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 사회의 의제들도 다양해집니다. 그에 발맞춰 공익활동 또한 새로운 영역에서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신생 공익단체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8년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선정된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이 3년 간의 아름다운재단 지원을 마무리하고 지속가능한 공익단체로써의 자립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3년 간의 성과와 활동소감을 듣고 왔는데요. 질문과 답변 형태로 그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Q. 2018년 아름다운재단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선정 후 3년 간 “발달장애청년들의 틈을 메우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먼저 3년 간의 활동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가 아름다운재단에 지원하기 전에 다른 곳에도 지원서를 냈어요. 다른 곳은 대부분 발달장애인 몇 명이 혜택을 받느냐를 중요하게 따지더군요. 이 지역에 근거를 둔 발달장애청년들이 10명 이내라고 썼을 때 떨어졌거든요. 그런데 아름다운재단은 발달장애청년들과 마을을 연결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봐주는 곳이었습니다. 사부작이 하려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동의해주신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하고 싶은 실험은 가능한 건 다 해보며 소프트웨어를 갖출 수 있었어요. 사업을 하면서 우리의 방향성에 확신이 더 생겼고 사부작이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합니다. 이 기간에 우리가 다진 경험은 앞으로 사업을 해나가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3년 동안 저희들을 믿고 지원해 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이 큽니다.

2018년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지원할 때의 발표자료 첫 페이지

 

Q. 3년 중 작년과 재작년은 코로나19로 단체운영과 활동이 참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코로나로 인한 영향과 변화를 알려주세요.

타격이 없지 않았지요. 사부작의 핵심 사업이 길동무 연결인데 대면을 못하는 상황이 있었으니까요. 그 이후로 축제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이 한 번도 없었어요. 서로 만나고 접촉하는 활동들이 마을에서 없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아쉽습니다. 특급여행이라든가 나홀로 집에, 버블버블텍도 지금 멈춰있는 상태고요.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길동무 연결 활동은 좀 더 활발했을 거라고 예측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다른 기관들이 모두 문을 닫을 때 사부작은 문을 열 수 있었어요. 장소를 야외로 한다거나 인원수를 조정한다거나 어떻게든 발달장애인들이 코로나라는 상황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지요. 코로나를 겪으며 오히려 우리 같은 작은 단위들의 지원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절감했어요. 이런 재난상황에서는 지원체계가 작은 단위여야 한 사람, 한 사람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테니까요.

온라인에서 함께 노래를 | 출처 :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페이스북 페이지

Q. 발달장애청년의 마을 플랫폼으로서, 성인이 된 발달장애청년들이 고립되지 않고 같이 마을살이를 할 수 있도록 ‘1동 1사부작’을 표방하는 것을 단체 초창기 목표로 잡으셨어요.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는 변함이 없겠지만 단체 자체나 활동을 살펴볼 때 변화된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1동 1사부작’이라는 목표는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발달장애인의 일상에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하려면 이렇게 작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은 많이들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사부작 모델을 전파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사부작은 성미산마을이라는 배경과 경험, 그러니까 필요하면 고민하고 만들어보고 실패하기도 해본 경험이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사부작처럼 선뜻 실행하기가 어려운 지점이 있는 것이죠. 사부작의 사례를 듣고자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들 찾아오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복지관이나 자조모임 같은 데 가서 사부작은 이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을 하면서도 이게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방향과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는 단체에는 저희의 목소리가 큰 울림이 있더라고요. 지역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이 사부작과 같은 허브를 세팅하는 데 힘이 될 수도 있고요. 이런 허브를 구축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도 모색해보려고 합니다.

사부작과 같은 단체나 활동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요. 당사자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인권운동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운동으로서 활동을 해나가다 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 확장되는 경험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같이 문제의식을 가지는 사람과 공동의 목표를 계속 확인해나가는 공부를 하며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관련된 단체와 연대도 중요하고요. 사부작은 앞으로도 확장의 경험을 더 만들어가기 위해서 ‘발달장애와 마을포럼’을 정례적으로 하면서 흐름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Q. 앞에서 말씀하신 대로 사부작의 활동이 성미산 마을을 넘어 마포구와 또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요. 다른 기관이나 단체, 지역 간 네트워킹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그동안의 네트워킹 성과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사부작은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들이 두 세 개의 연대회의에 들어가지요. 연대가 중요한 것은 사부작이 하려는 연결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만의 틀’ 안에 갇히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려면 연대는 중요한 활동 중 하나예요. 지역 단체들과 장애 관련 단체에 운영위원이나 회원으로 참여해 함께 의논하고 활동합니다. 마포로컬리스트컨퍼런스나 발달장애국가책임제 집회, 사회적 고립 예방 네트워크 활동 같은 것들이지요. 연대를 이어온 결과라고 해야할까요. 지역 내 단체들에서 먼저 사부작 청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획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발달장애와 마을 포럼에서 부여의 생산소와 홍성의 꿈이 자라는 뜰, 의왕의 두들 등과도 교류하며 네트워킹을 다지기도 했어요. 

