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최근 마케팅 분야에서 핵심적인 키워드로 떠올랐다. 협업, 합작, 공동작업, 공동출연, 협연 등으로 해석되는 이 개념은 서로 다른 성격의 브랜드들이 만나 새로운 결과물과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굳이 마케팅 트렌드를 언급하지 않아도 콜라보레이션은 우리에게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니다. 최신 가요를 트로트버전으로 리메이크하거나 가야금 연주가와 비올리스트가 함께 가요를 연주하는 모습은 종종 보게 되는 익숙한 풍경이다.

일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시골상점에서 테이블 두어 개를 놓고 막걸리와 안주를 팔거나―상점과 주점의 콜라보레이션!―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는 북카페―카페와 도서관의 콜라보레이션!―도 결국 그런 맥락은 아닐까. 넓게 본다면 한 프로젝트를 위해 특성이 다른 여러 단체나 팀, 개인들이 머리를 맞대는 것도 콜라보레이션일 것이다. 핵심은 새로운 만남의 결과로 더 나은 가치를 성취하고 한걸음 더 나아갔는가의 여부다. 


아름다운재단 <효주기금> 출연자인 한효주 님과 팝아티스트 권기수 님의 콜라보레이션 영상

이유 있는 이견과 이유 있는 조율

아름다운재단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각 분야에서―학계, 법조계, 금융계, 기업 등―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뤄 온 전문가들이다. 매달 이사회가 열리고 아름다운재단의 중요한 안건들이 여기서 최종 결정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해 온 이사들의 ‘내공’으로 신중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논쟁이 치열할 때도 있다. 10만 기부자들의 소중한 기부금으로 이뤄지는 사업이니만큼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박영숙 이사(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대표)는 “세월호 사건을 위한 모금을 결정할 때, 매우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의견들이 치열하게 오갔다”며 입을 뗀다.

“이사회에서 많은 결정을 하다보면 서로 의견이 다를 때가 있어요. 최근에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모금이 그랬죠. 한국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게 된 이 뼈아픈 사건으로 국민 모두가, 사회가 모두 아파하고 있는 상태예요. 이 ‘참사’ 앞에서 재단이 무엇을 해야 할까를 논의하는 자리였기에 이사님들 모두 그 어떤 회의보다 열심히 의견을 주고받았던 것 같아요.”

14명의 전문가들의 ‘이유 있는 이견’은 어떻게 조율되고 의사결정 될까. 박영숙 이사의 대답은 의외로 명쾌하다. ‘아름다운재단의 지향과 가치에 부합하는가’다.

“아름다운재단에는 이 조직이 가야할 방향을 잘 드러내고 있는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가 있어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모든 곳에는 늘, 어디에서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목표를 정확히 바라봐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의사결정의 핵심적인 열쇠라고 생각해요.”

 

개인과 공동체가 모두 함께 사는 세상(함께 사는 사회로 가는 나눔의 생활화)을 만들기 위해, 시민기부자들의 성실한 동반자(행동하는 시민 기부문화의 확산자)가 되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재단이 가야할 길이요, 바라보아야 할 궁극적인 지향이라는 말이다.

기다리던 곳, 현실이 되다

박영숙 이사와 아름다운재단의 첫 인연은 15년여 시간을 훌쩍 거슬러 오른다. 1999년경 아름다운재단의 박원순 전 총괄상임이사의 강연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나눔’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 무렵 박원순 전 이사님을 알게 되었고 ‘재단연구회’라는 소모임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 무렵 우리나라에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 사실은 정말 흥미로웠어요.”

재단 설립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당시 한 이미지전문회사에 몸담고 있었다. 그 관심은 사진가들의 재능기부를 연결하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2002년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컨설팅업체인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로 옮긴 뒤에도 아름다운재단과의 인연은 계속됐다. 기업의 사회공헌을 위해 기업도 좋은 나눔의 파트너가 필요했다. 아름다운재단은 늘 1순위였다.

아름다운재단의 강점은 투명하다는 점이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영리단체 회계투명성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홈페이지에 재단의 수입과 지출이 담긴 살림살이를 모두 공개했다. 일하는 간사들의 급여까지 공개됐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시민들에게 쉽게 나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했던 것도 아름다운재단의 큰 역할이었다. <1%나눔운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급여의 1%를 나누고, 가게 수익, 용돈, 축의금 등 삶의 1%를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나눈 1%는 나눔의 소중한 씨앗이 되었다. 지난 14년간 1천억 원 가까운 금액이 나눔의 씨앗이 되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려졌다.

“<1%나눔>은 아름다운재단의 대표브랜드였어요. 그 간결하고 확실한 메시지는 당시 모든 시민들에게 쉽고 명확하게 전달됐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바로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쇠였죠. ‘1%’라는 아주 작은 참여로도 충분한 나눔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름다운재단의 정말 큰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박영숙 이사는 소탈하게 한 번 웃더니, 말을 잇는다.

“저는 박원순 전 총괄상임이사님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거나,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재단과 함께 호흡하게 된 게 아니에요. 나눔에 뜻이 있는 한 개인이었을 뿐이죠. 그 뜻을 재단에서 잘 받아주었고, 그런 1%참여를 통해 재단에 발을 딛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1%나눔과 열린 재단의 산 증인이라고나 할까요?”

