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8일, <열여덟 어른> 투자설명회가 온라인(ZOOM)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허진이 캠페이너와 약 7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보호종료당사자의 세계를 경험해본 시간, 소개해드립니다. |
“정책이 개선됐으니 이제 다 해결된 거 아닐까요?”, “아직 더 할 이야기가 있나요?”
아름다운재단이 <열여덟 어른> 시즌3를 시작하면서 받은 가장 많은 질문이었습니다. <열여덟 어른> 시즌 1, 2를 통해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에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원제도는 개선되었지만 정책 넘어 보호종료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보호종료당사자의 이야기, 목소리, 관점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보호종료당사자의 세계를 함께 경험하면 어떨까?’
당사자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보호종료아동 삶 속에 무수히 존재합니다. 신문기사에서 보여지는 커다란 이슈 외에도, 아주 사소한 일상의 순간도 보호종료아동의 삶에 큰 의미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아직 다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머리가 아닌 다양한 감각으로 느끼게 하고 싶었고, 이는 오감을 통해 당사자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들어졌습니다.
[1부] 오감으로 만나는 열여덟 어른의 세계
열여덟 어른의 세계의 문을 연 것은 지난 3년간 보호종료아동의 이슈를 다룬 언론보도 영상이었습니다. 빠르게 재생되는 뉴스앵커의 긴장감 넘치는 목소리를 통해 지난 3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당사자들이 느끼는 일상적인 순간의 감정을 ASMR로 경험하는 영상이 이어졌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와 당시의 상황을 표현하는 효과음과 음악이 어우러져 보호종료아동이 겪은 당시의 마음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부] 다양한 오브제로 만난 허진이 이야기
허진이 캠페이너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허진이가 19년 간 살아온 공간 속 이야기를 다양한 물건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어린 허진이의 삶의 전부였던 보육원 ‘안’ 학교
첫 번째 장소는 학교였습니다. 허진이가 다닌 학교는 보육원 안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학생이 보육원 친구들이었습니다. 보육원이자 학교인 이곳은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일년에 한번 보육원 밖을 경험할 수 있었던 유일한 날은 바로, 줄넘기 대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학교와의 대항에서 우승을 했음에도 기쁠 수 없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저기 학교는 고아들만 다니는 곳이야. 보육원에서 할 게 없으니까 줄넘기 연습만 했겠지” 다른 학교 학생이 한 말을 듣고, 처음으로 ‘아, 나는 보육원 밖에서는 안전할 수 없구나. 환영 받을 수 없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보육원 밖 세상의 편견을 경험하게 됩니다.
허진이만을 향한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초콜렛 그리고 코트
보육원 속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보육원 친구들과 선생님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가끔씩 나만을 위해 찾아오는 특별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후원자였습니다.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후원자가 보내준 초콜릿을 친구들 몰래 숨겨 먹었던 경험, 퇴소 전, 후원자와 함께 백화점으로 가 난생 처음 내가 원하는 옷을 고를 수 있었던 경험. 보육원 속 단체생활을 하면서 ‘나만의 것’, ‘나만의 취향’을 가질 수 없었던 허진이에게 후원자 후원자들의 선물은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퇴소의 순간, 손에 들린 짐
퇴소 후의 삶은 마냥 신날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기숙사에 도착해 혼자 짐을 푸는 자신과 달리, 대학 친구들은 부모님의 격려와 응원 속에서 짐을 풀고 있었습니다. ‘나는 다른 친구들과는 참 많이 다르구나’, ‘나의 삶은 앞으로 쓸쓸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기숙사를 나와 이곳저곳 맡겨 놓았던 이삿짐 박스를 한 곳에 풀어내는 순간, ‘집이란 짐을 한곳에 풀 수 있는 곳이구나’, ‘나의 자립은 이제 시작되는구나’ 자립과 마주한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허진이의 이야기가 담긴 빨간 상자
많은 분들이 기다리던 ‘당사자 스토리 키트’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빨간 상자는 행사를 신청해주신 분들에게 사전 배송이 되었습니다. 빨간 상자 속에는 앞서 이야기한 초콜릿, 분홍코트와 같이 허진이를 비롯해 수많은 보호종료아동의 삶과 연관된 다양한 물품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허진이 캠페이너와 함께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열어보고, 만져보고, 먹어보며, 다양한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3부] “나는 잘 살고 싶은지 5년 되었습니다.”
3부는 허진이 캠페이너의 스피치로 시작 되었습니다. 1,2부에서는 당사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당사자의 관점을 경험했다면, 3부에서는 열여덟 어른에게 어떤 ‘투자’가 필요한지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이야기로 확장되었습니다. 허진이 캠페이너는 사람들에게 어떤 투자를 제안하고 싶었을까요? 스피치의 시작은 허진이가 잘 살고 싶어진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퇴소 이후 당사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허진이는 퇴소 전까지만 해도 단상에 올라 친구들을 집중시키는 학생회장의 역할을 했지만, 보육원 밖에서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성적은 떨어지고 기숙사는 탈락하고 생활비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삶의 의지를 조금씩 잃어갈 무렵, 나와 같은 힘듦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발견했습니다. 보호종료당사자 모두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습니다. 당사자들은 어떤 이유로 힘겨운 자립생활을 하고 있었을까요?
