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에서는 매년 경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올해는 발달장애인의 마을살이에 필요한 ‘교육’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어요. 듀이도 빠질 수 없죠? 냉큼 다녀왔습니다.

많은 이야기 가운데에서도 충남 홍성에서 농업교육을 12년째 진행하고 있는 ‘꿈이 자라는 뜰’과 서울 성미산 마을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의 마을살이를 지원하는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사부작은 아름다운재단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랍니다. 그럼 우리가 마주하고 싶은 마을 입구로 같이 걸어가볼까요?

1. 꿈이자라는뜰 이야기

마을 안에서 교육과 일상, 일로 이어지는 농장을 만들고 있어요.

꿈이자라는뜰(이하 꿈뜰)은 충남 홍성에서 무려 12년 간 농업교육을 이어온 단체입니다. 꿈뜰과 함께하고 있는 마을 교사들은 학교를 졸업한 장애청년들이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현실에서 문제인식을 느꼈어요.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떠올린게 바로 농사였습니다.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래서 집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 수 있다면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탄생한게 바로, 꿈이 자라는 뜰입니다.

꿈이자라는뜰 대표 일꾼 최문철(보루)의 강연 모습

꿈이자라는뜰 대표 일꾼 최문철(보루)의 강연

꿈이자라는뜰 대표 일꾼 최문철(이하 보루)님은 꿈뜰을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육농장이자, 장애와 함께 하는 돌봄농장이라고 소개합니다. 마을에 사는 발달장애청소년 5-6명이 주1회 2시간 정도 교과 과정의 일환으로 농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각자의 텃밭을 가꾸면서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작물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맛보기도 합니다.

“배우거나 생산하는 속도는 느리고 더딜 수 있어요.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초중고 12년 동안 한 가지에 집중하는거라 생각했습니다. 또 가장 익숙한 마을에서 관계를 마련하면서 다른 속도를 맞춰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방식은 유효했다고 평가해요. 농사와 노동이 어려운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즐길 수 없는건 아니잖아요. 모든 장애인이 농부가 되어야 하는건 아니지만, 어떤 장애인도 농사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즐거움을 누리고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명제는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만져보고, 생각해보고, 물어보고… 꿈뜰에서는 이런 것들을 배워요.

장애청소년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관심, 관찰, 관계, 관여를 배우게 되는데요.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찰하며, 서로가 이어진 관계를 살펴보고, 이어진 관계를 바탕으로 변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해요.

꿈뜰에서 농사를 짓는 장애청소년들

꿈뜰에서 농사를 짓는 장애청소년들

“농사를 짓다보면 한 대상을 꾸준히 보게 되잖아요. 직접 경험하면서 생생하게 배워가기도 하고요. 참외와 토마로를 예로 들어볼게요. 초록색 참외는 보통 먹어봐야 제대로 익었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농업을 짓다보면 향으로도 여부를 알 수 있어요. 달달한 냄새가 나거든요. 농장에서 직접 덜 익은것도 먹어보고, 잘 익은 것도 먹어보면서 책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배워갑니다. 보통 작물이 잎이 마르고 알이 작으면 물을 줘야하잖아요. 그런데 토마토는물을 잔뜩 주면 열매가 갈라져요. 물을 확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거든요. 이럴때 ‘겉흙이 마르면 물을 준다’고 지시하는게 아니라 토마토 줄기와 흙, 열매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는거죠. 왜 터진건지, 또 물을 언제, 얼마나 주면 적절할지 같이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는거예요. 토마토가 터졌다고 혼낼게 아니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과정이 농사에서는 중요하다고 봐요. 자잘한 실수와 어려움,성공을 경험하면서 무언가를 배워가는 기회를 가지는 거죠.”

꿈뜰에 온 청년이 직접 그린 꽃 그림

꿈뜰에 온 청년이 직접 그린 꽃 그림

농사를 지으면서 스스로 텃밭일지를 써보는 ‘기록농사’도 함께 짓습니다. 교육이 끝나면 10-20분을 확보해서 아이들이랑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차례대로 적어보는거죠.

