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기부를 특별한 일로 여기고는 합니다. 유난히 이타적인, 혹은 기부에 관심이 많은 일부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하곤 하지요. 그렇다면 기부를 ‘나눔’으로 바꿔 불러보면 어떨까요? 갖고 있던 펜을 빌려주는 일, 내가 먹던 과일 한쪽을 옆 사람과 나눠 먹는 순간. 사실은 기부가 그런 행동과 똑같다고, 우리는 이미 나눔을 해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일부를 자연스럽게 나누듯, 모르는 사람에게 기꺼이 자신의 일부를 내어온 시간. 그렇게 오랫동안 기부를 실천해온 김효선 기부자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 오히려 ‘받는 일’
김효선 기부자에게 나눔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일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봉사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 게 계기였는데요. 언니오빠들을 재미로 따라갔던 경험이 김효선 기부자에게는 나눔의 의미를 깨닫는 시작이었습니다.
“장애인 시설을 찾아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봉사를 했어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인들을 위해 그들이 원하는 걸 계속 들어주게 됐고요. 그 과정에서 느끼게 됐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것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이 친구들에게 주는 게 아니라 도리어 뭔가를 받는구나, 하고요”
김효선 기부자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후에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나눔의 방식을 찾고 싶었습니다. 봉사를 할 때처럼 몸으로 직접 찾아다니며 움직일 수는 없지만 밥 한 끼, 술 한 잔일 수 있는 돈을 모아 기부하기로 결심한 것이지요. 그렇게 그는 2004년 아름다운재단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나눔의 인연은 지금껏 이어져왔습니다.
나눔의 연결을 꿈꾸며 했던 작은 시도들
아름다운재단의 수많은 기부자들은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합니다. 나눔의 마음에 담긴 이야기들은 다양한 감동을 배달해 주고 있습니다.
김효선 기부자와는 따뜻한 감동으로 재단과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2005년 긴급의료지원 사업으로 정신이 없던 토요일, 김효선 기부자는 오랫동안 모은 저금통을 들고 재단 사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회사 야근을 하느라 전날 재단 행사에 참석을 못 하셨다며 저금통을 살포시 내려놓고 쑥스러워하시며 황급히 인사를 하고 가셨던 그 순간을 다시 기억해 봅니다.
작게라도 어떻게든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배려하는 마음. 이런 태도를 갖게 하는 동기는 뭘까요? 김효선 기부자는 자신의 작은 베풂이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고, 그 베풂이 어딘가로 연결됐으면 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본 책에서 나왔던 짧은 이야기 하나를 지금까지 기억해요. 아빠가 출근하는데 엄마와 아이가 아빠에게 인사할 때 싱긋 웃어주는 거예요. 기분이 밝아진 아빠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웃어주고 회사 생활을 할 때도 기분이 좋으니 활짝 웃어요. 그렇게 지구 전체가 웃음꽃이 피었다는 식의 이야기였지요. 이렇게 작은 걸 베풀면 그 베풂이 이어지지 않을까. 그 생각이 항상 마음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내 주변과 삶의 곳곳으로 퍼지는 나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하는 김효선 기부자의 나눔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기부를 실천해온 그를 본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도 나눔의 씨앗이 자라났지요. 그의 기부에 지지를 보내는 남편, 엄마의 기부를 보고 자기 몫에서의 나눔을 떠올리게 된 아이. 김효선 기부자만큼이나 기부를 꾸준히 해온 주변 사람들도 있습니다. 삶의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일정 금액을 꾸준히 기부하는 친구들. 삶에 나눔이 스며든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김효선 기부자는 따뜻함을 느낍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취미로 음식을 만들어 이웃에게 자주 나눠주곤 했어요. 그리고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보곤 했어요. 너는 이렇게 잘 지내고 있지만 밥을 못 먹는 아이들도 많다고. 그런 친구들을 위해 네 용돈을 나눠주면 어떨까 하고요. 어렸을 때부터 음식 나누는 것을 아이와 함께해서 그런지 나눔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이제는 자기에게 갑자기 돈이 생기면 자기가 쓸 돈과 나누며 일정 금액을 기부한다고 하더라고요.”
김효선 기부자의 삶에서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나가는 나눔. 이제 그는 본인의 일에서도 나눔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아이를 갖고 자연스럽게 사회복지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그는 전공분야와 다른 새로운 영역에서 활동을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는 점은 한결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눔의 보람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기부가 자연스럽고 당연해지는 세상을 꿈꾸며
“저에게 나눔은 물이에요. 투명하고 정해진 형태가 없지요. 각자 가진 게 다르니 어떤 형태로든 바뀔 수 있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목소리를, 누군가는 돈을, 누군가는 가지고 있는 것을 기부하잖아요. 무엇보다 이 물은 거창하지 않아요. 어느 집에 가서 물 한 잔 달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갖다 줄 수 있어요. 자기가 가진 걸 흔쾌히 나누는 게 나눔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오랫동안 나눔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김효선 기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나눔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이 별로 특별하지 않아서, 내놓을 수 있는 게 너무 작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돕기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할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나눔이라고 강조했지요.
김효선 기부자는 기부자들의 면면을 꾸준히 기억하고 챙겨주는 아름다운재단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단이 사회에 필요한 부분을 계속 드러내 새로운 나눔을 하는 마음들이 계속 생겨나기를, 우리 서로가 연결되어 이 사회에 공익 활동을 성장시켰으면 하는 기대를 품습니다.
스스로가 그랬던 것처럼 기부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우리 주변 이웃들에게 나눔이 당연해지는 세상. 김효선 기부자가 나눔과 함께 한 시간 동안 길러낸 꿈일 것입니다. 그 꿈을 응원하며 아름다운재단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힘을 보태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저는 ‘당신은 이미 나눔을 하고 있다’고 얘기해 줘요. 지나가다가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운 것도 그 아이에게 자신의 시간을 나눠준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누군가에게 준 것도 이미 나눔을 하고 있는 거다, 라구요. 자신이 나눔을 못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내 이웃에게 했던 나눔을 좀 더 멀리 있는 이웃에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
글 ㅣ이상미
사진 ㅣ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