‘귀찮아’ 라는 세글자에 숨겨진 진실
허진이 캠페이너는 보호종료아동 친구들에게 ‘장학금 신청 했어?’는 말을 종종 묻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자주 듣는 대답은 ‘귀찮아’였습니다. ‘귀찮아’는 세 글자에는 당사자들이 겪는 삶의 무게가 담겨있습니다. 보호종료아동임을 증명해야하는 복잡한 구비서류, 고아라고 받는 주위의 시선과 편견 등 열여덟 어른들에겐 너무나도 버거운 순간들이 자주 찾아옵니다. 이러한 속사정 때문에 자립 의지를 잃어버린 당사자들은 이 모든 버거움을 ‘귀찮아’라고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열여덟 어른들이 잘 살아야 할 의지를 갖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허진이 캠페이너 역시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어오다, 우연히 ‘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됩니다.
내가 ‘잘’ 살고 싶어진 순간들
허진이 캠페이너는 후원자이자 아빠가 되어 주신 분을 만났습니다. 아낌없는 상냥함과 친절함을 보여준 친구를 만났습니다. “너는 충분히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야”, “언제든지 도움이 되어줄게” 두 사람이 보내준 마음 덕분에, 처음으로 ‘잘’ 살고 싶어지는 이유를 발견하게 됩니다.
‘잘 산다’는 의미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다가왔을 때, 도망치지 않고 해결하는 의지를 갖는 것. 이것이 허진이 캠페이너가 생각하는 ‘잘’ 산다는 의미입니다. 열여덟 어른들이 ‘잘’ 살고 싶은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이유만 있지 않습니다. ‘후원자와의 만남’, ‘꿈을 지지 받았던 경험’ ‘사회적 관심’, ‘안정된 제도’ 등 열여덟 어른은 다양한 이유 속에서 잘 살고자 하는 이유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제도개선에 대한 생각, 113명의 당사자에게 묻다
지난 11월, 보호종료당사자를 대상으로 지난 7월 발표된 자립지원제도 개선안에 대한 설문응답이 진행되었습니다. 110명이 넘는 보호종료당사자들이 성심성의껏 응답해주셨습니다. 지원제도 개선안에 대한 보호종료당사자들의 다양한 의견, 생각, 욕구는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사자들의 설문응답 결과를 통해 개선안이 전반적으로 당사자의 삶을 잘 반영해주었다는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원제도 개선은 분명 당사자들에게 환영할만한 소식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볼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당사자를 위한 심화된 자립교육과 경제교육이 필요하다는 점, 당사자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중도퇴소자를 위한 지원, 의료비지원에 대한 의견 등 사각지대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열여덟 어른 시즌3는 당사자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깊은, 제도 넘어 있는 열여덟 어른의 진짜 자립 이야기를 꾸준히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열여덟 어른에게 꼭 묻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투자설명회의 컨셉은 바로 참가자들과의 ‘소통’이었습니다. 비대면 행사임에도 참가자와 허진이 캠페이너가 함께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질문과 답이 오고 갔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열여덟 어른> 투자설명회는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이해관계자 분들을 비롯해 기부자님 등,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많은 분들이 실시간 댓글로 함께 공감해 주셨습니다.
그 중에는 보호종료당사자들도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경험하고 공유했던 이번 투자설명회, 당사자들은 과연 어떻게 보았을까요? 투자설명회가 끝난 이후, 퇴소를 앞두고 있는 당사자 분이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투자설명회에서 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요?
투자설명회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 지도 모릅니다. 허진이 캠페이너 역시 투자설명회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바라고 있다고 하는데요! 열렬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우리, 또 한번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열여덟 어른의 세계에 공감하고,
열여덟 어른에게 보낼 수 있는
나의 마음, 나의 투자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열여덟 어른> 투자설명회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형신
고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취업을 하는 것은 일반가정에서도 힘든일입니다. 자립준비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바로 대학진학이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 줄수 있습니다. 2020년 통계를 보면, 대학진학 비율을 보면, 보육시설 소속 아동보다 가정위탁 아동들의 대학진학률이 매우 낮습니다. 보호종료아동의 수를 보면, 보육시설 보다 가정위탁 아동들의 수가 몇배 더 많습니다. 내용중에 어떤 분이 쓰신 것처럼 그룹홈, 가정위탁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가정위탁의 경우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보다 소외된 아동들을 지원하게 될것이라 추측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