나눔으로 안내하는 플랫폼

박영숙 이사는 아름다운재단이 많은 강점이 있지만 또 하나 꼽고 싶은 점은 ‘참여형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유연성이란 참 가지기 힘든 능력입니다. 그것이 개인이 아니라 조직일 때는 더욱 그렇죠. 그런데 아름다운재단은 달랐어요. 매우 유연한 사고를 했죠. 나눔에 뜻이 있는 대상에는 선을 긋지 않았어요. 어린이의 나눔 참여부터 대기업의 쾌척까지, 어떻게 사회를 위해 나눌 수 있는지 열린 자세로 기다렸다고나 할까요. 누구에게나 열린 ‘참여형 플랫폼’이었어요.”

아름다운재단은 언제든 손 내밀면 쉽게 나누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신분이나 직업, 능력, 경제적 수준, 나누고 싶은 것, 그게 무엇이든 함께 나누고 싶은 뜻만 있다면 함께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은 ‘마음만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나눌 수 있다’는 명제를 증명해보였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나눔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게 해 준 <해피빈>을 인큐베이팅 했고, 나에게 쓸모없는 물건을 나누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원이 된다는 걸 알려준 <아름다운가게>를 성장시켰다. 어려움에 처하고 소외되는 이웃들을 위한 법률 지원을 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도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성장했다. 또 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소중한 뜻’을 담아 200여개가 넘는 기금을 만들었고, 유수한 기업들이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다양한 나눔의 사업을 펼쳐냈다.

해피빈 http://happybean.naver.com

재단법인 해피빈

 

아름다운가게 http://beautifulstore.org/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http://kpil.org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아름다운재단은 ‘누구나 행복하게 함께 사는 사회’를 향해가는 ‘나눔이란 기차’를 탈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이었다.

경계를 넘어 더 나은 가치를 향해

박영숙 이사가 재단과 15년여의 긴 시간동안 함께 발맞추다보니, 아름다운재단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다. 그는 “재단이 가야할 지향점이면서 더 분발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인다.

“재단은 ‘씽크탱크(Think Tank)’가 되어야 해요. 아름다운재단은 모금하고 사업만 잘 수행한다고 해서 그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경험하고 만들어낸 것을 기반으로 다른 모금기관들에게 모델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지상 과제는 ‘모금액’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금액은 적을 수도 있어요. 거기에 연연하지 말았으면 해요.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은 커야합니다.”

모금 규모로 손꼽히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씽크탱크’가 되어야 한다. 그가 말하는 ‘씽크탱크’는 지식창고가 되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사회의 흐름을 읽어내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의제(Agenda)를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사회적인 의제는 모금의 주제가 되고, 그 사업을 통해 사회적인 영향력을 주게 되면 결국 기부문화를 한 단계 앞당기게 될 것이라는 게 바로 박영숙 이사의 생각이다. 그런 씽크탱크가 되기 위해 수반되어야 할 과정이 있다.

“전 비영리와 영리라는 이분법적인 표현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부여된 다양한 영역들이 서로 만나야 한다는 의미인거죠. 우리가 사회적 의제들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결코 혼자서는 불가능해요. 기업과 정치, 모든 영역과의 조우가 필요하죠. 그렇게 함께 논의하고 사회적 의제를 설정할 때, 새로운 결과, 창조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씽크탱크로서 기업과 재단, 정치와 재단의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가라는 것. 그것이 박영숙 이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재단이 가야할 방향이다. 더 나아가 국외의 다양한 씽크탱크들과도 함께 연대하여 ‘씽크탱크들의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하다면, 사회적 파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재단에 한번 놀러오세요

투명하게 운영돼 온 아름다운재단이지만, 홍역을 앓았던 때도 있다. 현 박원순 서울시장이 처음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였다. 박원순 시장이 아름다운재단의 초대 상임이사였다는 이유로, 아름다운재단은 ‘밑도 끝도 없이 의혹’을 받고 ‘고소, 고발’에 시달려야 했다. 억울함은 말로 할 수 없지만, 각종 언론까지 가세했던 것을 기억하면 참 아픈 기억이다.

지금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지만(2013.9.25.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아름다운재단 기부금횡령 혐의 없음’/2014.3.5. 서울지방법원 ‘아름다운재단이 기업에 기부 강요 혐의 없음’) 박영숙 이사도 그때를 기억한다.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아름다운재단이 한 단계 더 굳건해지기 위해 앓을 수밖에 없던 홍역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직도 아름다운재단에 “혹시나…?”하는 의혹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박영숙 이사는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을까.

“재단에 한 번 놀러오세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누구든 올 수 있으니 한번 오셨으면 해요. 그 어떤 것도 감추는 게 없잖아요. 와서 차도 한잔하고 궁금한 게 있다면, 보여 달라고 하고 묻고… 그렇게 설명 들으면 도대체 의혹이랄 게 뭐가 있을까요.”

이렇게 말을 마친 박영숙 이사는 시원하게 웃어젖힌다. 아름다운재단의 진심, 그것이 바로 재단의 힘이다.

기부자 초대행사 <나눔의식탁>, 아름다운재단에 한 번 놀러오세요~

 

“함께 사는 사회로 가는 나눔의 생활화”

아름다운재단 | http://beautifulfund.org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