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진짜 자주 먹었는데’ 하는 음식, 저는 있어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꼭 사 먹던 반건조 오징어인데요. 수확량이 줄어서 한동안은 팔지도 않더니 지금은 부쩍 많이 잡힌다고 해요. 제철 음식이 정해져있던 시대, 그래서 철 따라 음식을 소비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어요. 급격한 기후변화로 논밭, 바다에서 서식할 수 있는 생물들이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기후에 따라 미래의 식탁 풍경도 바뀌게 될 텐데요.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가상으로 일기를 써봤어요. 2081년, 1년 동안 마주하게 될 식탁은 어떤 모습일까요?
1. 사과는 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게 됩니다.
최근 사과 재배 지역이 강원도 고랭지로 집중되고 있어요. 사과는 낮에 활동을 하고 밤에 당도가 높아져 일교차가 중요한 작물인데요. 남부지방은 열대야, 폭염으로 재배가 어려워진반면, 일교차가 큰 강원도가 적합한 지대가 된 거예요. 실제로 강원도의 사과 재배 면적은 2021년 1,610㏊로 2007년 대비 약 14배 늘었습니다. 유엔 국제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에서는 2100년쯤 사과가 한반도 백두대간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작물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어요.
2. 제주도에서는 망고가 납니다.
아열대 기후로 변하면서 흔히 볼 수 없던 열대과일도 재배될 거예요. 농촌진흥청은 국내 경지 면적 중 아열대 작물 재배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 10.1%에서 2080년에는 62.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날이 더욱 따뜻한 제주도에서는 망고를 흔하게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한반도 곳곳에서 망고. 패션프루트, 구아바 등이 재배되고 있다는 것은 미처 몰랐던 사실!🙄
3. 배추, 고추를 재배하는게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2020년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통해 지금과 같은 탄소 배출이 지속될 경우 2100년까지 벼 수확량은 25%, 고추 수확량은 89% 감소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어요. 올해 강원도 고랭지 채소 재배 농가는 가을장마와 이상기후로 인한 병해충에 배추가 썩어서 시름이 깊은 상황이라고 해요. 철마다 배추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잘 마른 고춧가루를 섞어 무치던 우리의 김장 문화, 잘 유지될 수 있을까요?
4. 이 수산물들은 수입산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워집니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주변 바다 수온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추울때 동해에서 잡히는 명태와 물메기는 쉽게 보이지 않고, 한류성 어종인 방어, 대구, 삼치 등이 북쪽에서 잡히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 오징어, 고등어, 멸치 등 난류성 어종은 증가한 반면, 도루묵, 임연수 등 한류성 어종 어획량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미역, 김과 같은 해조류도 폐사하기 쉽고, 양식에도 타격을 받습니다. 아마 생일때 즐겨먹던 미역도 수입산으로 먹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참고
: 한겨레 / 고온에 쌀·배추 등 생산량 줄어…기후위기가 밥상도 바꾼다
: 이데일리 / ‘서해안 오징어’ 늘고 ‘동해안 명태’ 사라졌다
: 서울경제 / 아열대 과일 재배는 5배···”해외 비축기지로 식량안보 대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