발달장애국가책임제 도입 촉구 결의대회에서 ‘운동’ 공연을 한 사부작 | 제공 :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올해는 특히 마포구와 함께 민관협치로 옹호가게 프로젝트를 진행한 점이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겠어요. 재작년부터 민관협치 ‘장애인과 함께하는 마을 만들기’에 참여한 데 이어 ‘옹호가게 프로젝트’도 민관협치로 선정되어 노인 장애인과, 지역의 유관단체들과 사부작의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민관협치는 사부작과 사부작이 하는 일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작년 연말에 마포장애인평생교육센터와 마포장애인복지관에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올해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Q. 작년 8월, 사부작은 사회적협동조합이 되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사부작은 앞으로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일단, 사부작의 활동내용에 맞는 공익단체로서의 형식이 갖춰졌다고 봅니다. 단체 운영에 있어서도 활동가 중심에서 이사회가 운영주체가 되도록 확대되었고요. 조합원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부금 영수증 발행 단체로 등록할 수 있게 되어서 후원회원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지난 3년 간 단체운영과 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우셨던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고요. 어려운 점들을 어떻게 지나오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역시 코로나19 상황으로 변수가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길동무연결을 다른 방식으로 모색하기는 했어도 한계가 있었고, 이웃들과의 교류도 원활하기가 어려웠지요. 함께 할 활동가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으로 일하기에는 사부작의 처우가 썩 좋지 않은 이유도 있겠는데 근무시간 조정이 가능한 마을활동가를 초대해 함께하고 있어요. 그 밖에 사부작의 활동을 몇몇 발달장애인을 위한 단체라고만 여기는 분들의 편견도 초기에는 있었어요. 특별히 편견을 깨려고 했다기보다는 사부작의 활동을 잘 알리면서 자연스럽게 공익단체로서 인식하게 된 듯 합니다.

Q. 마지막으로, 2022년 사부작의 자립계획과 향후 5~10년 사이의 지속가능한 공익단체로서의 비전을 알려주세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기간 동안 정기, 비정기 후원금을 적립해두어서 2022년 살림은 너끈히 꾸려나갈 수 있는 상황이에요. 진행 중인 민관협치사업인 ‘옹호가게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고요. 사부작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활동들은 공모사업 신청도 고려하고 있죠.

향후 지속가능한 단체로서의 비전이라면요. 발달장애 정책을 고민할 때 사부작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큐베이팅 지원 기간 동안 사부작은 발달장애인이 도움을 받는 시혜의 대상자에서 벗어나 시민으로서, 주민으로서 일상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델로 자리잡았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사부작의 모델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길동무연결은 좀 더 확장해서 마을활동을 사부작청년들의 일로 만들어가는 데 힘을 실을 계획입니다. 장애당사자가 함께하는 장애인권교육과 ‘발달장애와 마을 포럼’, 옹호가게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사부작 모델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고요. 또 사부작과 같은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단체와도 협력하거나 MOU를 맺어 지원할 계획이에요. 사부작과 같은 단체를 만들고 싶어하는 곳에는 제도적으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도 제안해봐야겠죠. 재정적 자립은 후원회원 확보를 기본으로, 장애인권 교육, 포럼, 콘텐츠 개발 등 사부작이 잘 할 수 있는 일들로 채워나가볼 생각입니다.

사무작의 사무실 책상 앞에 마스크를 쓰고 앉아 모두 양 손을 펼치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왼쪽부터 사부작의 소피아님, 연두님, 꽃다지님과 아름다운재단의 유평화 간사

아름다운재단은 인큐베이팅지원사업 3년의 기록을 정리하여 변화의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총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사부작’의 기록을 담은 새로운 총서를 기대해주세요 🙂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청년의 마을살이를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발달장애청년들이 지역에서 놀고 배우고 기여하는 활동에 같은 관심사를 가진 길동무를 연결하고, 이웃들과 함께 사부작사부작 무경계 세상을 만드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1동1사부작’을 위해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사회적협동조합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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