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감, 성취감, 자신감… ‘문화와 룰루라라’가 준 선물이죠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들이 커서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게 하느냐다.” 파블로 피카소의 말이다. 그만큼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접하고 즐기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와의 협력사업을 통해 아동‧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와 룰루라라’ 사업을 진행해 왔다. 다양한 문화적 자극과 예술적 감동은 아동·청소년의 감수성과 인성 발달의 중요한 열쇠이며, 더욱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성취해 나가는 문화예술 활동은 코로나 시대로 생긴 일상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정서의 안정과 위로를 선물한다는 데에 뜻을 모은 것이다.
‘문화와 룰루라라’를 통해 여러 이유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아동·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를 누리고, 창작과 공유를 통해 문화 감수성과 공동체성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2021년 전국 35개소 사업수행기관이 ‘문화와 룰루라라’ 파트너로 선정되어 미술, 음악 등 문화영역에 제한 없이 다양한 문화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아동 청소년기 특성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지역 아동·청소년이 문화적 소외와 갈증을 해소하고, 나아가 직접 예술 활동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한 아동 청소년은 문화와 룰루라라에 참여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변화를 이루었을까. 의류를 이용한 커스텀으로 창의적인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문화와 룰루라라-그려 Dream 시즌2’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세상에 하나 뿐인 티셔츠를 만들고 있어요
“타이다이라는 기법으로 만든 티셔츠를 만들고 있어요. 염색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무늬가 나올지 알 수 없고 리터칭을 할 수도 없지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티셔츠라 더 특별해요. 어떤 모양이 나올지 기대해 주세요.”
시립문래청소년센터 안이 분주하다. 오늘은 ‘문화와 룰루라라-그려 Dream 시즌2’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지난 6개월 간 배운 커스텀 기술을 선보이는 날이다. 연서 양과 시현 양은 타이다이라는 기법으로 물들인 티셔츠 제작을 맡았다. 평소 핸드메이드나 커스텀에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커스텀을 배울 수 있는 문화와 룰루라라 사업을 알게 되었다는 두 사람은 손이 온통 염색 물감으로 물드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이었다. 호흡이 너무 잘 맞는 모습이 자매 같다고 말을 건네자 시현 양이 환하게 웃어 보인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낯설고 서먹했어요. 타이다이 코너를 맡으며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손발이 척척 맞아요. 저보다 어린 연서지만 친구 같아요. 커스텀을 배우고 싶어 참여했는데 좋은 인연까지 얻은 것 같아 기분 좋아요.”
연서 양과 시현 양을 비롯하여 10명의 친구가 ‘문화와 룰루라라-그려 Dream 시즌2’에 참여했다. 코로나로 인해 만난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이 통했다. 부족한 부분은 먼저 나서서 돕고, 잘하는 점은 아낌없이 칭찬하는 모습이 ‘원 팀(one team)’처럼 자연스럽다.
자율성을 불어 넣자 자신감이 흘러나오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친구가 타이다이, 전사지, 마카, 잉크, 에어브러시 등 다양한 기법을 구사해요. 오늘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 변신해 초대한 친구들에게 티셔츠를 직접 만들어주는 날이죠. 결과물을 보면 알겠지만 다들 놀라울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고 열정적이에요.”
10명의 청소년과 문화와 룰루라라를 함께해온 강진우 선생님의 말이다. 그는 이번 활동의 핵심은 자율성이라 강조했다. 배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최대한 정해진 틀이나 규칙 없이 아이들이 가진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기획 초기, 나만의 커스텀 작품을 구상하고 나눔까지 하는 자기 주도형 프로그램이 조금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막막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미적 능력을 발휘하며 자신감을 보이는 친구들을 보며, 걱정은 믿음으로 바뀌었다.
“내가 만든 티셔츠를 선물한다는 게 부끄러울 것 같다고 주저하던 친구가 이제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에요. 의뢰 받은 그림을 직접 그려주기도 하고, 이런 모양이 더 멋질 것 같다고 제안하는 룰루라라 콧노래까지 부르며 즐기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네요.”
완전히 달라진 나를 만나는 시간
직접 만든 티셔츠는 사전신청으로 현장을 찾은 지역사회 내 아동·청소년들에게 선물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남다른 성취감을 느낀 듯했다. 티셔츠 보관법과 세탁법을 꼼꼼하게 알려주고, 완성된 작품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묻기도 했다. 연서 양은 타이다이 기법으로 증정하기로 한 완성된 티셔츠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재작업을 했고, 의뢰인에게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안 나온 것 같아서 조금 더 작업해본 건데 너무 좋아해 주시니까 좀 얼떨떨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네요. 실은 얼마 전에 친한 친구 생일에 타이다이로 물들인 에코백을 선물했거든요. 그때도 정말 예쁘다고 좋아하더라고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구 생겨요.”
연서 양처럼 자신감을 얻은 청소년들은 배운 기술을 일상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운동화나 티셔츠를 직접 커스텀 하기도 하고, 잘 나온 작품은 지인에게 선물한다. 작업에 몰입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한 참가자는 단순한 일회성이 아닌 평생 가져갈 취미로 생각하고 있다며 귀띔하기도 했다.
“기법을 처음 배우던 날 주사기로 색소를 주입하다가 입고 있던 노란색 옷에 물감이 다 튀었어요. 어떻게 하나 당황했는데 선생님이 초록색으로 예쁘게 염색해 주셨어요. 마법 같은 일이었죠. 그때 느낌이 오더라고요.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게 되겠구나, 하고요.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이 경험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가끔 꺼내보며 추억하고 싶어요.”
행복감, 성취감, 자신감이 가장 큰 선물
시현 양의 소감처럼 청소년의 예술 활동은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 방법이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소중한 경험이다. 스스로에 대한 감정이 혼란스럽고 판단이 어렵다 느낄 수 있는 아동 청소년기에 자유로운 예술 활동은 나를 드러내는 다양한 감정을 갖게 하고, 정적인 감정, 심리적 위기감을 해소하는 등 긍정적 변화를 이끈다.
“작은 소망이 하나 생겼어요. 플리마켓에 커스텀 제품을 판매해 보는 거예요. 처음 시작할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모든 과정을 끝내고 오늘 나눔 활동까지 해보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플리마켓 할 때쯤이면 지금보다 실력이 더 늘어있겠죠?”
마지막 티셔츠 나눔이 끝나고 청소년들은 향후 계획을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다. 행복감과 성취감, 자신감을 느끼게 된 것이 가장 소중한 결과물이라는 시현 양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 청소년들은 각자 만든 티셔츠를 들어 보였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 소중한 경험으로 물들인 지난 6개월은 각자의 마음에 아름다운 색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문화와 룰루라라’ 사업은 단순 활동을 뛰어넘어 아동·청소년 성장의 모델로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뜻깊다. 앞으로도 아름다운재단과 (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는 더 많은 지역의 문화 사각지대의 아동·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문화예술을 창작하고 체험할 기회야말로 청소년들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영양분이기 때문이다.
글. 김유진 ㅣ 사진.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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