“기록농사를 짓고 나면 그간 쓰고 찍은 것들을 한 장 한 장 살펴보고 칠판에 적어봐요. 기록이 실마리가 돼서 그 당시에 느낀 경험과 이야기를 불러오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보통 ‘좋아요, 싫어요, 몰라요’ 등으로 추상적으로 회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기록을 하다보니 ‘신기했어요, 맛있었어요, 또 하고 싶어요’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계절을 지나 열매가 무르익듯, 마을에서 영글며 살 수 있도록

꿈뜰은 최근 교육과 일상 사이에 일을 끼워넣었습니다. 고등부의 장애청년들이 마을에 있는 어린이집 도서관과 농장에서 일주일 동안 실제로 일을 해볼 수 있도록 연계한 겁니다.

“저희의 목표는 직업농부를 만드는게 아니라, 농사를 통해 삶의 기술이나 관계, 정서를 풍성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 경험들을 기반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원하지 않으면 일을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초중고를 졸업하면 꿈뜰이 아닌 다른데에서도 일을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려고 해요.”

꿈뜰은 교육이 일로 연결되기 위해선 ‘느린 속도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애청년이 도서관에서 새로 일을 하러 왔어요. 이 친구를 살피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서는 하던 일을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늘려야 해요. 아니면 새로 사서를 뽑는 방법도 있겠죠.
이런 대안 없이 청년을 잘 챙기라고만 하면 안되는거죠. 교육도 마찬가집니다. 발달장애인의 속도에 맞춰가면서 교육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사고하고 판단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계절과 시간의 힘으로, 또 제속도에 맞춰 서서히 영글어가는 무수한 작물들처럼 꿈이자라는 뜰에서는, 모두가 자기 속도대로 성장하고 자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보루님이 상상하고 있는 것처럼, 꿈뜰이 ‘각자의 모습으로 서로를 해치거나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같이 자라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사부작의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꿈이자라는뜰’ 전체 강연 보러가기 : https://fb.watch/81kARHrcyh/


2. 사부작 이야기

발달장애인이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이 있다!

성미산 마을이 있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는 400여명의 발달장애인이 살고 있어요. 그런데 학령기에는 학교나 치료실을 다니면서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던 발달장애 청년들이, 졸업만 하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인이 된 장애인들은 복지센터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이용 대상자, 혹은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자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죠.

마을 주민들은 머리를 맞대기 시작합니다. 가족들이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같이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는 거였죠. 주민 다섯명이 모여서 모임을 만들게 된 게 바로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이하 사부작)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2017년 설립되어 올해로 4년차가 되었어요.

사부작은 사실 어느날 갑자기 뿅! 등장한건 아니예요. 공동육아를 시작으로 장애, 비장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마을 학교를 만들었고, 일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중심으로 같이 일을 하는 협동조합까지 구축되어 있었거든요. 문제는 교육과 일만 있고, 지역에서의 일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발달장애인의 마을살이를 지원하는, 사부작이 시작되었어요!

발달장애청년들이 마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어요. 강연을 진행한 사부작의 최경화 대표는 가장 공들인 일로 마을살이 지원을 꼽습니다.

“마을살이 지원을 위해 길동무 연결을 시작했어요. 길동무는 발달장애인과 만나는 사람, 단체, 기관을 말해요. 발달장애인들이 여러 사람들과 연결되어 마을에서 취미도 즐기고, 가게도 마음편히 다니고,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드는거예요. 먼저 길동무 연결을 제안하기도 하고, 반대로 제안을 받기도 해요. 길동무들과 함께 정말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성미산 마을 극장을 활용해서 댄스파티를 열기도 하고, 요가를 같이 배우기도 합니다. 마을 축제를 만들때도 발달장애 청년들과 함께 기획하기도 하죠.”

