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를 낳은 엄마들의 마음에는 ‘아이를 세상에 이르게 태어나게 했다’는 자책감이 자리잡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마음이 생활에 치이며 간신히 이른둥이를 길러내는 엄마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그 자체로 축복입니다. 이른둥이 아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죠. 무엇보다 몸의 불편함에도 활짝 웃는 아기에게서 이른둥이 부모는 일상을 버티고 살아나갈 힘을 얻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를 믿어주는 것. 지금 처한 자신의 상황 안에서 아이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 이른둥이 부모가 세상 속에서 아기와 함께 살아가고자 내딛는, 힘겹고도 빛나는 한 걸음입니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세 쌍둥이 중 재활치료를 받는 둘째 정현이와 엄마 김현정(가명)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아름다운재단 이른둥이 지원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된 정현이는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다른 두 쌍둥이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는 중입니다. |
“세 아이가 이른둥이로 태어나 한동안 인큐베이터에 있었어요. 그중 둘째인 정현이가 가장 먼저 퇴원했는데 태어날 때 무호흡이 있었고 이후 뇌출혈이 생겼어요. ”
김현정(가명)씨의 세 쌍둥이는 조금 이르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일정 기간동안 인큐베이터에 머물며 케어를 받아야 했던 아이들. 그 중 둘째인 정현(가명)이는 몸에 치료할 다른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검사를 받았습니다. 정현이의 뇌에는 출혈이 생겨 있었습니다. 고인 피는 흡수됐지만 출혈이 있던 자리의 신경 부분에 음영이 생겼습니다.
“장애나 발달 지연이 생길 수 있어요.”
아이의 몸이 불편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이었습니다. 실제로 정현이는 소아재활의학과 검진 과정에서 왼쪽 손과 발의 사용이 부자연스럽고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이른둥이 지원사업 덕분에, 어깨의 짐이 가벼워졌어요.”
생후 7개월 때부터 정현이의 본격적인 재활이 진행됐습니다. 차로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주거나 밤까지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등, 정현이의 친가와 외가 조부모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육아와 재활을 병행하는 일상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의료비와 양육비 부담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죠. 그러던 현정씨 어깨의 짐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이른둥이 지원사업 덕분입니다. 외래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지원사업 포스터를 발견한 것인데요. ‘지원사업 대상자가 될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접수마감 날짜를 간신히 맞춰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둥이 관련 치료비는 나라에서 많이 경감을 해주는 편이라 비용이 많이 들진 않는데, 다른 간접비용은 많이 들어가거든요. 벌이 면에서는 지금 남편 혼자 생활비를 버는 상황이라 지원 치료비를 받게 돼 다행이에요.”
정현이가 재활치료비 지원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치료비와 함께 두 쌍둥이의 정부아이돌봄 비용을 지원하는 간접비를 받게 된 것도 큰 도움이었습니다. 지원비용을 생활과 치료 양쪽의 측면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원금에서 간접비용의 사용 비율이 더 커졌으면 해요. 물론 다른 지원 대상자들의 경우 치료비 비율이 더 큰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저 같은 다자녀의 경우 돌봄에서 생기는 간접비용이 더 커서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각 이른둥이 가정의 상황에 따라 지원을 받는 비율이 달라야 한다는 것. 다자녀 이른둥이의 엄마인 현정 씨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재활치료를 통해 점차 아이의 움직임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정현이를 보고 욕심이 많은 아이라, 뭔가를 시키면 울면서라도 해낸다고 하더라고요.”
걷기 교정을 위한 운동치료와 손에 대한 작업치료. 정현이가 받은 재활치료는 몸의 움직임을 개선하는 데 집중됐습니다. 운동치료는 아이가 걷게 되면서 졸업했고, 손 치료는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데요. 재활이 필요한 왼손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게 하면서 손의 움직임이 점차 나아지는 중입니다.
재활을 한다고 해서 아이의 움직임이 완전히 정상처럼 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잘 안 움직여지는 부위를 꾸준히 움직여 퇴화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현정씨는 지원사업 기간이 끝난 다음에도 재활을 꾸준히 이어갈 생각입니다.
“하루하루가 감사해요. 아이가 더이상 아프지 않고 큰 병 안 걸리기를 바라며 지내요. 시부모님이 내년에는 시골로 내겨가실 계획이라 아이들을 돌보는 게 걱정이지만,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시간이 생기면 일자리를 구해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크게 아프지 않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감사하다는 현정씨. 아이를 돌볼 앞으로의 일상도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이가 아픈 건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음을
아이의 재활을 신경써야 하는 오랜 여정을 겪고 있지만, 현정씨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이른둥이 엄마들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을 보며 지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채팅방에 모인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을 다독이기도 하고 이른둥이 지원에 필요한 지원정보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서로 얼굴을 보고 만날 여유는 없지만, 엄마들은 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공유하는 만큼 더 돈독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현정씨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정들의 상황도 살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에서는 병원비가 들어가는 게 힘든 일이죠.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게 하는 건 부모로서 너무 슬픈 일이에요.”
“아기들이 안 아팠으면 좋았겠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현정씨가 다른 엄마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프게 태어났어도 아이들은 충분히 강하다는 걸, 그런 아이들을 믿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 현정씨가 다른 이른둥이 엄마에게 건네고 싶은 말입니다. “이른둥이 부모가 아기들을 믿고 즐겁게 살아준다면 좋겠어요. 병원에서 있는 아이들을 오래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도 잘 알고 있어요. 그때 너무 자조하지 마세요. 잘 먹고, 체력관리도 잘 해두세요. 아기들이 퇴원하면 현실 육아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이른둥이 가족이 세상과 함께 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길.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아름다운재단의 이른둥이 지원사업은 꾸준히 노력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른둥이를 키우며 여러 어려움에 부딪힐 때, 스스로의 힘만으로 버겁다고 느껴질 때 아름다운재단에 문을 두드려주세요. 치유의 과정을 함께 하는 친구처럼 곁에 있겠습니다.
2022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사업 (~1/14)
글. 이상미
사진. 김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