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올 해가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모금단체는 각종 행사와 그 해 모금 실적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못해 소리없는 전쟁터 같습니다.
그러나 모금실적이라는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부족한 한 해의 결실은 모금의 현장에서 기부자로부터 배운 가르침들입니다.
모금단체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큰 보상중 하나인 기부자로부터 배우는 나눔에 대한 새로운 의미 발견, 곧 제가 하는 일의 보람입니다. 한 해동안 제가 받은 나눔의 의미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올해 유난히 많았던 추모기금,유산기금을 돌아봅니다.
사후에 기부를 약정하여 남긴 유산으로 만들어지는 유산기금.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며 남은 가족 ,지인 들이 기부하여 만든 추모기금.
모두 “죽음”이라는 낯설고 가까이 하고싶지 않은 그러나 우리 인생과 깊숙이 맞닿아 있는 것입니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이지만 그 슬픔마저도 승화시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암투병으로 먼저 떠난 어머니.
가난때문에 어린 자녀를 잃었던 아픈 상처가 있는 어머니였기에
어머니의 검소함이 남긴 유산을 함부로 쓸 수 없는 가족들.
그 돈으로 어머니를 대신하여 이 땅의 새생명을 살리고
영원히 어머님을 기억하고자 하는 가족들의 마음.
<박찬길기금> 보기
딸과 함께 사후 생명보험금을 공익단체에 기부하겠노라 약속했던 아내.
불의의 사고로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애써 담담함을 보이려 노력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을 잊지 못하셨던 고 권경옥님의 남편.
긴 침묵 끝에 ‘그래도 애 엄마가 잘한것 같아요’란 낮은 한마디.
남아 있는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아내, 엄마로 평생 기억하게 만들 나눔.
<권경옥기금> 보기
췌장암 말기, 인생의 마지막 자락을 정리하며
평생 한이 되었던 가난으로 인해
배움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장학기금을 만들어
황복란 할머니의 꿈을 이뤄드린 나눔.
<황복란 평생의꿈 장학기금>보기
돌아가신 노모의 이름으로
당신이 그러하셨을 법한 나눔을 실천하여
아들,며느리,손주…사랑하는 가족과의 헤어짐을
아름다운 이별로서 마침표 찍게 한 나눔
슬픔도 나눔으로 나눌 수 있다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견뎌내며 추억하고 치유받을 수 있는 선물입니다.
새롭게 희망을 찾아 일어서며 떠나간 사람의 몫까지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가고자 다짐하는
나눔은 그런 우리 삶의 한 조각이며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저는 2011년 기부자님으로부터 그런 아름다운 선물을 받았습니다.
느보산
황복란할머니 사연이나 권경옥님 사연은 정말 다시봐도 마음이 저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