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수시로 접하며 누구나 한번쯤 사용하고 들어 본 브랜드, ‘카카오’와 ‘배달의 민족’. 올해 초, 두 브랜드 의장의 고액기부 및 유산약정 소식이 언론에서 한동안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 소식을 보며 처음 든 생각은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 그러나 잠시 뒤 직업병(?!)으로 인한 괜한 노파심인지 누군가에겐 ‘내가 평생 모아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저만큼 큰 금액을 기부하는 것이 고액기부고 유산기부구나’, ‘나는 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다.’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액기부만이 유산기부의 전부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해랍니다. 그동안 아름다운재단에서 서 간사가 만나 온 기부자님들의 이야기만 해도 유산기부를 결심하게 된 동기와 기부 규모, 앞으로 바라는 사회 변화의 모습까지 정말 다양하니까요. 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빛깔을 띠고 ‘나만의 유산기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달은 <기부컨설팅위원회> 유철형 위원장님과 함께 언론에서 가끔 접할 수 있는 유산기부 소식이 아닌, ‘나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산기부’에 대해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유산기부는 그저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

기부컨설팅위원회 유철형 위원장

기부컨설팅위원회 유철형 위원장

고액기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수억원대의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기부하는 것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다수의 기부자들이 힘을 합쳐 큰 기금을 조성하기도 하고, 이러한 기금을 재원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구조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기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삶이고, 나누는 재산이 크든 작든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의 삶을 지원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좀 더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모두 소중한 의미가 있습니다.

유산기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산기부라고 하면 훗날 이 세상을 떠날 때 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기부하는 것을 말합니다. 생전에도 다양한 기부활동을 할 수 있지만, 삶을 마무리하며 남은 재산을 기부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큰 마중물이 될 뿐 아니라 생전의 가치를 나의 이름과 함께 남김으로써 또다른 의미에서 삶을 확장시키는 일이자, 자녀와 소중한 이들에게 남기는 정신적 유산이 됩니다. 그렇기에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유산기부에는 저마다의 의미와 가치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유산기부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산기부 사례를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으로 몸소 보여주신 아름다운 나눔, 김군자 할머니 

열일곱살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김군자 할머니. 해방 후에도 온갖 고초를 겪으셨지만 살아생전 늘 “남에게 주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김군자 할머니께서는 모든 것을 나누고 떠나셨습니다. 2000년 8월, 할머니가 평생 모으신 전 재산 5천만 원을 출연하며 <김군자할머니기금>을 조성하였고, 그 후 2006년, 다시 힘들게 모은 5천만원을 추가 기부하여 김군자 할머니께서는 총 1억원의 기부금을 아름다운재단에 보내오셨습니다. <김군자할머니기금>은 2001년부터 만 18세가 되면 보육시설에서 퇴소하는 보호종료아동의 교육비 지원에 쓰였고, 할머니의 뜻에 공감한 많은 시민들이 십시일반 기금에 참여하여 1억원의 기금은 11억 원 규모로 커질 수 있었으며, 2017년 7월 기준, 250명의 아동보호시설 퇴소 대학생들이 학비를 지원받았습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몸이 불편해 찾은 병원에서 할머니의 기금으로 장학금을 지원받은 청년이 간호사가 되어 곁에서 손을 잡고 힘이 되어드린 흐뭇한 일화도 있었습니다. “삶이 기구해서 내 팔자만 이런가 싶어 한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돌아보니 내가 가진 것을 다 주고 살만큼 살아서 후회가 없다. 그러니 부디 즐겁게들 살아.” 라는 말씀을 하신 김군자 할머니. <김군자할머니기금>은 한 사람의 전 생애가 담긴 가치 있는 유산기부의 사례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2017년 7월, 향년 92세로 김군자 할머니는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그 뜻은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한 알의 씨앗이 품은 무한한 가능성, 아모레퍼시픽의 유산기부

2003년 6월, 국내 유명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서성환 회장의 유가족은 유산으로 받은 자산 중 주식 약 5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였습니다. 서성환 회장은 생전 화장용품과 차(茶)사업을 경영하며, 여성과 아동에 대한 관심과 복지지원에 힘써왔고, 이러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가족들은 여성과 아동을 위해 쓰이도록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했습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은 홀로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에게 생계를 잇고, 자립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크레딧방식(무보증신용대출)방식으로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녀와 함께 자립할 수 있다는 미래와 희망이 담긴 가게인 희망가게 사업은 아름다운재단의 대표 사업으로써 18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2021년 4월 기준 420호점까지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할 수 있었던 힘은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고인의 생전 나눔의 뜻과 이러한 뜻을 존중하여 실행한 유가족들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내 가치와 신념을 영원히 남기는 일

그 외에도 생전에 가족이 아닌 사회단체에 보험금을 남기는 기부보험에 가입하고, 2008년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시며 사망보험금을 유산으로 남기신 故 서부택님, 그런 고인의 신념과 가치를 이어받은 아내가 남편의 1주기를 맞아 추가기부를 통해 <아나반(아름다운나의반쪽) 서부택 추모기금>을 조성하신 사례가 있습니다.

또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남긴 자필 유언서로 평생 모은 재산의 절반을 아름다운재단을 포함한 두 기관에 기부해달라는 말씀을 남기신 故 이원규님과 장례를 마치자마자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해 재단에 연락을 준 유가족들이 계셨기에 2017년 <이원규의아름다운유산기금>이 조성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남긴 생전의 뜻과 가치를 존중하고 그 뜻이 잘 실현될 수 있게 한 유가족의 결정과 실천 역시 진심으로 존경할 만합니다.

유산기부는 ‘신뢰할 수 있는 나눔 파트너’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유산기부는 현금/부동산/사망보험금/증권 등 자산의 유형이 다양하며, 생전에 유언자의 유언이 이루어지고 그 이후 유언자가 세상을 떠난 후 기부절차가 진행되기에 유언과 사망 사이에 수년의 기간이 있는 경우 재산 변동, 가족상황 변동, 건강의 변화, 마음의 변화 등으로 실제 기부가 이루어지기까지 유언자가 유언 당시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고인인 유언자와 다른 생각을 가진 경우 고인 생전의 뜻과 달리 상속재산이 처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유산기부는 사전에 전문가의 충분한 법률적 검토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또한, 기부자 평생의 삶이 담겨 있기에 그 마음과 뜻을 헤아리는 것이 기부의 첫걸음이 되어야 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기부자님의 삶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바람을 경청하며,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나눔 파트너가 되어 유산기부의 뜻을 온전히 이루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기부금의 규모와 관계없이 나만의 기부를 생각하고 계신 분들, 그 기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 준비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은 언제든 기부컨설팅위원회의 조언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글 | 기부컨설팅위원회 유철형 위원장

법률/세무·회계/부동산 각 분야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아름다운재단 기부컨설팅위원회>는 나눔으로 우리 사회에 작은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뜻을 가진 분들이 어렵지 않게 그 뜻을 실현하실 수 있도록 전문 자문을 바탕으로 그 과정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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