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녀들의 수다>를 보는데, 호주에서 온 커스티가 열을 올려’아시아 인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살면서 영어는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정부혜택은 다 받는다’라고 하더군요.
이어서 피디는 멜팅팟이라는 용례를 자막으로 친절하게 올려주시네요.그 부적절함에 약간 언짢으면서… 차라리 커스티의 발언은 토마토스프였다는 댓글을 방송게시판에 달고 싶었어요.
커스티가 말한 내용은 멜팅팟이라기보다는 토마토수프였어요. 용광로(멜팅팟) 논쟁은 미국에서 오래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논쟁입니다. 예전에는 미국 인종구성을 토마토수프에 비유했습니다. 미국이란 WASP(화이트-앵글로-색슨-프로테스탄트)의 문화와 인종의 나라인데 단지 아시아, 아프리카 이주민은 양념으로 들어왔다는 것이지요.
즉 토마토스프에 아무리 양념을 뿌려봐야 죽어도 맛은 토마토스프 맛이다. 이주민은 WASP의 토마토스프에 별미를 가미하는 양념일 뿐이다. 그리고 양념 이상의 사회적 역할과 구성을 반기지도 않을 뿐아니라 구조상 그렇게 될 수도 없다라는 의미였습니다. 어쩌면 백호주의, 백인우월주의의 이상을 담은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미국이 1960년대를 들어서면서 용감한 흑인들의 피와 노력으로 법제적으로 유색인종의 인권이 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토마토스프는 골수 백인우월주의자나 극보수주의의 용어로 비판받아갔습니다.
미국인들은 달라진 미국사회의 인종구성에 대해 멜팅팟이라는 용어를 생각해 내었습니다. 즉 다양한 문화가 용광로처럼 녹아들어 새로이 창조되는 것이 바로 미국의 문화라고 하는 것이지요. 동화주의적 토마토스프에서 다문화적인 멜핑팟으로의 발전은 상당히 고무적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상 용광로의 쇳물이 아무리 코크스(이주민)을 섞더라도 결국 주인공은 쇠(WASP)이라는 것이지요. 코크스 없는 용광로는 가능하지만, 쇳물 없는 용광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멜팅팟을 아무리 고안하여도 WASP의 기득권과 저변에 깔려 있는 사회적 우월의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비록 멜팅팟이 좋은 의미의 융화주의를 담고 있다해도 애초에 구조적으로 성립이 불가능한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멜팅팟은 다문화주의를 주창하지만, 사실상의 미국사회를 반영하지 못한 결국 동화주의로 왜곡될 수 있는 용어일 수 있습니다.
용광로에서 녹아든 물질들 중에서 혼합물의 성격과 이름을 결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가장 강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물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이 섞이든 간에 이 용광로의 물질의 이름은 “ㅇㅇ철” 이 될 것입니다. 이는 소수인종에게 “이미 법적으로는 다 보장되었으니 차별이 없어졌고 백인들과 정정당당히 경쟁하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기득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눈에 보이게 작용하는 법과 제도보다 더 강력한 힘입니다. 아무리 법이 평등해졌다 해도 흑인과 유색인종은 결코 백인과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샐러드볼이 등장했습니다. 모자이크라는 말도 등장했지요.이 둘은 약간은 다른 늬양스를 품고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서로 통하는 의미의 말입니다.
샐러드는 사과, 감자, 토마토, 양상치의 분명히 서로다른 존재의 물질들이 버무려져있습니다. 포크로 어느 것을 집어먹느냐에 따라 사과를 먹을 수도, 감자를 먹을 수도 있지요. 맛은 매번 다르게 그러나 같은 음식을 먹은 것입니다. 모자이크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기 셀은 분명 서로다른 존재감을 가지지만 전체로 보면 한 그림이지요.
진정한 다문화는 이런 샐러드볼의 모양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나 일정 인종이 여전히 기득권 가진 나라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은 아직 멜팅팟을 이야기 하기에는 불평등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한국 사회도 그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기득권이 사라진 사회가 되더라도 멜팅팟으로 되는 것은 반대합니다만, 기득권을 없애고 좀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개념으로서라도 샐러드볼과 모자이크는 꼭 필요한 인식모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많이 살고있는 아시아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과 이웃으로 함께 사는 방법 역시 샐러드볼과 모자이크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미수다> 시청자 게시판에 널널한 오윤씨가… 업무시간에 일 안하고 올렸던 글.
김향미
오윤간사님의 지성에 늘 탄복합니다. ^^
널널한 오윤씨
쑥쑥이 어머니의 복귀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널널한 오윤씨
손유진 前 간사님 고마워요… 이 글 읽고 칭찬하는 사람은 처음일세… 다들 읽기 힘들다고, 길다고… 욕만하던데… 언제 어디에 있든 늘 건강하시길요.
손유진
우와~ 완전 공감했어요… 오윤간사님 방가방가 ㅋㅋㅋ
이상한희정씨
댕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란 말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