지 색깔을 섞어서 만든 꽃받침에, 환경수세미와 현란한 패턴까지!  

코바늘 신동으로 급부상한 주현간사님의 작품

코바늘 신동으로 급부상한 주현간사님의 작품

 

코바늘 열정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한테 무엇을 가르쳐준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엄청 대단한 작품을 만드는 기술은 없지만, 왁자지껄 시끌시끌 재밌는 점심시간이었다. 
(하지만 뭐 할줄 안다는 말은 조심히 해야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하는 지애킴이었다.)  

덧. 싸부님(지애킴 엄마)의 실력. 

뚝딱 만들어진 텀블러 주머니

뚝딱 만들어진 텀블러 주머니

 

코바늘뜨기를 가르치고, 배우며 생활 속에서 깨알같은 재미를 찾는 아름다운재단 일꾼들의 이야기 어떠셨어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동료를 친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답니다. 지금 옆에 있는 동료 또는 친구에게 은근히 얘기해 보세요. “나 OOO 만들 줄 아는데..” 그리고 이런 말을 한 동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졸라보세요. “선생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가르쳐 주세요!” 라구요. 

우리 삶 속 나눔을 녹여 내는 거 어렵지않아요~ 당신도 재능기부자, 재능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될 수 있답니다.

“함께 사는 사회로 가는 나눔의 생활화, 아름다운재단이 동행합니다!” 

댓글 10

  1. 페북 타고 들어왔는데 깨알같은 사진과 설명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능을 나눈다는 게 생각만큼 거창하기만한 게 아니라는 걸 배우고 갑니다:)

    • 저도 사실 제 코바늘 실력이 비루하여 ‘재능’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망설였는데 재능이 특별한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무언가를 함께 나누는것도 일종의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 옆자리

    왜 일어서서 하는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

    • ㅎㅎ 저도 몰랐는데 홍미간사님 증언에 따르면 점심시간이 끝나서 마음이 다급해서 그랬다는군요

  3. 썽글이

    코바늘의 세계를 열어주신 지애킴 선상님 만쉐!!

  4. 홍홍미

    ㅋㅋㅋㅋ 유익한 점심시간 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이런 강좌를 열어준 지애킴 간사님께 특별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 🙂

  5. 아름

    우와. 지애킴 선생님, 저도 배우고 싶네요. 출강은 안 하시나요. ㅎㅎㅎㅎ 점심시간 워크숍, 아이디어 재미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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