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 씨의 느리지만 눈부신 자립기
태형 씨(가명)의 와플은 달콤하고 부드럽다. 커피와 곁들이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얼마 전 정직원이 되고부터 와플에 더 정성을 들이고 있다. 와플을 좋아하지 않던 그가 와플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 것은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복지시설 퇴소청소년 주거지원사업을 통해서다. 그는 2020년 8월에 지원사업의 직업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인턴으로 일을 시작해 1년 만에 정직원이 되었다.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태형 씨의 값진 자립기는 한 편의 성장드라마를 본 듯하다.
태형 씨는 중장기청소년쉼터에 있던 중 담당 선생님께 지원사업에 대해 들었다. 퇴소를 앞두고 홀로서기 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잠 못 이루던 때라 고민 끝에 지원하게 됐다.
“사실 처음 지원사업에 대해 들었을 때는 조금 얼떨떨했어요. 집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주거비, 생계비, 생필품도 주신다고 하더라고요. 취업교육도 받을 수 있고요. 왜 나를 도와주려고 할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의 의심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전에 핸드폰을 사러 갔다가 잘 알지 못하는 이의 권유로 한 달 통신비를 20만 원 넘게 내야 하는 일로 마음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타인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갈등상황에서 자기방어 능력이 부족한 청년의 여린 마음을 이용한 나쁜 이에 대한 기억은 그를 주저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 담당 선생님을 통해 모든 지원내용이 그를 돕기 위한 것임을 알고부터 태형 씨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성장의 여정을 시작했다.
나와 같은 너와 함께, 자립의 디딤돌을 밟다
“담당 선생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자립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학교나 기관에 있을 때는 몰랐던 걸 많이 경험했어요. 주거비, 생계비 지원금을 어떻게 짜임새 사용해야 하는지 배웠고, 커뮤니티 하우스라는 곳에서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요. 저와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과 같이 밥도 먹고 어떻게 지내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게 마음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서로 연대하고 응원한 경험은 태형 씨에게 큰 힘이 되었다. 직무능력을 위한 교육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와플 가게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다. 난생처음 만들어 보는 와플이었지만 꽤 재미있었다. 서툴지만 꾸준한 성실함으로 태형 씨의 실력은 날로 늘어갔다. 이제는 냄새만 맡아도 잘 구워졌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와플을 구울 때 온도가 가장 중요해요. 틀에 가운데에 반죽을 발라주고 서서히 모양을 잡으며 구워줘요. 1년 정도 하다 보니 반죽을 틀에 놓을 때부터 잘 구워질지 아닐지 감이 와요. 몇 달 전에 정직원이 됐는데, 앞으로 더 맛있는 와플을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요.”
지원사업으로 안전한 집과 든든한 직장을 찾다
태형 씨는 지원사업을 통해 보금자리도 찾았다. LH청년전세임대주택에 선정되어 입주한 것이다. 커다란 창이 있어 계절의 변화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풍경이 근사한 집이다. 빨래도 청소도, 식사도 혼자 해결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태형 씨는 ‘너무 재미있고 좋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평상시에도 시간이 나면 청소하고 빨래를 해요. 쉼터에서 지낼 때는 몰랐는데 제가 꽤 깔끔한 성격이더라고요. 요리도 재미있어요. 카레를 자주 만드는데 꽤 맛도 있고요. 쉬는 날 깨끗한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이날 태형 씨는 센스 있는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 옷은 물론 모자나 운동화를 직접 고르고 다양하게 코디하기를 즐긴다. 하지만 과소비는 하지 않는다. 직장을 갖게 된 뒤 갑자기 늘어난 수입에 마음이 들뜨지 않도록 금융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상기하고 있다. 금액을 정해 놓고 직접 매장에 가서 입어본 뒤 필요한 것만 아이템을 구매하고, 지원사업이 끝난 뒤 온전한 자립에 대비해 저축도 하고 있다.
자신감 장착하고 온전한 자립 향해 한 발 더
요즘 하루하루가 만족스럽다는 그는 아름다운재단과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지원사업이 아니었다면 사회에 무사히 첫발을 내딛지 못했을지 모른다. 특히, 취업과 주거에 도움을 받은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기 전에는 내 마음대로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속상했어요. 자립은 해야 하는데 스스로 생활할 자신은 없고 많은 게 두려웠었죠. 이제는 집도 있고 직업도 있어요. 때로는 꿈인 것 같아 볼을 꼬집어 보기도 해요. 제힘으로 온전한 독립을 했다는 게, 너무 기뻐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경계선지능청소년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엄청난 것이 아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그 조건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다. 20121 청소년복지시설 퇴소청소년 주거지원사업을 통해 태형 씨는 세상을 긍정하며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생각을 지켜줄 사회의 노력일 것이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청소년 복지시설 퇴소청소년 주거지원사업] 경계선지능청소년과 함께하는 커뮤니티하우스, 느린 여정의 시작
2021 청소년복지시설 퇴소청소년 주거지원사업 자문위원 인터뷰
글 김유진ㅣ사진 이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