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 이후 생업을 유지해야하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여가 활동이 부족합니다. 설문조사 결과 일과 여가의 중요도가 높은 비보호종료 청년들과는 달리 일과 학업의 우선순위가 높았고,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여가 시간조차 진로 관련 활동 위주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청년 스타트 지원사업을 통해 기본지원의 필요를 채우는 것에서 시선을 옮겨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합니다. 생계를 유지해나가는 삶에서 나아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 행복을 느끼는지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함께할 이들과 서로의 삶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볼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자립준비청년들의 기본지원에 대한 수준을 높이고, 문화 및 여가를 누릴 권리로 확장해가는 시작이 되길 기대합니다. 청년 스타트 지원사업은 청년 스타트키트 지원사업, 청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2가지로 진행됩니다. 청년 스타트키트 지원사업은 자립 후 필요한 물품으로 구성된 키트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카카오톡선물하기 10주년기금>으로 진행됩니다.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아동복지시설,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에서 매년 2,500여명의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발생한다. 만 18세에 사회적 지지기반 없이 홀로 생활을 꾸려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은 심리‧정서적으로 취약하기 쉽다. 부모의 부재 또는 생존을 모르는 경우가 50% 이상이고, 또래 중심의 사회적 관계로 보호나 조언 받을 네트워크도 부족하다. 그나마 자립정착금, CDA통장, 기타 후원금으로 마련된 초기정착 비용마저 대부분 주거비(전세자금)로 소진된다. 불안과 우울 심지어 자살생각에까지 이르게 되는 복지사각지대의 자립준비청년. 이들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아름다운재단과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가 나섰다.
스스로 선택하는 맞춤선물
“지난해 8월, 아름다운재단의 제안을 듣고 어느 자립준비청년이 떠올랐어요. 그가 힘겹게 이야기한 건, 퇴소 후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집을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웠고, 고군분투해서 얻은 LH 집이 노후 돼서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했고, 아무것도 없는 살림살이를 모아뒀던 디딤통장 자립정착금으로 중고로 구매했다는 거였죠. 이제 막 자립을 시작하는 자신에게 희망도 없는 두려움의 연속이었다는 말, 그게 계속 맴돌더라고요.”
문화와 여가를 누릴 수 있는 권리에 초점을 맞춘 지원사업. 그것은 지난 5년 동안 자립준비청년과 함께 한 박세희 간사를 고무시켰다. 답답한 단체생활에서 벗어난다는 기쁨보다 혼자 살아야 하는 막막함을 어떻게 도울지 늘 고심하던 한국아동청소년그룹훔협의회였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잔뜩 긴장한 자립준비청년을 어떻게든 안심시키고 싶었다. 새로운 길 위에 선 그들이 ‘나를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구나’라는 왠지 모를 든든함을 품기를 바랐다.
“대개의 지원은 물건이 정해지거든요. 선택지가 별로 없죠. 근데 이번 사업은 달랐어요. 좀 더 참여자에게 맞춤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할 수 있었죠. 자립준비청년들이 사고 싶어도 못 사는 걸 키트에 넣는 게 가능하다니! 정말 주고 싶은 걸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답게? 건강하고 즐겁고 스마트하게!
이른바 ‘스타트키트’,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았다. 2021년 1월 1일 이후부터 2022년 3월 이내 아동복지시설 및 가정위탁 보호종료 또는 예정자 350명을 2022년 2월과 2022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지원하기로 했다. 1인 100만 원 상당의 ‘선택형’ 스타트키트를 개별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해 다른 지원을 받았던 청년들의 조언도 참고했다.
“프로그램 이름을 재밌게 해서 지원자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으면 좋겠다, 시설에서의 공동생활 말고 혼자 살 수 있으려면 가장 필요한 게 뭘까 고심하다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로 결정했어요. 그 컨셉 키워드로 ‘즐거움’과 ‘건강’ 그리고 ‘스마트’를 뽑고 각각의 물품을 준비했죠. 중점을 둔 건 또래가 선호하는, 청년들이 원하는 브랜드 선정이었어요. 자립할 때 예산 때문에 원하는 것보다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이유로 위축되거나 소외되지 않기를 바랐죠.”
‘스마트하게’ 키트에는 스마트워치와 테블릿pc, ‘즐겁게’ 키트에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이어폰, 커피머신 그리고 에어프라이어, ‘건강하게’ 키트에는 공기청정 제습기, 가습기, 전기매트, 침구세트를 준비했다. 상비약 키트, 메시지 무드등, 그로잉키트로 꾸린 공통키트도 마련했다. 무드등에는 메시지를 담아 혹시라도 혼자 우두커니 존재할 쓸쓸한 어느 날을 함께하는 의미를 담아 전하고자 한다. 또한 보호종료청년인 친구가 전하는 메세지가 담긴 예쁜 엽서도 함께 전달될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응원, 스타트키트
“처음으로 진행하는 지원사업이다보니 신청을 할지 걱정했는데, 무려 1,100명이 지원했어요. 사업을 하다 보면 이건 정말 지원자들이 원하는 거다, 이런 게 눈에 보이는데 스타트키트가 그래요.”
‘청년들이 원하는 걸 준다’, ‘욕구와 만족을 최대한 채운다’, ‘언제나 지지한다’를 담은 스타트키트는 절찬리에 마감됐다. 아쉬움이라면 신청자 모두에게 선물을 주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스마트키트지원사업이 지속되리라고 믿기에 다음을 준비한다. 자기만의 방에 들어선 자립준비청년의 새로운 안전망이자, 다각적 지지체계의 첫 존재로 자리하기 위해서다.
“아마도 코로나19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더 길지 않을까 생각해요. 요즘 간혹 지원사업 진행 때문에 만날 때면 꼭 밖에서 보자고 해요. 시간이 돼서 헤어지려고 하면 벌써 가느냐고 묻고요. 아르바이트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까 더 고립감을 느끼는 것 같아 걱정이죠. 이럴 때 그들에게 네가 그곳에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응원한다는 건 되게 큰 힘이 될 거예요. 스타트키트가 소중한 이유죠.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과 만날 것을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박세희 간사는 자립준비청년을 사막 한 가운데 피어난 꽃과 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 꽃이 사막 한가운데서 피어나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으며, 어떤 노력이 필요했을지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응시와 응원을 요청했다. 그것은 2022년 초입, 우리에게 당도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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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승연 ㅣ 사진. 이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