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엄마가 골절로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아픈 사람 마음은 아픈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고 하잖아요. 병실 어르신들이 저보다 더 엄마 마음을 헤아려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본인들은 ‘아픈 것도 죄’라는 말을 달고 사셨어요. 엄마 옆 침대에 누운 청년도 별반 다르진 않았어요.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는 죄송하단 말을 연신 했으니까요.
아픈 것만으로도 힘들고 괴로운데 미안한 마음까지 드는건 ‘1인의 몫’을 다하지 못한다는 부채감 때문일 거예요. 한국 사회는 건강한 몸을 일의 기준이자 ‘정상’으로 보니까요. 아프더라도 회복해서, 또 완쾌해서 ‘정상’으로 돌아와야 하죠. 그런데, 엄마랑 3주간 병원에 있다보니 어떤 병은 사라지는게 아니더라고요. 죽을 때까지 이고 지고 가야하는 거죠. ‘아픈 것도 죄’라는 말에 유효기간이 없는 세상,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만약 건강한 몸이 아닌, 아픈 몸을 기본값으로 보면 어떨까요?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 일이 당연해질 거예요. 또 아프다고 휴가를 내는 일이 더 이상 ‘사치’로 여겨지지 않겠죠. 참 다행스럽고 감사하게도 아파도 괜찮은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아픈 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벽처럼 단단해보였던 질병을, 서로를 잇는 연대로 만들어가는 활동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얼른 낫자’, ‘건강이 최고다’, ‘아프지 말자’는 이야기 한 번이라도 들어보셨을 거예요. 염려와 걱정, 사랑이 담긴 말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어딘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사람은 언제나 건강할 수 없으니까요. 또 치료가 어려운 질병도 많고요.
그러나 한국 사회는 당연한 팩트들을 외면하는, 건강중심사회예요. 건강에 좋다고 하면 다 잡아먹어서 유해생물도 사라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잖아요. 건강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 아프게 되었을때 잃는 게 많아서죠. 그냥 건강만 똑 떼서 잃는 게 아니라 학교나 직장에서도 배제되는 분위기잖아요. 대부분의 시설도 ‘정상’이라고 간주되는 몸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고요.
조한진희 활동가는 5년간 질병을 경험하며, 아픈 몸들이 배제된 세상을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아픈 몸에 대한 글을 쓰고, 또 질병을 경험하는 사람들과 만나 글쓰기 모임을 이어갔습니다. 2018년부터는 ‘다른몸들’이라는 시민모임을 만들어 질병권 담론을 확산하고 있죠. 질병을 두려워하는, 그래서 사람인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조한진희 활동가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봤습니다.
‘왜 젊은 사람이 몸이 이러냐’ 병원에서 검진하고 나면 곧잘 듣곤 하는 이야기인데요. 반박도 못하고 ‘그러게요’하고 말았거든요? 병원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화가 나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은 늘 건강한건가? 세상에 아픈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데!’
한편으로는, 아픈 청년들이 얼마나 안보이면 그럴까 싶었어요. 사실 주변만 둘러봐도 질병으로 힘들어했던 청년들이 참 많았거든요. 아픈 몸은 들켜서는 안되는 약점같은 걸로 치부하다보니 어딘가에 말을 못했을 뿐이더라고요. 또 어디에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결국 내 탓이라고 자책하면서요.
그래서 더욱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청년들의 질병 이야기 속에는 누군가의 과거, 현재, 미래가 있을 테니까요. 질병이 오롯이 당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듀이가 직접,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청년 세 명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아주, 생생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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