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에게 보조기기는 단순히 삶의 편의를 돕는 장치가 아닙니다. 삶의 뿌리가 되는 근력을 키워 독립성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맞춘 보조기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비용 걱정 없이 누구나 쉽게 보조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친환경 DIY 보조기기를 지원합니다.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에서 골판지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착석보조기기 2종과 훈련보조기기 2종으로 이루어진 보조기기는 무게가 가볍고, 아이의 성장에 맞춰 교체하기도 수월합니다. 2021 장애아동 친환경DIY 보조기기 지원사업의 참여기관인 시립서호어린이집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선생님들, 보조기기의 이 부분은 이렇게 조립하시면 돼요.”
수원에 위치한 시립서호어린이집. 장애전문 어린이집인 이곳의 보육교사들이 모여 보조기기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이내 선생님들은 각자 역할을 나눠 기기를 직접 조립하기 시작합니다. 선생님들이 조립하는 이 물건은 아름다운재단의 장애아동 친환경 DIY 보조기기 지원사업에서 제공되는 착석 보조기기입니다. 혼자서는 제대로 앉아있지 못할 만큼 움직임이 불편한 아이들을 위해 몸을 고정시켜줍니다. 골판지로 만들어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고 내구성이 단단해 쉬이 망가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물론 특수교사 및 치료사들이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시립서호어린이집은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하는 2021 장애아동 친환경 DIY 보조기기 지원사업의 지원기관입니다. 동시에 구미아 원장님을 비롯해 특수교사 및 치료사들이 보조기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곳이기도 합니다. 구미아 원장님과 특수교사 천다영 선생님은 보조기기의 개발과정과 기기가 쓰이는 현장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보조기기 “우리 아이가 여기에 앉아 그림을 그리면 좋겠어요”
“저는 개발해 낸 보조기기가 저희 어린이집의 특수교사 및 치료사들과 함께 만든 거라고 생각해요.”
구미아 원장님은 경기도 장애전문 어린이집과 관련된 자문위원에 참여하면서 아름다운재단의 보조기기 지원사업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자문이 필요한 장애 전문 어린이집은 총 21곳. 구 원장님이 일하는 시립서호어린이집이 수원에 있어 자연스레 함께 한 것인데요. 구 원장님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원사업에 쓰이는 보조기기 개발에도 참여했습니다.
자문위원 회의에서는 디자인이나 치료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현장을 경험한 특수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했는데요. 구 원장님은 회의 전후로 시립서호어린이집의 교사들과 어떤 부분이 보완되면 좋겠는지 계속 의견을 나눴습니다. 그간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교사들은 구체적인 의견을 보탰고, 이는 보조기기 제작과정에 반영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구미아 원장님의 절실한 마음도 함께 담겼습니다.
“기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가 여기에 앉아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 같은 식의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도 생각했어요.”
보조기기 덕분에 교사와 아이들의 생활도 나아졌습니다.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로 일하는 천다영 선생님는 보조기기가 필요한 아이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은 뇌병변, 자폐나 지적장애 등의 중복장애, 언어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해마다 어린이집에 입소하는 아이들의 장애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필요한 보조기기의 종류도 많아졌습니다. 이어 천 선생님은 보조기기의 지원과정에 대해 말을 이었습니다.
“아이들 중에는 몸이 옆으로 틀어지거나 자세가 삐뚤어진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머리를 부딪히거나 골절사고가 날 수 있어요. 무척 위험해요.”
“작년에는 지원받은 기기 유형이 좀 달랐어요. 초반에는 아이들 몸의 균형을 잡을 때 쓰는 밸런스 보드나 아이들의 자세를 위한 높이조절 의자 등을 지원받았거든요. 올해는 착석 보조기기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필요해서 지원 신청을 했는데 수량을 확보하는 과정이 치열했어요.”
그렇게 받은 착석 보조기기는 총 5개. 보조기기에 앉은 덕에 아이들은 구부정해진 몸을 교정하면서 좀더 편히 움직일 수 있었고 또래의 비장애인 친구들과 눈을 맞추며 수업을 받게 됐습니다. 자연스레 옆의 친구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행동을 모방하며 공부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지요. 좋아진 부분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골판지로 만들어진 보조기기잖아요. 날씨 좋은 날에는 바깥에서 건조하고 소독해주면 더 오래 깨끗하게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방수가 잘 돼 있어서 아이들이 침을 흘리거나 기저귀가 샜을 경우 세척할 때도 편하고요.”
기기 지원으로 교사들의 근무환경도 개선됐습니다. 교사들이 아이들 개개인의 자세를 일일이 확인해가며 몸을 펴주거나 팔을 잡아주지 않아도 되었고요. 착석 보조기기가 가볍기 때문에 기기를 운반하는 과정도 좀더 편해지면서 손목이나 허리 등 교사들의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관리 측면에서도 올해 지원받은 착석 보조기기는 이전 모델보다 더 편해졌습니다. 이전에는 아이들 머리 닿는 부분의 시트가 고무줄로만 고정되어 있어 세탁 시 잘 늘어나거나 아이가 머리를 대면 계속 움직였는데요. 지금은 시트 부분이 잘 고정되는 형태의 디자인으로 바뀌어 사용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보조기기의 ___________ 부분이 개선되면 좋겠어요!”
현장에서 많은 변화를 만들어낸 친환경 DIY 보조기기 지원사업. 이 사업이 앞으로 더 확장됐으면 하는 게 보육교사들의 바람입니다. 이들은 보조기기의 지원규모를 늘려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기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사업의 규모확대와 기기의 성능 개선 외에도, 필요한 대상자에게 사업을 홍보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로 꼽았습니다.
무엇보다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의 장애아동 지원이 강화되는 데에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성장기에 보조기기를 사용한 아동들의 체형이 교정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장애아동 가정의 치료비용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보육교사들은 장애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런 혜택이 당연해지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기기를 처음 사용할 때는 바퀴부분이 좀 날카로워요. 여기는 교사들이 바퀴 라인 쪽을 한번씩 눌러줘서 아이들이 손을 베이거나 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허리를 감싸는 벨트 부분의 경우 많이 움직이는 아이들이 사용하면 허리 부분의 피부가 빨개지거든요. 사용할 때 피부에 닿는 부분이 좀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어요. 허리 부분을 고정할 때 벨트 뿐만 아니라 가슴 지지대까지 나와 있으면 아이들이 자세를 잡아가기에 좋을 것 같아요. 기기 사이즈도 좀 더 다양해 졌으면 해요.”
“뇌병변 아이들의 다리 힘을 길러줄 기립대도 필요해요.”
올해 지원받은 보조기기에 대한 선생님들의 피드백이 벌써부터 꽤 세세합니다. 향후 사업에서 이런 의견을 반영한다면 더욱 활용도 높은 보조기기가 만들어질 테죠. 이처럼 아이들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 덕에 아름다운재단의 보조기기 지원이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보조기기 지원이 당연해지기를, 나아가 공동체 차원에서 장애를 가진 구성원을 생애주기 초반부터 잘 보듬어내는 사회를 상상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길에 한 걸음 더 다가갑니다.
글. 이상미
사진. 김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