 

 

청년들이 어떤 가게든 마음 편히 이용하고, 이웃주민들과 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옹호가게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주 이용하면서 관계가 형성되고 소통이 가능한 가게를 중심으로 옹호가게를 지정하는거예요. 지정된 가게에는 별도의 현판이 붙습니다. 2021년에는 민관협치로 마포구와 함께 옹호가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을살이가 일과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길동무 연결은 일상을 채우는 것을 넘어서서 일로도 이어지고 있어요. 길동무로 참여하는 단체들의 기념일에 케이크 배달을 가기도 하고요. 화목프로젝트를 통해서 종이팩을 카페 등에서 직접 수거하고, 휴지로 교환해서 또 다른 곳에 전달하기도 해요.

 

마포돌봄네트워크 참여 기관, 단체에 케이크를 배달하는 모습

마포돌봄네트워크 참여 기관, 단체에 케이크를 배달하는 모습

화목프로젝트의 프로세스

화목프로젝트의 프로세스

 

사부작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육과 일, 자립이 이렇게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부작 최경화 대표는 “발달장애인의 가족과 법/행정 사이에 공백이 있는데 만약 사회에서 의사소통을 지원해주고 다양한 지원을 해주면, 지역에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보통 장애인은 지원이 필요하고 자립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합니다. 시설에 가야 안전할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예요. 누구나 혼자 살 수 없고 의존하면서 살아가야 하거든요. 그렇다면 가정에서 학교에서는 함께 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의존하고 돌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1동 1사부작을 꿈꾸는 이유에 대해

강연 마지막에 깜짝 등장한 게스트는 탈시설이라는 화두를 던진 생각많은 둘째언니, 장혜영 의원입니다. 장혜영 의원은 사부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부작은 소위 말하는 ‘찐’예요. 다른 단어로 표현할 수 없어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의 삶이 가능하다는 모델을 이야기할때 사부작을 말씀드리거든요. 같이 살아가는 움직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우리 공동체를 어마어마하게 성숙하고 좋은 공동체로 만든다는거라고 생각해요. ‘불쌍한 장애인들 도와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먹고 해나가면 가치가 곱절로 커진다고 할까요? 모두에게 굉장히 도움이 되는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가치를 나누는 일이라는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부작 포럼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최경화 대표, 이남실 활동가(왼쪽부터)

사부작 포럼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최경화 대표, 이남실 활동가(왼쪽부터)

사부작은 처음 설립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사무실을 마련할 수 있었고, 그렇게 3년동안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올해로 아름다운재단 인큐베이팅 3년차가 되면서 지원이 종료되는지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깊지만요. 한가지 분명한 목표가 있기에 달릴 힘을 얻어요. 바로, 1동 1사부작이죠. 모든 동에 사부작이 생기고, 발달장애인이 마을살이를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거든요! 듀이는 최경화 대표가 상상하는 10년 뒤의 마을 풍경을 전하면서 물러갈게요!

“10년 후에는 발달장애 청년인 제 아들이 성미산 마을에 살 집을 가지고, 거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장 익숙하고, 또 아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니까요. 그때는 24시간 활동지원이 가능해지겠죠? 필요한 것들은 지원받으면서 지금처럼 마을에서 재밌게, 사람들과 만나서 일상을 꾸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사부작과 같은 허브가 계속 존재하고 많은 마을주민이 들어와서 함께 상상해야 해요. 또 마을 활동들이 일로써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많은 장애인들이 적당한 소득을 벌고 마을 안에서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전체 강연 보러가기 : https://fb.watch/81rAVpP0o1/

 

 
 
 
 
 
 

댓글 2

  1. 하성도

    장애인시설도 지역사회 내에 속하는 공동체의 일원이고 시설에서도 사부작처럼 지역활동 할 수 있도록 지원(인력과 예산)이 되면 얼마든지 가능한데 왜? 탈시설(시설폐쇄)을 해야 장애인들이 자립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럼 성미산 마을에 모여 사는 발달장애인들은 시설에 모여 사는 발달 장애인과 무엇이 다른가 지역활동을 안해서? 안하는건지 (정부지원이 없어) 못하는건지 좀 더 관심을 갖고 장애인거주시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 숨쉬도록 지원해주길 바랍니다.

    • 아름다운재단

      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입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본 콘텐츠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발달장애인의 교육에 대해 다룬 포럼 후기입니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다른 콘텐츠를 통해서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생활 지원에 대해서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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